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분양 비수기인 연말 이른바 ‘밀어내기 물량’이 쏟아지고 있지만 청약 시장의 활력은 크게 떨어졌다. 지난 3분기까지만 하더라도 분양 흥행이 이어진 것과 180도 달라진 분위기다. 기존 아파트값 하락과 공사비 상승에 따른 고분양가 등이 청약 시장에 직격탄이 됐다. 연말 미분양 증가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7일 부동산인포에 따르면 이달 전국 분양 물량은 53개 단지, 4만8638가구에 달한다. 이 중 일반분양 물량은 3만7979가구로, 올해 들어 최대다. 일반분양 1만1544가구는 공급됐고, 2만6435가구가 분양을 앞두고 있다.

물량만 따지면 연말 대규모 ‘분양 장터’가 열린 셈이다. 공급을 연기했던 건설사가 연내 분양에 나서면서 월별 최대 물량이 쏟아지고 있어서다.

이달 경기도에서만 16개 단지가 분양에 들어간다. 일반분양 물량만 1만3309가구다. 서울(6개 단지·1445가구)과 인천(5개 단지·5065가구) 등 수도권에서만 1만9819가구가 일반분양으로 공급된다. 분양업계 관계자는 “내년 초 분양 시장은 더 얼어붙을 수 있어 연말 모델하우스를 열었다”고 말했다.

청약 성적표는 기대 이하다. 부산 남구 우암동 ‘해링턴 마레’는 1297가구 모집에 청약통장 865개가 접수돼 1순위 미달 사태를 빚었다. 부산진구의 ‘아틀리에933’도 최근 1순위 청약에서 70가구 모집에 17명이 신청하는 데 그쳤다. 강원 강릉시 ‘강릉 모아미래도 오션리버’도 1순위 청약에서 552가구 모집에 510명만 신청했다.

업계는 청약 ‘옥석 가리기’ 현상이 계속되면서 미분양 단지가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지방에서는 청약 미달이 이어지고 있다”며 “미분양 공포가 확산할 가능성이 작지 않다”고 말했다.

유오상 기자 osy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