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 열린 방콕국제모터쇼에 BYD 전기차가 전시돼 있다. 사진=REUTERS 연합뉴스
지난달 25일 열린 방콕국제모터쇼에 BYD 전기차가 전시돼 있다. 사진=REUTERS 연합뉴스
중국 시장에서 고전하는 테슬라가 오히려 현지 가격을 100만원 가까이 인상해 주목된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수요 부진으로 숨고르기에 들어간 가운데 중국 전기차 업체들 성장세가 예사롭지 않다. 올 1분기 판매량이 크게 늘어나면서 부진에서 벗어났다.

중국 비야디(BYD)의 1분기 순수 전기차 모델 글로벌 판매량은 30만114대로 전년 동기 대비 13% 늘어났다. 앞선 1~2월 저조한 판매량으로 올해 실적이 크게 줄 것이란 암울한 전망이 나왔지만 3월 들어 분위기가 반전됐다.

다른 현지 전기차 업체 판매량도 크게 늘었다. 리오토는 전년 동기 대비 53% 급증한 8만400대를 판매했고, 샤오펑 또한 20% 증가한 2만1821대를 팔며 두 자릿수 성장세를 보였다.
독일 그륀하이데 기가팩토리에서 생산된 모델Y. 사진=REUTERS 연합뉴스
독일 그륀하이데 기가팩토리에서 생산된 모델Y. 사진=REUTERS 연합뉴스
반면 테슬라는 2022년 3분기 이후 가장 낮은 실적을 기록했다. 테슬라는 1분기 전 세계 공급량이 38만6810대로 전년 동기 대비 8.5% 감소했다. 전문가 예상치(45만7000대)도 크게 밑돌았다. 테슬라는 예멘 후티 반군의 홍해 선박 공격으로 인한 물류 대란과 이달 초 송전탑 화재로 라인 정지 등 생산 차질 때문에 공급량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중국 가전업체 샤오미의 첫 전기차 'SU7'. 사진=REUTERS 연합뉴스
중국 가전업체 샤오미의 첫 전기차 'SU7'. 사진=REUTERS 연합뉴스
중국 내 저가 전기차 경쟁 심화는 테슬라엔 악재다. 최근 중국 가전업체 샤오미는 4000만원대 전기차 'SU7'을 출시했다. 동급인 테슬라 모델3보다 약 560만원 저렴하다. SU7은 중국 소비자들에게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차로 주목받으며 사전계약 하루 만에 8만여대가 팔렸다.

가격경쟁력에서 중국 전기차들에 밀릴 수밖에 없는 상황. BYD는 신형 모델을 출시하면서 시작가를 구형보다 11.3% 낮췄다. 또 1000만원대 저가형 전기차도 내놨다. 프리미엄 브랜드를 표방했던 샤오펑 역시 저가형 브랜드를 출범해 현재 판매 가격(20만~30만위안)의 절반 수준인 보급형 차량 출시 계획을 밝혔다.

반면 중국 시장에서 저가 전략을 썼던 테슬라는 오히려 가격을 인상하기로 했다. 테슬라는 이달 1일 모델Y의 중국 판매 가격을 5000위안(93만원)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투자은행 도이체방크는 "테슬라의 가격 인상은 견고한 수요의 신호라기보다는 이달 이익을 늘리려는 시도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선 테슬라가 1~2개월 사이 가격을 다시 조정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한다. 테슬라가 시장 상황과 자사 실적 등을 감안해 이른바 '싯가 전기차'로 불릴 정도로 고무줄 가격 정책을 펼쳐왔기 때문이다.

신용현 한경닷컴 기자 yong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