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폭염이 이어지면서 오는 12일까지 열리는 세계잼버리대회 안전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일각에서는 대회 일정을 축소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월드컵, 올림픽과 함께 3대 지구촌 축제로 꼽히는 세계잼버리대회가 폭염에 발목을 잡힐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기상청은 3일 “이달 13일까지 대부분 지역에서 최고 체감온도가 33~35도에 달하는 무더위가 이어지겠다”고 예보했다. 대회 첫 주말인 5일에는 아침 기온이 24~28도, 낮 기온이 30~36도 등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날 개영식 당시 폭염 환자가 속출하자 경찰과 소방은 한때 주변 인력까지 동원하는 ‘갑호 비상’과 ‘대응 2단계’를 각각 발령했다. 폭염 장기화가 우려되는 만큼 경찰은 당분간 갑호비상을 해제하지 않을 방침이다. 소방당국은 “앞으로 많은 인파가 몰리는 행사를 중단해 달라고 세계잼버리대회 조직위 측에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3일째 열리고 있는 세계 잼버리대회 참가자 중 1000명이 넘는 온열질환자가 발생했다. 지난 2일 하루에만 온열 질환, 벌레 물림 등으로 병원을 찾은 사람이 992명으로 집계됐다. 이날 야영지 안에서 환자 1757명이 발생했다.

조직위의 전반적인 진행이 미숙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개영식이 한창 열리던 당시 경찰·소방이 환자 이송을 위해 행사 중단을 요청했지만 주최 측은 약 20분간 행사를 이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잼버리 조직위는 “행사를 갑자기 중단하고 대피 명령을 내리면 더 큰 사고가 날 수 있어 계속 진행했다”며 “다만 마지막 불꽃놀이는 취소했다”고 해명했다.

대회 초반의 혼선에 대한 학부모의 불만도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세계잼버리대회에 자녀를 보낸 학부모 A씨는 “아무리 잼버리 정신이라지만 최소한 위생적이고 깨끗하게 해주는 등 기본은 갖추고 야영시켰어야 한다”며 열악한 환경에 분통을 터뜨렸다.

대회 공식 SNS에는 준비 부족을 지적하는 해외 부모들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 아들을 보낸 한 외국 여성은 “캠프장도, 텐트도, 장비도 없어 이틀째 밤은 땅에서 보냈다고 한다”며 “주최 측이 준비돼 있지 않아 너무 슬프다”고 적었다. 한 외국 남성은 “잼버리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냐”며 “딸이 그곳에 있는데 완전히 무질서하고, 더위도 심하고, 음식도 제공되지 않는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행사에 가장 많은 4465명의 청소년을 파견한 영국 외무부는 이날 “잼버리 대회 상황을 계속 모니터링하고 한국 정부와 긴밀히 소통하고 있다”고 밝혔다. 외무부 대변인은 “대규모 행사의 표준 관행에 따라 주한 대사관 영사 직원들은 영국 참가자를 지원하기 위해 현장에 상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세계잼버리대회 조직위 측은 온열질환 예방과 대응을 위해 30명의 의사, 60명의 간호사 인력을 추가로 확보하겠다는 대책안을 내놨다. 기존 70개였던 병상을 최대 220개까지 늘릴 예정이다. 바깥 활동이 불가능한 수준일 경우 참가자를 5만 명까지 수용이 가능한 체육관 등으로 대피시킨다는 계획도 내놨다. 폭염경보 발효 땐 프로그램을 축소하는 것도 검토 중이다.

행안부는 이날 오후 5시부터 폭염특보 확대에 따라 가동된 중앙재난대책본부를 1단계에서 2단계로 격상하고, 각 지자체와 잼버리 현장에 재난안전 특별교부세 60억원을 긴급 지원했다. 폭염 대응을 위해 중대본 2단계가 가동된 건 사상 처음이다.

조철오/이광식/최해련 기자 che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