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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가 '윤찬앓이'…이쯤에서 다시 듣는 2022 반 클라이번
[arte] 이진섭의 한 판 클래식
임윤찬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
반 클라이번 콩쿠르 실황 LP
임윤찬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
반 클라이번 콩쿠르 실황 LP
“임윤찬의 말을 들으면 환생을 믿게 됩니다. 누군가가 오래된 영혼 같다는 느낌이요.
그는 영혼을 표현하고 시대를 초월하는 시인이에요...” -지휘자 마린 알솝 인터뷰 中
그는 영혼을 표현하고 시대를 초월하는 시인이에요...” -지휘자 마린 알솝 인터뷰 中
2022년 6월 18일,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이하 반 클라이번)에서 우승한 이후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세계적 사랑을 받게 된 것은 얼마 안 가서였다. 현재 임윤찬은 국제무대를 종횡무진하며, 매 공연마다 매진 행렬을 이어가고 있다.
지휘자 마린 알솝이 이끄는 포트워스 심포니와 협연한 임윤찬의 '라피협 3번'은 완벽한 앙상블로 극찬을 받은 무대였다. 임윤찬과 독점 계약한 세계적인 음반 레이블 데카는 당시의 감동적인 연주를 재현하고자 '라피협 3번- 반 클라이번 결선 실황'을 리마스터링해 LP 한 장에 담았다.
라단조로 시작하는 현악의 잔잔한 물결 위에 피아노가 조심스레 얹혀진다. 클라리넷과 바순, 호른이 차례대로 소리문을 열고, 다른 관현악기들도 뒤따른다. 피아노와 오케스트라 사이에 감정의 균형이 맞춰질 때 오케스트라 반주가 서서히 물러나면서 조용히 속삭인다. “윤찬 네 차례야.”
순식간에 임윤찬의 피아노가 16분음표의 파도를 일으켜 1주제부를 활기차게 만들고 폭발적인 카덴차로 이행한다. 긴박했던 카덴차가 고요하게 잦아들고 악기들이 다시 깨어나 2주제로 향한다. 임윤찬은 네 개의 독립된 성부를 자유자재로 다루면서 듣는 사람의 영혼을 빨아들인다. (1악장 5분 15초 부분) 악장이 중반부로 향할수록 오케스트라와 피아노가 격하게 대립하고, 충돌하면서 새로운 차원의 에너지를 만들어 낸다. 후반부에서는 느림과 빠름, 고요와 폭발의 대비를 극명하게 표현하면서 건반 위를 종횡무진 움직인다. 협주곡의 처음으로 되돌아와 잠시 숨을 고르는 부분이 이어지고 라흐마니노프의 시그니처인 ‘갑자기 끝내버리기’로 1악장은 종결된다.
<2악장 Intermezzo Adagio>
하나의 주제와 네 개의 변주로 이뤄진 2악장은 초반부에서 오케스트라 연주로만 30마디가 흐른다. 오케스트라가 물러가고 소리의 빈 지점을 묵직하면서도 화려한 반음계 장식음으로 임윤찬이 채워간다. 러시아 피아니즘에서 느낄 수 있는 애수와 억눌린 감정이 그의 손끝에서 발산되고 고도의 테크닉과 섬세한 변주가 2악장의 클라이맥스를 장식한다. 후반부에 들어 클라리넷, 바순이 2악장의 초반부를 다시 재현하면서 감정을 어루만질 때 임윤찬의 피아노는 이 흐름을 단번에 끊어내며 3악장으로 질주한다.
순식간 일어난 분위기 전환. 임윤찬의 피아노는 제1주제에서 전속력으로 질주하며, 반복과 도약을 거듭한 끝에 금관악기들과 조우한다. 익살스러운 변주가 곳곳에서 등장하고 2주제를 지나 광란의 투티가 절정에 오를 때 임윤찬은 웅장한 화음으로 종결부를 장식한다.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과 비슷한 어조로 1악장의 음울함을 극복하고 3악장에서 환희의 카타르시스를 맛보는 구조를 임윤찬은 멋지게 구축한다.
수없이 다시 들어도 언제나 새로운 감흥과 전율이 일어난다. 브람스, 라흐마니노프에 이어 바르톡과 슈만 연주를 준비 중인 임윤찬. “어떤 곡이든 임윤찬이 연주하면 특별해진다”는 이야기는 앞으로도 계속 들릴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