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의 59세 여성 트레이시 에글린이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았다(왼쪽). 괴사성 근막염으로 엉덩이가 감염된 환자의 모습. /사진=뉴욕포스트·더 미러
네덜란드의 59세 여성 트레이시 에글린이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았다(왼쪽). 괴사성 근막염으로 엉덩이가 감염된 환자의 모습. /사진=뉴욕포스트·더 미러
독감에 걸린 줄 알았던 네덜란드의 한 50대 여성이 쇼크를 일으켜 엉덩이를 20㎝나 도려낸 안타까운 사연이 전해진다.

최근 뉴욕포스트 등 외신에 따르면 트레이시 에글린(59)은 지난 1월 독감 증상을 보이다 며칠 후 패혈증 쇼크(패혈증으로 인해 위험할 정도로 낮은 저혈압이 동반돼 내부 기관에 혈액이 거의 유입되지 않는 현상)까지 동반해 병원으로 이송됐다. 그는 병원에서 독감이 아닌 '괴사성 근막염'이라고 진단받았다.

의료진은 에글린을 9일 동안 잠들게 한 뒤 3번의 수술을 거쳐 괴사한 조직과 근육을 제거할 수 있었다. '살을 파먹는 세균'이 엉덩이의 20㎝ 깊이까지 침범하면서 연조직을 순식간에 파괴한 탓이다.

발병 원인은 알 수 없으나, 상처나 인그로운 헤어(털이 각질층을 뚫지 못하고 모낭 내에 자라서 피부 속에 갇히는 현상)를 통한 감염인 것으로 의료진은 파악하고 있다. 의료진은 "검사를 하면서 살펴보니 그의 엉덩이 왼편이 괴사로 인해 검게 변해 있었다"며 "이미 괴사가 많이 진행돼 생존율이 10%밖에 안 되는 위급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수술 후 그의 몸무게는 약 30㎏이나 줄었다. 제대로 앉을 수도 없는 상황이며, 걷는 방법을 다시 익혀야 한다.

이제 그는 추가 감염을 피하기 위해 8개월 동안 카테터(복강, 소화관 등의 내용액 배출을 위해 사용되는 가는 관)를 부착해야 했다. 또 어디를 가든 특수 제작된 베개를 소지하며 다녀야 한다. 결장조루술도 받아 평생 인공항문(장루)을 달고 살아야 한다고 한다.

괴사성 근막염은 박테리아 감염 때문에 근막(근육의 겉면을 싸고 있는 막)에 염증이 생기는 희귀 질환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괴사성 근막염은 미국에서 매년 700~1200건 보고될 정도로 희귀하다.

증상 초기에 발열, 어지러움, 근육통 등을 겪기 때문에 감기나 독감으로 오해하기에 십상이다. 주로 피부 상처를 통해 균 감염이 일어났을 때 발생하지만, 벌레 물림, 수술 등에 따른 균 감염으로 생기는 경우도 있다.

괴사성 근막염은 상처 관리를 통한 감염 방지가 가장 중요하다. 상처가 생긴 경우 반드시 소독하고 밴드를 붙여야 하며, 상처가 아물 때까지 수영해서는 안 된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