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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변방의 악단을 유럽 심장부로 이끈 사샤 괴첼, 왜 울산에 꽂혔나
사샤 괴첼 울산시향 예술감독 인터뷰
이스탄불 악단 11년간 이끌며 유럽서 활약
“울산시향만의 독특한 소리 만들 것”
“빈 고전 음악과 함께 악단 발전”
이스탄불 악단 11년간 이끌며 유럽서 활약
“울산시향만의 독특한 소리 만들 것”
“빈 고전 음악과 함께 악단 발전”
“문화 다르면 악단이 만드는 침묵도 달라”
괴첼 감독은 악단 개발에서 세계적인 수준의 지휘자로 꼽힌다. 그가 맡기 전 BIPO는 1999년 창설된 신설 악단 이미지가 강했다. 공연 티켓은 매진은커녕 60~70%가 팔리는 정도였다. 괴첼 감독은 BIPO를 대부분 티켓이 매진되는 인기 악단으로 바꿔놨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콘세르트헤바우, 오스트리아 빈 무지크페라인 등에서도 공연하며 세계적인 인기몰이를 했다. 괴첼 감독은 “BIPO는 제 정체성의 일부이자 지휘라는 예술로 만든 작품”이라며 “BIPO가 세계적인 인정을 받도록 제가 기여했던 만큼 BIPO도 제가 국제적인 인정을 받을 수 있도록 해줬다”고 말했다.
괴첼 감독이 이스탄불에서 활약했던 데엔 세계 각지 악단과 합을 맞춰봤던 경험이 바탕이 됐다. 그는 프랑스국립오케스트라, 런던필하모닉, NHK필하모닉, 뮌헨심포니오케스트라, 이스라엘필하모닉 등에서 객원 지휘를 해봤다. 핀란드 쿠오피오 교향악단 수석지휘자로 일하기도 했다. 현재 프랑스 루아르 국립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도 겸하고 있다. 2021년엔 통영국제음악제(TIMF)에서 KBS교향악단과 공연했다. 괴첼 감독은 “문화가 달라지면 악단은 소리, 레퍼토리 접근 방식뿐 아니라 연주 중에 내는 침묵마저도 다르다”며 “지휘자도 오케스트라가 있는 장소에 따라 음악 해석이 바뀔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빈·프라하 음악 드러내되 시대정신 고민
괴첼 감독이 들려주려는 음악은 중부 유럽 레퍼토리다. 그는 울산시향 예술감독을 맡게 되면서 이 악단의 최근 10년간 레퍼토리를 파악했다. 악단의 관객 특성을 파악하려는 절차였다. 악단과 관객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레퍼토리는 오스트리아 빈에서 찾았다. 괴첼 감독은 “프레이징, 아티큘레이션, 다이내믹 등의 음악 요소는 빈 고전 음악에서 비롯됐다”며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 슈베르트 등의 음악은 악단의 질을 조금씩 끌어올릴 수 있는 기반”이라고 강조했다. 체코 프라하의 음악을 선보이겠다는 뜻도 드러냈다.
시대가 요구하는 음악을 악단에 반영하겠다는 뜻도 드러냈다. 괴첼 감독은 시대정신이 음악에 영향을 미친다고 본다. 비발디가 아름다운 자연을 표현한 ‘사계’를 산업혁명 이후에 만들었다면 지금과는 다른 노래가 나왔을 것이라고. 괴첼 감독은 “같은 음악을 두고서도 2차세계대전 이전엔 직선적이며 거친 해석이, 그 이후엔 부드럽고 인간적인 해석이 두드려졌다”고 설명했다. 현시대를 놓고선 “사회만이 아니라 음악 청취자들도 쪼개지고 분열하기 시작한 시대”라고 주장했다. “관객들이 연주자를 신뢰하는 이유는 연주자가 다른 사람을 흉내 내는 게 아니라 그 스스로로서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지금을 살아가는 연주자가 지금의 시대정신을 존중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주빈 메타, 리카르도 무티, 오자와 세이지의 가르침
괴첼 감독은 음악가 집안에서 자라 어릴 때부터 공연장이 친숙했다. 지휘자를 꿈꿨던 건 세 살 때다. 지휘가 뭔지도 모르던 때, 무대 가운데에 선 사람이 멋있어 보여서였다. 음악인이 되려 그는 바이올린을 먼저 배웠다. 빈 필하모닉에서 연주할 정도로 실력도 좋았다. 지휘자로서의 삶을 확신한 건 20대 초반이었다.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프리랜서 지휘자로 바흐의 브란덴부르크 협주곡을 지휘했을 때다. 그는 “악단이 무언가 특별한 걸 경험하기 위해 저를 따라오는 듯한 기분을 그때 느꼈다”며 “이런 감정을 계속 느끼고 싶어 과거 꿈이었던 지휘자의 길을 걷기로 했다”고 회상했다.
괴첼 감독도 음악 자체를 사랑하는 데선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는 청소년기에 팝 밴드 활동을 했다. “한때는 전자 음악에 빠지기도 했어요. 이 음악의 루프(반복되는 리듬)가 만들어내는 효과가 끌렸어요. 음악에 옳고 그른 건 없어요. 가벼운 대중음악이나, 무거운 클래식 음악이란 건 존재하지 않아요. 저에게 좋은 음악은 제 감정에, 마음에, 에너지에 호소하는 음악입니다. 당신에게 맞는 음악은 당신이 즐기는 음악이겠죠. 그게 핵심이에요.”
경주=이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