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 자녀의 청약통장 가입 인정 기간이 5년으로 확대되는 주택공급규칙이 연내 시행될 예정이다. 방문객으로 북적이는 서울의 한 모델하우스. 한경DB
미성년 자녀의 청약통장 가입 인정 기간이 5년으로 확대되는 주택공급규칙이 연내 시행될 예정이다. 방문객으로 북적이는 서울의 한 모델하우스. 한경DB
새 아파트를 장만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는 신규 분양주택 청약이다. 최근 청약 필수조건인 청약통장 혜택이 금리 인상을 포함해 다양해지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17일 가점제의 중요한 축인 가입 기간을 추가로 인정받을 수 있는 내용의 주택공급규칙 개정을 추진해 연내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청약 수요자가 이를 활용하면 내 집 마련 시기를 앞당길 수 있을 전망이다.

14세 가입하면 29세에 기간 점수 만점

"자녀 14세 생일 선물로 청약통장"…납입인정 기간 확 늘어
미성년 자녀를 둔 부모라면 만 14세 생일을 기억하는 게 좋다. 정부가 최근 발표한 청약통장 기능 강화 방안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미성년자의 청약통장 납입 인정 기간을 기존 2년에서 5년으로 확대한 것이다. 청약통장에 가입하고 꾸준히 일정 금액을 납입하면 가입 기간을 인정받는다. 원칙적으로 성년이 되는 만 19세부터 납입 기간을 인정받지만, 현재는 성년이 되지 않은 17~18세에 넣은 금액과 기간도 인정해주고 있다. 이를 14세부터 인정해주겠다는 게 정부의 방침이다.

자녀가 14세 생일이 되는 날 청약통장을 개설해주면 자녀의 청약통장 가입 기간을 최대한 늘릴 수 있다. 청약가점제에서 세 가지 기준 가운데 하나인 청약통장 가입 기간은 17점 만점(15년 이상)이다. 14세부터 청약저축을 시작했다면 이듬해인 15세에 3점을 확보하게 되고, 29세가 되면 17점을 모두 채우게 된다. 성년이 되는 19세에 가입한 사람보다 5점을 더 확보하는 것이다.

청약통장 납입을 인정해 주는 금액도 늘어났다. 현재는 납입 기간 2년에 인정 금액이 최대 240만원이다. 미성년자일 때 넣는 금액은 월평균 최대 2만원만 인정해주는 구조다. 이를 5년(60개월) 600만원까지 확대한다는 게 정부의 계획이다. 납입 인정금액이 월 10만원으로 늘어나는 만큼 만 14세 생일부터 청약통장에 매월 10만원씩 꾸준히 저축하는 게 좋다. 10년 뒤인 24세에 1200만원의 금액을 인정받고, 이후 5년을 더 꾸준히 입금하면 가입 기간 만점(17점)에 1800만원을 납입한 청약통장을 갖게 된다.

이주현 월천재테크 대표는 “공공분양은 청약저축 총액이 많은 사람에게 우선 공급하기 때문에 납입 금액을 최대로 채운 사람이 내 집 마련에 더 유리하다”며 “부모가 자녀의 14세 생일 선물로 청약저축에 가입해주는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청약통장을 빨리 가입해야 하는 이유가 하나 더 생겼다. 청약 가점으로 경쟁할 때 동점이 발생할 경우 그동안 추첨 방식으로 입주자를 가렸지만, 개정안에 따르면 앞으로는 더 오래 가입한 사람이 우선적으로 당첨자가 된다. 이 같은 청약 제도 변화는 연내 시행될 예정이다.

배우자 청약저축도 유지해야

결혼 이후 부부 모두 청약통장을 갖고 있다면 둘 다 계속 보유하는 게 좋다. 현재는 가입 기간이 짧은 한 사람의 통장을 해지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번 개정안에 따라 상황이 달라졌다. 정부는 청약저축 가입 기간을 산정할 때 배우자 보유 기간의 절반을 합산할 수 있도록 바꿀 예정이다. 단 최대 3점까지만 인정해 주니 꼼꼼히 계산하는 게 필요하다.

예를 들어 남편이 5년(7점)을 가입했고, 아내가 4년(6점) 동안 청약저축을 넣었다면 현재 기준으로는 남편의 청약통장 하나만 인정(최대 7점)받는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남편의 가입 기간 가점 7점에 아내의 가점 절반인 3점을 합산해 총 10점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청약저축은 청약 당첨뿐만 아니라 이자 재테크 수단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저축에 대한 예금 금리가 인상된 데다 주택 구입을 위한 대출 금리는 더 낮출 수 있어서다. 정부는 청약저축 금리를 연 2.8%로 0.7%포인트 인상했다. 청년을 위한 ‘청년 우대형 종합저축’은 연 3.6%에서 연 4.3%로 오른다.

내 집 마련을 위해 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으면 청약통장 장기 보유자에게 더 낮은 금리를 적용한다. 주택 구입 자금 대출 시 우대금리를 현재는 청약통장을 3년 이상 보유한 사람에게 0.2%포인트 적용하지만, 앞으로는 최대 0.5%포인트로 확대할 방침이다.

통장 가입 기간이 5년 이상이면 우대금리를 0.3%포인트 적용한다. 10년 이상은 0.4%포인트, 15년 이상은 0.5%포인트를 적용할 예정이다. 금리 인상과 대출금리 우대는 이달 안에 시행한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