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매매가가 10주째 하락한 가운데 전셋값은 불안이 이어지고 있다. 매매시장 관망에 따른 전세 수요 증가, 입주 물량 감소, 빌라 전세 사기 등이 맞물려 아파트 전세가를 끌어올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저렴한 전셋집을 구하기 위해서는 강동구 등 서울 대단지 입주가 예정된 지역을 전략적으로 공략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분양가상한제 적용 아파트의 실거주 의무 유예가 이뤄질지 등이 변수라는 지적이다.
계속 뛰는 서울 전셋값…강동·송파 새 입주단지 노려볼까

서울 전세 38주째↑…성동·송파 등 ‘불안’

12일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가격동향에 따르면 서울 전세가는 지난해 5월 넷째 주부터 38주 연속 상승하고 있다. 2월 첫째 주(5일 기준)에도 0.07% 오르며 누적으로 4.15%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서울 매매가가 1.55% 상승에 그쳤다. 수도권도 지난해 6월 말부터 전세가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

지난해 5월 이후 서울에서 전세가가 가장 많이 오른 곳은 성동구(8.33%)로 나타났다. 이어 송파구(7.42%), 양천구(5.73%), 동대문구(5.06%), 마포구(4.88%) 순이다. 2월 첫 주 기준으로는 성동구(0.26%), 용산구(0.09%), 동작구(0.10%), 서초구(0.07%)가 상승률이 높았다.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 전용면적 59㎡는 이달 12억5000만원에 전세 계약이 이뤄졌다. 지난해 12월에는 같은 면적이 11억원에 계약된 주택형이다. 두 달 새 1억5000만원 오른 셈이다. 동작구 흑석동 ‘아크로리버하임’ 전용 84㎡는 지난달 전세 계약이 11억4000만원에 체결됐다. 지난해 2월 8억원에 전세로 계약된 면적이다.

매매 관망과 갱신 계약 증가로 전세 수요는 늘고 있다. 게다가 신규 매물도 많지 않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3만4501건이다. 1년 전(5만1938건)보다 33.6% 줄었다.

당분간 전셋값 강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전세자금 대출은 주로 변동금리가 적용돼 올해 금리가 인하된다면 전세 수요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입주 물량 감소도 전셋값 상승 요인으로 꼽힌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이 지난해에 비해 급감했다”며 “집값이 반등하기 쉽지 않아 전셋값 오름세는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서울 입주 예정 물량은 1만1422가구로, 지난해(3만2879가구)보다 2만 가구가량 적다.

준공 대단지 어디…실거주 여부는 ‘변수’

전문가들은 대단지 입주가 예정된 지역에서 전세 매물을 구할 것을 조언한다. 박 위원은 “집들이가 이뤄지는 곳을 중심으로 1~3개월 전부터 전세 매물이 주변 시세보다 10% 정도 낮게 나오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입주 전 잔금을 치르기 위해 전세를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내놓는 집주인이 많을 것이란 설명이다.

이달 입주 예정 단지는 강동구 상일동 ‘e편한세상 고덕어반브릿지’(539가구)뿐이다. 다음달에는 강동구 성내동 ‘힐스테이트 천호역젠트리스’(160가구)와 동작구 상도동 ‘상도푸르지오클라베뉴’(771가구)가 집들이할 예정이다. 1000가구 이상 대단지는 6월 강동구 길동 ‘강동헤리티지자이’(1299가구)부터 시작된다. 오는 8월 강북구 미아동에선 1045가구의 ‘북서울자이 폴라리스’가 입주를 앞두고 있다.

분양가상한제 아파트의 실거주 의무가 3년 유예될 수 있을지도 변수다. 실거주 의무가 유예되면 강동구와 송파구를 중심으로 전세 물량이 많이 늘어날 수 있다. 강동구에서 ‘올림픽파크 포레온’(1만2032가구)이 11월 입주를 추진 중이다. 송파구에서는 9월 1265가구가 입주하는 문정동 ‘힐스테이트 e편한세상문정’이 실거주 의무 대상 단지다. 상반기 입주하는 ‘e편한세상 고덕어반브릿지’와 ‘강동헤리티지자이’에서도 전세 물량이 쏟아질 수 있다.

기존 거주지에서 계약갱신청구권을 활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함 랩장은 “올해 임차료가 전반적으로 오르는 상황이어서 갱신권을 쓰는 게 좋다”며 “신규 계약은 최대 3억원까지 전세자금을 대출해주는 신생아 특례대출을 이용할 수 있는지 따져볼 필요도 있다”고 했다.

한명현 기자 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