문화를 재정의한 예술품…'버킨백'의 가치 140억이 끝일까 [최지웅의 컬렉터 가이드]
'패션 아이콘' 제인 버킨의 오리지널 '버킨백'
소더비 경매서 日 컬렉터 1000만달러에 낙찰
"에르메스의 장인정신과 희소성 높이 산 것"
매년 한정 수량만 나와 컬렉터에겐 경매가 기회
소더비 경매서 日 컬렉터 1000만달러에 낙찰
"에르메스의 장인정신과 희소성 높이 산 것"
매년 한정 수량만 나와 컬렉터에겐 경매가 기회
하지만 그 출발점은 현대 여성들의 바쁜 일상에 맞도록 디자인된 실용적 가방이었다. 제인 버킨이 실제로 사용했던 오리지널 버킨백이 파리 소더비 경매장에 등장했을 때,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경쟁이 벌어진 것만 봐도 패션사의 여러 상징적 순간들이 버킨백 안에 담겨있음을, 그리고 소유 이력(provenance)과 브랜드의 장인정신이 얼마큼의 가치를 가졌는지를 단번에 알 수 있다.
제인 버킨이 사용했던 첫 '버킨백'의 희소성
버킨백의 출발은 이렇다. 1981년 파리발 런던행 에어프랑스 기내, 뮤지션이자 배우였던 제인 버킨이 에르메스 최고경영자(CEO) 장 루이 뒤마를 우연히 만나 그에게 털어놓은 일상의 불편함이 패션계의 역사를 바꿔놓았다. 어린 딸 샬럿과 함께 여행하면서 필요한 크고 실용적 핸드백이 없어 늘 아쉽다는 이야기를 듣고 장 루이 뒤마는 영감을 얻었다. 곧장 실용적 가방을 디자인하기 시작한 에르메스는 1984년 제인에게 프로토타입을 선보이며, 그녀의 이름을 딴 모델의 출시를 제안했다. 검은색 카프박스(Calf Box) 가죽으로 만든 최초의 ‘버킨’이 탄생한 순간이다.
이날 경매에서 9명의 컬렉터가 10분 이상 치열한 경쟁을 벌인 끝에 최초의 버킨백은 일본인 컬렉터에게 약 1000만 달러(약 140억원)에 낙찰됐다. 이는 종전 최고가인 2021년 크리스티 경매의 ‘히말라야 켈리백’이 기록한 510만 달러를 훌쩍 뛰어넘은 금액이다. 다시 한번 버킨백의 역사적 가치를 입증한 것이다.
이번 경매 결과는 버킨백이 단순한 명품을 넘어, 패션과 문화를 재정의한 예술품임을 보여준다. 초기 모델에만 있던 스트랩을 제외하면 처음 디자인된 모습 그대로, 단순하지만 세련된 실루엣과 편안한 사용감을 갖춘 디자인은 40년이 지난 오늘까지 변함없는 사랑을 받고 있다.
장인정신과 희소성에 가치를 매기다
버킨백의 가치는 에르메스만의 장인정신과 희소성에서 비롯된다. 숙련된 장인이 손으로 제작하는 이 아름다운 가방에는 하나하나 제작 연도, 작업장, 제작자를 식별할 수 있는 시크릿 코드가 새겨진다. 에르메스 각 매장에는 반년에 한 번씩 한정 수량만 공급된다. 이를 구매하려면 단계별로 다양한 제품을 애정 있게 꾸준히 구매한 기록을 쌓아야 한다. 게다가 매장에 배정되는 스타일은 사전에 공개되지 않기 때문에 세일즈 어소시에이트가 제안하는 모델을 구매하거나, 원하는 스타일이 입고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이런 불편함마저도 버킨 소유자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으로 여겨진다.
이 중에서 버킨 25와 ‘버킨 30’이 가장 인기가 높다. 에르메스 매장에서 직접 구매할 경우 기본 가죽 모델은 약 1만 달러부터 시작하며, 크로커다일 가죽이나 다이아몬드가 장식된 모델은 20만 달러가 넘기도 한다.
경매사인 소더비나 크리스티에서는 다양한 모델과 컨디션의 버킨백이 거래된다. 빈티지 가죽 ‘버킨 35’는 약 1만 5000달러부터 시작된다. 새 제품의 다이아몬드가 장식된 ‘히말라야 버킨’의 경우 40만 달러 이상에 낙찰되기도 했다. 가장 수요가 많은 가죽 소재의 버킨 25와 버킨 30은 주로 2만~3만 달러대에 거래되며, 이색 소재를 사용한 일명 ‘이그조틱(Exotic) 버킨백’의 경우 가격대가 더 높다. 오스트리치 가죽 모델은 일반적으로 2만 5000~3만 5000달러, 크로커다일이나 앨리게이터 가죽 모델은 4만 달러 이상에 가격이 형성된다.
가죽으로 세월의 가치를 읽다
버킨의 탄생 철학처럼, 실용적인 가죽에 세월의 흔적이 더해진 빈티지 스타일은 그 자체로 버킨백의 또 다른 매력이 된다.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예가 1984년 최초의 버킨백에 사용된 헤리티지 가죽 ‘카프박스’다. 거울처럼 반짝이는 매끈한 광택이 특징이지만, 흠집이 잘 나는 이 가죽은 오히려 시간이 흐르며 생기는 스크래치와 주름이 고유하고 독특한 빈티지 감성을 만들어낸다. 클레망스 소가죽은 토고보다 무겁고 유연한 대신 변형되기 쉬워, 시간의 흔적이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캐주얼한 무광 소재를 선호하는 이들에게 특히 잘 어울린다.
만약 수집의 목적으로 내구성과 형태 유지력 모두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딱딱한 엠보싱 가죽인 엡솜이 적절할 것이다. 비를 맞아도 잘 상하지 않고 흠집도 잘 나지 않아 관리가 용이하다. 뛰어난 형태 유지력을 자랑하는 실용적인 소재다. 또 엡솜의 내구성에 무게감과 방수 기능을 더한 피요르드 가죽 역시 어떤 환경에서도 변함없는 모습을 유지하기 쉽다.
에르메스가 2016년 선보인 바레니아 포부르 송아지 가죽은 새로운 헤리티지 옵션으로 주목받는다. 왁스로 처리한 듯한 독특한 촉감과 미세한 프린팅이 인상적이다. 손길이 닿는 부위가 점차 어두워지는 특성은 세월의 이야기를 고스란히 담아낸다. 이처럼 수집과 보관이 용이한 가죽부터 실용성과 세월의 멋이 깃든 소재까지, 각자의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가죽을 찾아가는 여정 자체가 버킨 소유의 또 다른 즐거움이라 할 수 있다.
에르메스는 매년 한정 수량으로 선별된 컬러와 가죽을 출시하지만, 경매 시장에서는 모든 시대와 컬러, 다양한 모델의 버킨백을 만날 수 있다. 럭셔리 아이템은 매장에서 새 상품을 구입하는 것이 대중적이지만, 버킨백은 다르다. 소요 시간을 예측하기 어려운 데다 기존 에르메스 구입 고객이 아닐 경우 원하는 사양의 버킨백을 구하기란 훨씬 더 어렵기 때문이다. 경매가 대안시장이 되는 이유다.
이러한 기회는 국내 컬렉터들에게도 열려 있다. 소더비와 크리스티 등 주요 경매사들은 연간 4~6회 럭셔리 핸드백 전문 경매를 개최하고 있다. 특히 크리스티 홍콩은 매년 봄(5월)과 가을(11월) 라이브 핸드백 경매를 통해 희귀 버킨백과 켈리백을 포함한 다양한 컬렉션을 선보인다. ‘오럭스볼트(Aurux Vault)’ 같은 전문 파트너십을 통해 국내 컬렉터들도 손쉽게 해외 경매에 참여할 수 있다. 한층 넓어진 세계 무대에서, 당신만의 고유한 취향과 열정을 담아줄 상징적인 버킨을 발견하는 특별한 여정을 시작해보면 어떨까.
최지웅 오럭스볼트 대표 mchoi@auruxvaul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