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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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티그룹이 지배구조를 단순화하고 사업부를 재구성하는 등 대대적인 조직 개편에 나섰다. 약 20년 만에 최대 변화다. JP모간체이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등 동종 은행 대비 부진한 성적을 거둔 데 따른 결단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사업부별 CEO에 직접 보고…조직 ‘슬림화’에 초점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제인 프레이저 씨티그룹 최고경영자(CEO)는 13일(현지시간) 관리 조직을 슬림화하고 의사결정 속도를 높이기 위한 조직 개편 방안을 발표했다.

개인 고객과 기관투자자를 기준으로 나뉘어 있었던 두 개의 대규모 사업부를 주요 부문별 △서비스(기관투자자 대상) △시장 △은행(투자은행 등) △자산 관리 △미국 퍼스널뱅킹(PB) 등 5개로 재편한다. 5개 사업부의 책임자는 프레이저 CEO에 직접 보고하는 구조다. CEO와 사업부 책임자 간 중간 관리 직급을 없애고, CEO의 권한을 한층 강화한 것이다.

프레이저 CEO는 성명에서 “우리 은행은 최대한의 잠재력을 발휘하는 동시에 주주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대담한 결정을 내려야만 한다”며 “이번 변화는 은행 전반에 걸친 불필요한 복잡성을 제거하고, 고객 서비스 향상을 위한 책임감을 증대시키며, 중단기 목표와 궁극적 변혁(Transformation)을 이행하기 위한 능력을 강화하는 길”이라고 설명했다.
제인 프레이저 씨티그룹 최고경영자  /사진=로이터
제인 프레이저 씨티그룹 최고경영자 /사진=로이터
씨티그룹은 또 의사결정에 관여하는 35개 위원회를 없애고, 중복 관리 문제를 야기하는 ‘공동 대표’ 체제를 폐지했다. 아시아‧태평양, 라틴아메리카‧유럽, 중동‧아프리카 등 특정 지역을 관할해 온 수장 자리도 없애겠다는 방침이다. 북미 외 지역 관리 구조를 통합‧일원화하겠다는 얘기다.

프레이저 CEO는 이날 투자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어렵고 인기가 없지만, 중대한 결정”이라며 “몇몇 직원들은 이를 매우 불편하게 여길 것이다. 그러나 이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주주들을 위해 전적으로 옳은 일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CNBC 방송은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씨티그룹이 “재무‧인사‧운영 등 백오피스(고객을 직접 상대하지 않는 부서) 중심으로 감원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프레이저 CEO 역시 직원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재능 있고, 열심히 일하는 일부 동료들과 작별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다만 구체적인 감원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다. 지난 6월 기준 씨티그룹 직원 수는 24만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4% 늘었다.

이 은행은 오는 11월 말까지 조직 개편 관련 세부 사항을 공개할 계획이다. 개편 시한은 내년 1분기 말이며, 다음 주에는 타운홀미팅도 예정돼 있다.
씨티그룹 주가 흐름.
씨티그룹 주가 흐름.

프레이저 CEO 취임 후 주가 40% 폭락

씨티그룹은 JP모간, BoA에 이어 미국에서 세 번째로 자산 규모가 큰 은행이다. 그러나 소매금융 시장에서 이 회사는 동종업계에서 비교적 뒤처져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21년 3월 프레이저 CEO가 취임한 뒤 현재까지 씨티그룹 주가는 40%가량 하락해 미국의 대형 은행 중 최악의 성적을 냈다. 40달러 초반대의 주가는 경쟁사 대비 최저 수준이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만큼 낮은 가격이다.

개편 이전까지의 조직 구조는 경영진 내 갈등을 초래하고, 직원들의 책임감과 사기를 떨어트려 새로운 프로젝트를 좌절시키기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년 전 샌디 웨일 전 씨티그룹 회장이 현재의 구조를 확립시킨 뒤 가장 의미있는 변화가 단행된 셈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올해 초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으로 ‘은행 위기’가 촉발된 이후 업계 전반에 긴장감이 퍼졌고, 이로 인해 크고 작은 은행들이 자신의 건실함을 입증하는 작업에 서두르고 있다”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글로벌 IB인 골드만삭스가 대대적 감원을 단행했고, 미국에서 7번째로 큰 은행인 트루이스트파이낸셜도 향후 수개월 내로 대규모 정리 해고를 통해 7억5000만달러의 비용을 절감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씨티그룹 주가는 전일보다 0.69달러(1.66%) 오른 42.37달러에 마감했다. 이 회사 주가는 최근 1년 동안 12.51% 주저앉은 상태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