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에서 베이스(Bass) 하면 남성 가수 중 가장 낮은 음역이다. 일반적으로 C2(중간 도)에서 두 옥타브 낮은 미, 즉 E2 사이다. 피아노로는 가온 도(C4)보다 반 음 위인 E4(중간 높이의 미)까지를 말한다. ‘가온’은 중심⸱기본을 뜻하는 순우리말이다. 한자로는 가음(嘉音)이 된다.

오페라에서 베이스는 보통 왕⸱신(神)⸱현자(賢者)⸱성직자⸱제사장 등 권위 있는 존재 역을 맡는다. 진리⸱법⸱질서⸱지혜의 상징이다. 정반대로 바보나 하인, 어릿광대도 베이스 몫이다. 악인(惡人)도 있다. 공포⸱위협⸱복수의 화신으로 냉혈한이나 권력자, 비밀을 감춘 인물도 어울린다. 베이스의 중후한 음색은 연륜이 묻어나와야 하기에 아버지⸱노인⸱멘토 등도 부합한다. 그러나 주인공으로서는 난망하다 보니 역할 배당이 적고, 따라서 유명한 아리아도 무척 희소할 수밖에 없다.

모차르트 마지막 오페라 <마술피리(Die Zauberflöte),1791>에 나오는 자라스트로(Sarastro)의 아리아 ‘오 이지스와 오지리스 신이여(O Isis und Osiris)’는 가장 유명한 베이스 아리아 중 하나다.

[베이스 프란츠 요제프 젤리히가 부르는 ‘오, 이지스와 오지리스 신이여’]

“(사제단에게) 친구여, 신성한 과업을 수행해 주게나/타미노(Tamino) 일행에게 인간의 의무를 가르치고, 신의 위용을 깨닫게 만들게(레치타티보)... 오, 이지스와 오지리스 신이여! 새롭게 맺어진 이들에게 지혜를 주소서! 이들 방랑자의 발길을 인도해 주시고, 위험에 빠질 때 인내를 발휘해 힘 있게 세워 주소서!/수많은 시련 끝에 달콤한 열매를 보게 하소서/만에 하나, 죽음과 무덤으로 간다고 해도, 용기 있게 덕(德)의 길을 걸은 자들을 당신의 거처로 받아들이소서.”
독일 드레스덴 젬퍼오퍼 홀에 그려진 마술피리 공연 그림 / 출처. 독일 위키피디아
독일 드레스덴 젬퍼오퍼 홀에 그려진 마술피리 공연 그림 / 출처. 독일 위키피디아
이름 자라스트로는 고대 페르시아의 예언자 조로아스터(Zoroaster)에서 따왔다. 독일어로는 차라투스트라(Zarathustra). 선(善)과 진리를 설파한 예언자다. 태양 신전의 수장이며 영적인 지도자. 엄격하고 권위 있지만 자비롭고 지혜로운 존재로 이성⸱계몽⸱진리를 상징한다. 어둠⸱거짓⸱악(惡)의 상징인 밤의 여왕과 대척점에 있다. 그는 타미노(남 주인공)와 파미나(여 주인공)가 갖은 고난을 견디며 정신적·도덕적 성장을 이룰 수 있도록 관장하며 이지스 신과 오지리스 신에게 기도한다.

이지스는 사랑⸱치유⸱모성을 상징하는 고대 이집트 여신의 이름이다. 힘⸱믿음⸱충성의 아이콘이기도 하다. 오지리스는 그녀의 남편. 저승의 신이자 부활의 신이다. 인간에게 농사⸱문명⸱질서를 가르친 왕이다. 모차르트는 이 두 신을 계몽의 수호자로 오페라에 소환한 것. “오, 이지스와 오지리스여, 이 젊은이들에게 지혜와 인내를 주소서.”로 요약되는 이 아리아를 통해 인간의 성장과 도덕적 시험을 신성한 질서와 연결하고 있는 셈이다. 두 부부 신은 극 중 직접 등장하지는 않지만, 영적 원리로서 강한 존재감을 뿜고 있다.

독일이 자랑하는 베이스 프란츠 요제프 젤리히(Franz-Josef Selig,1962~ )가 탁월하다. 깊이 있고 장중한 음색, 정확하고 맛깔나는 딕션, 극적이고 풍부한 해석력이 돋보인다. 독일 북서부 도시 하겐(Hagen) 출신. 쾰른 음대에서 성악과 교회음악을 함께 전공했다.
독일 대표 베이스 프란츠 요제프 젤리히 / 사진출처. 프란츠 요제프 젤리히 사이트
독일 대표 베이스 프란츠 요제프 젤리히 / 사진출처. 프란츠 요제프 젤리히 사이트
외모부터 중후함과 카리스마를 지니고 있어 권위 있는 배역에 알맞다. 또한, 특유의 문학적 감수성을 바탕으로 연기 또한 뛰어나 철학적 캐릭터, 현자나 왕 같은 인물에 자주 캐스팅된다. 최고의 자라스트로 중 한 사람으로 평가받는 이유다. 빈 슈타츠오퍼, 파리 오페라극장, 로열오페라하우스(코벤트가든),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좌 등 최고의 무대를 섭렵했으며 잘츠부르크 페스티벌과 바이로이트 페스티벌의 단골 출연자이기도 하다.

영국의 가디언은 “고귀하고 안정적인 연주. 감정을 절제하면서도 깊이 있게 전달하는 그의 연기력은 최고다”라고 평한다. “웅장하고 위엄있는 자라스트로. 젤리히는 존재감을 지닌 연기력과 풍성한 성량이 조화를 이룬다”는 음악 리뷰 플랫폼 바크트랙(Bachtrack)의 찬사다. 특히 2003년 젤리히가 런던 코번트가든 로열 오페라하우스에서 콜린 데이비스 경과 협연한 마술피리는 명연 중 명연으로 꼽힌다. 스테이지 버전으로 블루레이/DVD 영상이 나와 있다.

강성곤 음악 칼럼니스트⸱전 KBS아나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