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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多장르' 음악 맛보는 도심 속 파라다이스…'서울재즈페스티벌 2025' [리뷰]
'서울재즈페스티벌 2025' 개최
3일간 총 4만6000명 관객 동원
재즈 DNA 지키며 '다 장르' 확대
팝·밴드·힙합 무대까지…관객층도 다양
3일간 총 4만6000명 관객 동원
재즈 DNA 지키며 '다 장르' 확대
팝·밴드·힙합 무대까지…관객층도 다양
'서울재즈페스티벌 2025'가 지난달 30일부터 6월 1일까지 총 3일에 걸쳐 서울 올림픽공원 일대에서 성공적으로 진행됐다. 이번 역시 88잔디마당은 물론 KSPO DOME과 SK핸드볼경기장, 88호수수변무대까지 아우르며 대규모로 펼쳐졌다.
주최사인 프라이빗 커브에 따르면 3일간 동원된 관객은 약 4만6000명이었다. 외국인 비율은 전체 관객의 20% 정도로,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서울재즈페스티벌 2025'의 열기를 느끼기 위한 발걸음이 이어졌다. 지난해 외국인 비중은 일별 10% 수준이었다.
올해로 17회를 맞은 '서울재즈페스티벌'은 재즈는 물론 밴드·힙합·팝·K팝까지 폭넓은 장르로 라인업을 꾸몄다. 몇 년 전부터 공격적으로 장르 확장을 도모하면서 '재즈 없는 재즈페스티벌'이라는 일각의 지적도 있었지만, 본연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한 흔적이 곳곳에서 보였다.
장소별로 일정 수준 장르를 구분해 관객들이 니즈에 따라 혼선 없이 편하게 공연을 즐길 수 있도록 구성했다. 재즈 선율의 맛이 한층 배가되는 야외무대인 88잔디마당과 88호수수변무대에 주로 재즈 아티스트들이 올랐고, 실내 대형 공연장인 KSPO DOME과 SK핸드볼경기장에는 밴드·K팝·발라드·힙합 가수 등이 배치됐다.
노르웨이 출신의 포크 듀오 킹스 오브 컨비니언스가 마주 선 채로 기타 조율을 할 때는 모두가 숨을 죽인 채 무대 위 두 사람을 올려다봤다. 이내 미지근한 바람에 흩날리는 꽃씨와 함께 부드러운 어쿠스틱 기타 선율이 귓가를 감쌌다. 어느새 관객들도 살랑살랑 몸을 움직이고 있었다. 마치 한 폭의 그림과 같은 장면이었다. 음악으로 그려낸 작품인 셈이다. 2016년 이후 9년 만에 다시금 '서울재즈페스티벌'을 찾은 킹스 오브 컨비니언스는 "그때 왔던 분들 있느냐"면서 "웰컴 백"이라고 재치 있게 말하기도 했다.
피아노 윤석철·베이스 정상이·드럼 김영진으로 이루어진 윤석철트리오의 공연은 단숨에 귀와 마음을 사로잡는, 재즈의 매력에 제대로 빠지는 순간이었다. 윤석철은 신시사이저와 그랜드 피아노를 오가며 각기 다른 음질로 완성된 음악을 선사, 관객들의 감성을 한껏 깊고 넓게 만들어줬다. 감각적인 사운드와 연주에 감탄하다가 이내 그랜드 피아노의 서정적이고 감성적인 선율에 녹아들었다. 뉘엿뉘엿 해가 지고 어둑해지는 배경에 어울리는 재즈 무대에 관객들이 몰리면서 객석이 뒤쪽까지 꽉 찼다.
윤석철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헤드라이너를 하게 됐다"고 수줍게 인사를 건넸다. 그는 본인의 무대에 앞서 오코에의 공연에도 세션으로도 참여했었다. 윤석철은 마이클 메이요, 벨라 플렉·에드마 카스타네다·안토니오 산체스 트리오 등의 무대를 봤다면서 "너무 감명 깊었다. '괜히 봤다' 싶더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올해가 역대급 라인업이라고 생각한다. 역대급 라인업임에도 불구하고 여기 와주셔서 감사하다"고 덧붙여 재차 웃음을 안겼다.
실내 무대인 SK핸드볼경기장에서는 JTBC '싱어게인3' 우승자인 홍이삭이 관객들의 마음을 울렸다. 최근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 OST로 발매한 '내사랑 내곁에'를 부를 땐 떼창이 나오기도 했다. 감미로운 노래에 푹 빠져 서로 포옹을 한 관객들도 눈에 띄었다. 홍이삭의 감성 무대는 최유리가 이어받았다.
이어 무대에 오른 가수는 그룹 NCT의 멤버이자 솔로 가수 도영이었다. 밴드 음악에 큰 애정을 보여온 그는 지난해 솔로 앨범을 통해 완성도 높은 곡을 다수 발표했었다. '새봄의 노래', '로스트 인 캘리포니아(Lost in California)' 등 자신의 노래로 무대를 시작했다. 현장에는 NCT의 응원봉을 든 팬 시즈니(공식 팬덤명)를 비롯해 '서울재즈페스티벌'만을 보고 온 관객들도 있었다. 이에 도영은 영화 '라붐'의 OST '리얼리티(Reality)'를 재즈풍으로 준비해오는 정성을 보였다.
전 세계를 휩쓸고 다니고 있는 그의 행보와 꼭 닮은 시작이었다. 맨발로 등장한 제이콥 콜리어는 일렉 기타를 메고 종횡무진 무대를 누볐다. 폴짝폴짝 뛰며 넘치는 에너지로 '웰(WELLLL)'을 열창하던 그는 이내 피아노 앞에 앉아 풍성한 아카펠라가 더해져 가스펠 분위기까지 나는 '웨얼에버 아이 고(Wherever I Go)'를 감미롭게 불렀다. 그러다가 어쿠스틱 기타를 연주하며 '리틀 블루(Little Blue)'로 분위기를 바꿨다. 그야말로 쥐락펴락, 무대를 자신만의 세계로 만들어 장악했다.
관객들이 일제히 "제이콥"을 연호하자, 그는 신난 듯 방방 뛰었고 "여러분 기분 좋냐"고 물었다. 이어 자신도 기분이 좋다면서 "내가 여기 서울에 있기 때문"이라고 말해 박수받았다. 객석에서 "사랑해요"라는 말이 나오자 "아이 러브 유 투!"라고 화답하기도 했다. 제이콥 콜리어는 무려 90분간 무대를 꽉 채우며 그의 음악적 역량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이처럼 '서울재즈페스티벌'은 폭넓은 장르 경험의 장으로 변모하고 있다. 재즈의 비율은 줄었을지언정, 본연의 존재 가치를 꾸준히 가져가려고 고심한 흔적이 보였다. 장르의 확대는 더 많은 이들을 끌어당기는 페스티벌로 발전하는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 현장은 아이와 동반한 가족부터 연인,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는 관객들로 붐볐다. 햇볕을 쬐는 이열치열 방식으로, 혹은 그늘에서 돗자리를 펴고 더위를 피하는 방식으로 '다장르' 음악을 맛보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피서를 즐겼다.
'이름을 바꿔야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을 고민해볼 필요도 있지만, 결과적으로 재즈 DNA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현재의 '서울재즈페스티벌'은 긍정적인 변화의 단계를 밟고 있다고 보는 편이 좋겠다. 메인 무대인 88잔디마당의 헤드라이너는 첫째 날 밴드 레이니였으나, 둘째 날은 라틴 재즈의 거장 엘리아니 엘리아스, 마지막 날은 제이콥 콜리어였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