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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돈 국가'라고 방심은 금물…베트남의 두 얼굴 [지평의 Global Legal Insight]
동질성에 주목하는 韓 투자자…실상은 달라
명실상부 법치국가…법적·실무적 근거 있어야
中 '톱다운' 접근법 안 먹혀…선제적 소통 중요
명실상부 법치국가…법적·실무적 근거 있어야
中 '톱다운' 접근법 안 먹혀…선제적 소통 중요
한경 로앤비즈의 'Law Street' 칼럼은 기업과 개인에게 실용적인 법률 지식을 제공합니다. 전문 변호사들이 조세, 상속, 노동, 공정거래, M&A, 금융 등 다양한 분야의 법률 이슈를 다루며, 주요 판결 분석도 제공합니다.
'형제애'만 믿어선 안 되는 이유
그런 사례 중 하나를 소개한다. 어느 날 한 고객이 급히 미팅을 요청하면서 베트남 파트너사와의 조건 협상이 순조롭게 마무리됐고 서류만 작성하면 된다며 로펌이 할 일까지 손수 안내해 주는 것이었다. 합작법인 설립을 위한 투자계약 준비가 완료됐고 인허가 절차를 밟기만 하면 된다면서 회사 형태는 '주식회사'(JSC)로 하겠다는 말까지 덧붙였다.그러나 베트남 기업법상 주식회사를 세우려면 최소 3인의 주주가 필요하다. 현재 투자자가 둘뿐인데, 굳이 유한책임회사(LLC)가 아닌 주식회사를 고집하는 이유를 물었더니 현지 파트너사의 조언이라고 했다. 파트너사에 대한 믿음이 제법 커 보여 꼬치꼬치 캐묻는 대신 베트남법상 주식회사와 유한책임회사의 차이에 대해 일단 설명을 이어갔다.
베트남 법령에 따르면 주식회사는 주주총회와 이사회라는 이중 의사결정 기구를 갖춰야 하며, 주식 양도가 자유롭고, 외부 투자 유치 및 상장 가능성 등에서 개방적 구조를 갖는다. 반면 LLC는 투자자가 1인에서 최대 50인까지로 한정되며 사원총회를 단일 최고 의사결정기구로 한다. 지분을 양도할 경우 다른 투자자의 사전 동의가 필요해 구조적으로 다소 폐쇄적인 면이 있다. 그러나 상장을 노리거나 다수 투자자로부터 투자 유치 계획이 없는 경우 의사결정 구조가 간결한 LLC가 편익이 크다. 필요시 LLC를 주식회사로 전환하는 절차도 법적으로 허용된다.
베트남 내 한류는 여전히 뜨겁다. 한국 기업의 현지법인에서 일하는 베트남 근로자들은 근면하고 손재주도 뛰어나다. 때론 성격 급한 한국인 관리자들의 어설픈 베트남어도 기막히게 알아듣는 초능력까지 발휘하곤 한다. 북부의 수도 하노이와 남부의 경제중심지 호찌민에 체류 중인 한국인은 약 20만 명에 이르며, 현지 한인 국제 학교 일부 학년 재학생 절반가량이 한·베 가정 출신이라는 점에서 베트남은 명실상부한 '사돈 국가'라 할 만하다.
지인 소개·덕담만 믿다간 낭패
그렇다 보니 많은 한국 투자자가 베트남과의 동질성에 주목한다. 하지만 때때로 과신한 나머지 보고 싶은 모습만 보고 다른 모습은 놓치는 경우가 많다. 지인을 통해 소개받은 정부 관계자 덕분에 현지 프로젝트도 일사천리로 해결되리라 기대하지만, 실상은 담당 공무원이 법령 조항과 계약 문구를 조목조목 지적해 무안해지는 일이 다반사다. 사업 성공을 비는 고위 관계자의 덕담을 믿고 잔뜩 기대했건만, 정작 실무단에선 어떤 업무도 원활히 진행되지 않아 당혹감을 느끼게 된다.담당 공무원이나 사업 파트너가 변심했거나 억하심정이 있어서가 아니다. 애초에 접근이 안일했을 가능성이 크다. 한국이나 선진국에선 이렇게 준비했을 리 없다는 생각이 드는 게 자연스럽다. 베트남이 무법천지도 아닌데 말이다. 베트남의 '진짜 얼굴'은 무엇인지 다시금 고민하게 된다.
'법에 의한 지배'(rule by law)에서 '법의 지배'(rule of law)로 나아가는 흐름도 뚜렷하다. 법에 대한 신뢰와 사회적 관심도 상당한 편이다. 이젠 베트남 최고 명문대로 도약한 하노이법대의 2025년도 입학생 수는 2650명에 육박한다. 2013년 1900명 대비 확연한 증가세다. 외상대나 국가경제대에서도 법학과 신입생이 꾸준히 늘고 있으며 입학 점수는 최고 수준이다. '슈츠'나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같은 법정 드라마의 영향만은 아닐 것이다. 적법하고 예측 가능한 법 집행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법률가가 실질적 도움을 줄 수 있는 저변이 형성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국립 하노이법대 입학생 수 및 입학 기준 점수 (출처: 베트남 정부)
| 입학연도 | 최초 입학정원 | 입학 인원 | 졸업 인원 | 입학 기준 점수 (3과목, 30점 만점 기준) |
| 2013~2017 | 1900 | 2047 | 1529 | 20 to 24 |
| 2015~2019 | 2395 | 2700 | 2000 | 21.25 to 30.25 |
| 2020~2024 | 2265 | 2150 | 1675 | 21.55 to 29 |
| 2024~2028 | 2500 | 2688 | 22.85 to 28.85 | |
| 2025~2029 | 2650 |
베트남에서의 성공을 위해선 치밀한 법적 준비와 동시에 실무 관행과 문화에 대한 이해가 병행돼야 한다. 공무원의 행정 스타일과 관할권 행사가 실무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이를 경시해선 곤란하다. 법률적 정당성과 실무적 통찰이란 두 날개가 함께 작동하지 않으면 사업의 비상은 요원하다.
흔한 오해 중 하나는 베트남 정부가 '톱다운'(top-down)식으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것이란 기대다. 전통적으로 베트남은 가족 단위의 독립농업경영에 기반한 소농적 생계 방식에 의존했다. 이는 조직 체계의 탈집중화를 유발했을 것이다. 부처 간, 혹은 부처 내 하부 조직 간에도 조율이 쉽지 않으며 조직 구조상 행정 집행의 일관성도 떨어지는 편이다. "왕의 칙령도 촌락 문 앞에서 멈춘다"(Phép vua thua lệ làng)는 베트남 속담처럼, 중앙의 지시가 말단까지 곧장 전달되지 않는다. 중국식 톱다운 접근이 베트남에서 때론 유효하지 않다는 얘기다. 중국 전문가들이 베트남에서 종종 범하는 오류다. 공무원과의 정당한 교류와 소통이 무용하다는 것이 아니라, 중국과 베트남을 같은 선상에 두고 중국의 관행을 베트남에 기계적으로 적용하는 우를 범하지 않아야 한다는 취지다.
치밀한 법적 준비·현지 문화 이해 필수
대규모 프로젝트일수록 관계 기관과의 선제적이고 구조화된 소통이 중요하다. 고위 인사와의 친분만을 믿고 실무 공무원과의 관계를 소홀히 했다가 예기치 못한 난관에 부딪힐 수 있다. 그 실무자의 친인척 중 어떤 고관대작이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베트남 정부 조직 내부의 수평적 분절 역시 무시할 수 없다. 법제가 미비하거나, 권한이 중첩되거나, 부처 간 이기주의가 충돌과 업무 공전을 야기하는 경우도 있다. 이에 베트남 정부는 최근 정치·행정 시스템 혁신을 추진 중이다. 63개 성·시를 34개로 통합하고, 중앙 정부 조직은 총 14개 부처와 3개 부급 기관으로 개편하며, 인력도 20% 이상 감축하는 등의 방안을 통해 외국인 투자 유치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려 하고 있다. 다만 이런 변화엔 시간이 필요하다. 기존 관행이 단번에 송두리째 바뀌진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