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대를 빛낸 작곡가들의 마지막을 기리는 ‘백조의 노래’, 그 여섯 번째 작품은 바로 독일의 위대한 작곡가가 자신의 분신과도 같았던 혈육의 죽음에 슬퍼하며 작곡한 곡을 만나보려고 합니다. 바로 펠릭스 멘델스존 (Jacob Ludwig Felix Mendelssohn Bartholdy, 1809~1847)이 사랑하는 누이를 잃고 자신 역시 세상을 떠나기까지 단 6개월의 시간 동안 완성한 작품인 <현악 사중주 6번 바단조, 작품번호 80번 (String Quartet No.6 in f minor, Op.80)>입니다.
펠릭스 멘델스존(우측)과 그의 누이인 파니 멘델스존 (by Poetzelberge, 1895년작)
펠릭스 멘델스존(우측)과 그의 누이인 파니 멘델스존 (by Poetzelberge, 1895년작)
펠릭스 멘델스존은 독일의 부유한 유대인 은행가 집안의 4남매 중 둘째로 태어나 생활고에 전혀 시달리지 않은 몇 안되는 음악가 중의 한 사람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는 매우 젊은 나이에 지휘자이자 작곡가로 성공을 거뒀음에도 항상 외딴 섬에 있는 듯한 고독함을 지니고 살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한 멘델스존의 정체성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 바로 그의 다섯 개의 교향곡 중 두 번째 작곡된 교향곡이지만 마지막으로 출간된 ‘교향곡 5번 라단조, 작품번호 107번 <종교개혁>(Symphony No.5 in d minor, Op.107 <Refromation>)’과 칸타타 <첫 번째 발푸르기스의 밤 (Die erste Walpurgisnacht)>입니다. 특히 <첫 번째 발푸르기스의 밤>은 유대인이었으며 루터교인이었던 멘델스존이 괴테의 원작을 매우 영리하게 풀어낸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멘델스존은 극 부수음악인 <한여름 밤의 꿈>, 2개의 현악5중주, 1개의 현악8중주, 8권의 <무언가> 피아노 독주 모음곡, 오라토리오 <엘리야> 등을 작곡하였습니다. 멘델스존은 최초로 현재의 지휘봉을 사용한 지휘자이자 <마태 수난곡>과 같은 잊혀질 뻔한 바흐의 작품들을 발굴하여 바흐를 ‘음악의 아버지’란 수식어로 지금까지 칭송받을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그를 항상 지지하고 음악적 조언을 해준 사람이 바로 그의 누나였던 파니 멘델스존 (Fanny Cacilie Mendelssohn, 1805~1847)이었습니다.

멘델스존 역시 누나의 꾸준한 작곡을 응원하였으며 함께 피아노 작곡 형식인 '무언가 (Lieder ohne Worte/Songs without Words)'를 만든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멘델스존은 자신이 1827년에 출판한 '12개의 노래, 작품번호 8번'과 1830년에 출판한 '12개의 노래, 작품번호 9번'에 각각 3곡씩을 파니가 작곡한 가곡으로 채워 자신의 이름으로 발표하였습니다. 파니가 결혼 후에 가곡들을 발표하였을 때도 그녀를 축하하고 지지하는 편지를 보냈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파니가 자신의 칸타타 <첫 번째 발푸르기스의 밤>의 리허설을 참관하던 중 가족력이었던 뇌졸중으로 인하여 쓰러져 5월에 사망하자 큰 충격과 슬픔에 사로잡혔습니다. 조부를 비롯하여 부모님이 모두 같은 병으로 사망하였기에 누나 역시 그렇게 허망하게 세상을 떠나자 슬픔은 물론 자신의 죽음에 대한 두려움도 함께 그를 사로잡았을 것입니다. 그리고 멘델스존 역시 누나가 세상을 떠나고 6개월이 채 지나기도 전인 11월 초, 38세라는 매우 젊은 나이에 파니와 같은 병인 뇌졸중으로 유언도 남기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나고 맙니다.
펠릭스 멘델스존 (by Eduard Magnus, 1833년작) / 출처. Wikimedia Commons
펠릭스 멘델스존 (by Eduard Magnus, 1833년작) / 출처. Wikimedia Commons
멘델스존은 누나 파니가 세상을 떠나고 6개월간 그녀의 작품을 세상에 공개하고 음악가로서의 그녀가 못다한 꿈을 이뤄주기 위하여 최선을 다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비통한 마음을 담아 작곡한 작품이 바로 그가 사망하기 한 달 전에 초연이 올려진 멘델스존의 ‘백조의 노래’라 칭할 수 있는 <현악 사중주 6번 바단조, 작품번호 80번>입니다. 펠릭스는 6번까지 번호가 붙은 현악 사중주 여섯 곡과 현악 사중주를 위한 <6개의 푸가, MWV R.1-17>, <4개의 소품, 작품번호 81번> 등의 현악 사중주를 위한 작품들을 작곡하였는데요. 그 중 <4개의 소품>은 그가 1843년부터 작곡한 4개의 소품을 모아 그가 사망하고 3년 뒤인 1850년에 묶어 출판된 작품으로 한동안 그의 유작, 또는 그의 <현악 사중주 7번>으로 불리기도 했던 곡입니다.

멘델스존이 끝내 완성하지 못한 오페라 <로렐라이, 작품번호 98번 (Die Loreley, Op.98)> 역시 그의 ‘백조의 노래’의 후보 중 하나이긴 하지만, 그가 사망하기 2개월 전에 완성된 <현악 사중주 6번>이 그 완성도나 작곡가의 삶이 응축되어 있다는 점에서 더욱 ‘백조의 노래’에 적합할 것이란 견해가 지금까지도 지배적입니다.

아름다운 낭만 음악을 독창적으로 풀어내어 가장 인기있는 음악가 중 한 명으로 사랑받았으며 지금까지 기억되고 있는 작곡가 펠릭스 멘델스존의 공식적인 유작 <현악 사중주 6번>은 1악장 알레그로 비바체 아사이 (Allegro vivace assai), 2악장 알레그로 아사이 (Allegro assai), 3악장 아다지오 (Adagio), 4악장 피날레: 알레그로 몰토 (Finale: Allegro molto), 이렇게 네 개의 악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사랑하는 혈육을 잃고 자신 역시 비통함과 죽음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그리움과 회한이 뒤섞여 있는 이 곡은 그의 후기 작곡 스타일도 엿볼 수 있는 매우 아름답고도 서글픈 ‘백조의 노래’입니다.

멘델스존의 제자였던 요제프 요아힘과 동료들의 손에서 멘델스존이 사망하고 1년 뒤에 공식적으로 처음 연주되었고, 그들이 정기적으로 연주하는 레퍼토리가 된 이 작품은 장례식조차 참석하지 못한 자신에 대한 분노까지 담긴 사랑하는 누나를 향한 멘델스존의 ‘진혼곡 (Requiem)’이기도 합니다.

다음 시간에는 점차 작품들이 발굴되며 자주 무대에 올려지고 있는 펠릭스 멘델스존의 누나, 파니 멘델스존의 ‘백조의 노래’를 이어서 만나보도록 하겠습니다.

박소현 작가•바이올린/비올라 연주자

[슈만 콰르텟이 연주하는 멘델스존의 <현악 사중주 6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