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과 금융연구원이 3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정책 콘퍼런스를 열었다. 왼쪽부터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 이항용 금융연구원장, 조용병 은행연합회장,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병환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 양종희 KB금융 회장, 빈대인 BNK금융 회장, 황병우 iM금융 회장 등이 참석했다.  금융위원회 제공
한국은행과 금융연구원이 3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정책 콘퍼런스를 열었다. 왼쪽부터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 이항용 금융연구원장, 조용병 은행연합회장,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병환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 양종희 KB금융 회장, 빈대인 BNK금융 회장, 황병우 iM금융 회장 등이 참석했다. 금융위원회 제공
“기준금리 인하를 통한 경기 부양 필요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부동산 때문에 가계부채 비율이 다시 악화하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3일 한은과 금융연구원이 공동으로 개최하고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후원한 정책 콘퍼런스에서 김병환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감원장 등과 대담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금융당국을 이끄는 세 명의 수장이 모여 부동산을 주제로 공개 대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위원장은 “대출 대신 지분 투자받는 지분형 주택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모험자본에 대한 여신이 전체 경제에서 줄어들고 있는 것에 경각심을 느껴야 한다”고 짚었다.

◇ 부동산 대출, 성장에 악영향

한은은 이날 콘퍼런스에서 한국의 부동산 신용 규모를 지난해 말 기준 1932조5000억원으로 파악했다. 전체 민간 신용의 절반(49.7%)에 이르는 규모다. 2014년 이후 연평균 100조원가량 증가하면서 약 10년간 2.3배 늘었다.

이 총재는 이 같은 부동산 금융 집중이 새로운 산업을 키우는 데 방해가 되고 있다고 짚었다. 그는 “금리 인하가 부동산 대출 확대로 이어진다는 것은 새로운 산업을 키우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라며 “금융 안정에 부담이 되고 잠재성장률이 낮아지는 악순환을 지속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은 분석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전체 민간 신용 대비 부동산 신용 비율이 6%포인트가량 상승하는 동안 민간 신용의 국내총생산(GDP) 기여율은 0.15%포인트에서 0.1%포인트로 내려갔다. 성장 기여도가 높은 편인 제조업 대출 비중은 2014년 34.5%에서 2024년 24.6%로 낮아졌지만 부동산업과 건설업 대출 비중은 19.7%에서 29.4%로 크게 높아졌다.

은행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 원장은 “은행과 상호금융, 캐피털 등 모든 기관이 부동산이라는 커다란 파이를 다른 형태로 뜯어먹는 식으로 영업하고 있다는 생각”이라며 “억지로 부동산 포트폴리오를 줄이지는 않더라도 고도화된 은행만이 할 수 있는 복잡한 투자를 장기간에 걸쳐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 “지분형 주택 성공 사례 필요”

김 위원장과 이 총재는 대출을 자산으로 전환하는 지분형 주택이 부동산 금융을 줄이는 대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주택을 구입할 때 한국주택금융공사 등 공공기관에서 지분 투자받고 소유권을 정부와 나눠 갖는 방식이다. 개인은 이 주택에 거주하면서 정부가 소유한 지분에 일종의 사용료(월세)를 내야 하지만 집값 상승 시 지분만큼 자산 증식이 가능하다.

이 총재도 비슷한 구조의 ‘한국형 리츠’를 언급하면서 “지분형이나 리츠로 기존에 대출로 자금을 조달해온 부동산 금융의 큰 틀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정책금융을 줄이자는 제안도 나왔다. 이 총재는 “정책금융이 집값을 올리고, 가계부채를 늘리고 있다”며 “저소득층이나 신혼부부를 돕긴 해야 하지만 그보다는 정책금융이 공급 측면을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진규/신연수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