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월가가 중국을 두려워 않는 이유
패권국은 바뀐다. 폴 케네디는 저서 <강대국의 흥망>에서 강대국의 상대적 경제력은 계속 변하며, 어느 나라도 영원히 1등 자리에 있을 수는 없다고 주장한다. 그렇게 로마도 망했고, 스페인도, 영국도 패권을 잃었다. 중국이 경제·군사적으로 맹렬히 추격해오자 미국도 그렇게 될 것이란 생각이 워싱턴DC 정가를 사로잡았다. 미국이 몇 년 전부터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한 이유다. 월가는 워싱턴과 달리 그리 걱정하지 않는다. 중국이 스스로 만든 세 가지 문제, 이른바 ‘3D’에 발목 잡혀 미국을 추월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3D의 첫 번째와 두 번째는 부채(debt)와 디플레이션(deflation)이다. 수십 년간의 과도한 투자로 중국 지방정부와 기업들은 막대한 부채를 짊어지고 있다. 부동산 시장이 무너지면서 가계도 빚에 짓눌렸다. 소비와 경기가 후퇴하며 중국은 디플레이션의 나락으로 빠져들고 있다.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이 중국에서 재연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도 나온다.

인구 줄어드는 중국, 두렵지 않다

부동산 문제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구조조정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 결정적인 건 세 번째 ‘D’다. 바로 인구(demographics)다. 중국의 합계 출산율은 2022년 1.09명까지 떨어졌다. 현재 인구를 유지하기 위한 2.1명의 절반에 그친다. 중국 인구는 지난해 처음으로 85만 명 감소했다. 유엔은 중국 인구가 2022년 14억2600만 명에서 2050년 13억1300만 명으로 줄어든 뒤 2100년엔 8억 명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고령화로 2079년 생산가능인구가 부양인구보다 더 적어질 것으로 봤다. 투자와 성장은 감소할 수밖에 없다. 모건스탠리는 “중국의 인구 감소는 2025년부터 2030년까지 매년 경제성장률을 0.4%포인트씩 낮출 것”이라고 추산했다.

미국의 합계 출산율은 여전히 1.7명에 달한다. 유엔은 미국 인구가 2100년 3억9400만 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간 최고경영자(CEO)는 “중국은 ‘끔찍한 인구통계’를 갖고 있다. 나는 중국이 두렵지 않다”고 밝혔다. 에드 야데니 야데니리서치 설립자는 “고령화로 중국은 세계 최대의 요양원이 될 수 있다”며 “그에 따른 경제 불황은 미국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했다.

中보다 훨씬 빠른 한국 인구 감소

그런 중국보다 훨씬 더 빨리 인구가 줄어들고 있는 나라가 있다. 한국이다. 한국의 합계 출산율은 2022년 0.78명, 올해 3분기 0.70명으로 떨어졌다. 최근 뉴욕타임스와 월스트리트저널 등은 전례 없는 한국의 출산율 하락에 ‘신기하다’는 시각까지 드러내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한국 빼고는 출산율이 1 미만인 곳이 없어서다.

인구 감소는 생산력 감소를 뜻한다. 인공지능(AI) 발전이 보완할 수는 있지만 사람이 없다면 생산, 고용뿐 아니라 소비도 유지되기 힘들다. 지금과 같은 경제 규모도 지키기 어렵다.

맨해튼 32번가 코리아타운에는 한국인들이 더 많이 북적인다. 건물 거래가 이뤄지면 한국인이 매입했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인구절벽이 다가오는 한국을 떠나 달러 자산을 보유하겠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뭐라고 해야 할지 아득하고 막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