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퇴근길 정상운행 > 서울 시내버스 총파업이 11시간 만에 철회된 28일 봉래동 서울역버스종합환승센터로 버스가 향하고 있다. 서울 시내버스 파업은 2012년 이후 12년 만이다. 당시에는 출근시간 직전 극적으로 타결이 이뤄져 파업은 20분 만에 끝났다.  /뉴스1
< 퇴근길 정상운행 > 서울 시내버스 총파업이 11시간 만에 철회된 28일 봉래동 서울역버스종합환승센터로 버스가 향하고 있다. 서울 시내버스 파업은 2012년 이후 12년 만이다. 당시에는 출근시간 직전 극적으로 타결이 이뤄져 파업은 20분 만에 끝났다. /뉴스1
“지나가던 사람이 ‘버스 파업한다’고 일러주기 전까지 아무것도 모른 채 20분 넘게 기다렸다.” (서울 구로구 한재영 씨)

서울과 일부 경기지역 시민들이 28일 서울 버스가 11시간 동안 파업하는 통에 큰 혼란을 겪었다. 파업이 이날 오전 2시20분께 결정된 탓에 아침 출근길에 파업 사실을 몰랐던 시민들의 불편이 컸다. 양측의 협상이 오후 3시20분께 타결되면서 12년 만의 버스 파업은 반나절 만에 마무리됐다.

서울시 버스노동조합과 사측인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은 전날 오후 3시부터 11시간가량 마라톤협상을 이어갔다. 양측의 쟁점은 임금이었다. 노조 측에서는 12.7% 임금 인상을 원했고 사측에서는 2.5% 인상을 제시했다. 당초 협상 시한은 28일 0시였으나 타결되지 않아 교섭 시간을 연장했다. 그러나 오전 2시20분까지 타협점을 찾지 못하자 노동조합 측에서 파업을 선언했고, 4시 첫차부터 운행이 멈췄다. 지하철에 사람이 몰려 극도로 혼잡한 ‘지옥철’이 됐고 택시도 잘 잡히지 않아 회사나 약속에 늦는 지각 사태가 속출했다.

파업으로 출근길 대란이 일어난 가운데 양측은 물밑 협상을 이어갔다. 최종적으로 양측이 합의한 임금 인상 폭은 4.48%다. 윤종장 서울시 도시교통실장은 “부산 등 다른 지역과 동일한 수준으로 협상했다”며 “명절 등 특수 시기에 대중교통 연장 운행이 되는 점을 고려해 명절수당 65만원을 포함해 실질적인 인상 폭은 5.6%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노조는 6.1% 인상, 사측은 5.1% 인상을 고수하며 평행선을 달렸지만 시민 불편과 고교 3월 모의고사 등을 감안해 양측이 막판에 타협했다.

이번 버스 파업은 종전 지하철 파업 등과 달리 대체인력 투입 없이 모든 버스가 일시에 운행하지 않는 식으로 진행돼 발이 묶인 시민이 적지 않았다. 서울시와 각 구청은 무료 셔틀버스 480대를 운행하고 지하철을 증차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윤 실장은 “지하철의 경우 최소 인원은 파업에 참여할 수 없도록 하는 강제 조항이 있고 대체 인력 풀이 있어 유사시 투입이 가능하지만, 버스는 철도가 아니어서 강제 조항이 없고 버스 운전면허가 필요해 대체인력 구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서울 버스는 버스 운행으로 인한 적자를 서울시가 보전해 주는 준공영제 방식으로 운영된다. 버스회사들의 수입은 연 1조2000억원가량이고 비용은 1조8000억원 수준이다. 차액은 서울시가 부담하고 있다. 이번 임금 인상으로 인한 비용 증가도 사측인 서울버스운송사업조합이 아니라 서울시가 내야 한다. 윤 실장은 “임금 1% 인상 시 110억~120억원가량 재정 부담 요인이 발생한다”며 “이번 인상 결정으로 600억원가량의 추가 재정 부담이 생길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버스기사들이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게 맞느냐는 적절성 논란도 제기됐다. 임금 인상 전을 기준으로 서울 버스기사의 월급은 평균 486만원(평균 근속연수 8.44년)이다. 부산은 서울 버스기사 임금의 93%, 대구는 91% 수준을 받는다. 서울 버스기사가 더 많이 받는 셈이다. 윤 실장은 “서울 버스기사의 임금이 절대적으로는 높지만 생활비가 비싸 실제 체감하는 임금 폭은 다르게 느껴질 것”이라고 했다.

오늘 파업 일수를 근무 일수에 포함해달라는 요구를 서울시와 사측이 노동법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파업에 참여한 기사들은 하루를 ‘결근’하게 돼 무사고 개근포상금(21만원) 등을 못 받게 됐다. 한 버스기사는 “최소 7%대 인상에 성공할 줄 알았는데 4%대에 머물러 섭섭하다”며 “파업 안 하는 게 나을 뻔했다”고 고개를 저었다.

이상은/오유림/박시온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