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 한남뉴타운 재개발 조합 사이에서 고도 제한 완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남3구역 전경.  /한경DB
서울 용산구 한남뉴타운 재개발 조합 사이에서 고도 제한 완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남3구역 전경. /한경DB
대우건설이 시공을 맡은 서울 용산구 한남2재정비촉진구역(한남뉴타운 2구역)의 고도 제한 완화를 적극 추진한다. 최근 재개발조합에 제시한 도급계약서에 ‘내년 8월까지 규제를 풀지 못하면 그동안 투입된 비용을 부담하겠다’는 문구까지 포함했다. 대우건설의 승부수에 재개발 사업성 확보가 절실한 조합원 사이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엇갈리고 있다. 이웃한 한남뉴타운 3개 구역도 규제 완화를 요구하고 있어 고도 제한을 둘러싼 갈등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도급계약서에 ‘118 프로젝트’ 명문화

90m에 묶인 한남뉴타운…고도제한 풀릴까
20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대우건설은 지난 19일 한남2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에 공사 도급계약안을 전달했다. 지난해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대우건설이 제시한 ‘118 프로젝트’ 관련 내용이 특약으로 포함됐다.

계약안에서 대우건설은 기존 90m로 제한된 2구역의 고도 제한을 118m까지 완화하고, 단지 내 스카이브리지와 덮개공원 조성을 약속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내년 8월 31일까지 118 프로젝트 실현에 실패하면 그간 사용된 용역·금융비용 등을 대우건설이 모두 부담한다는 조항도 추가했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11월 치열한 접전 끝에 한남2구역 시공권을 따냈다. 당시 시공사 선정 경쟁에서 대우건설은 14층으로 제한된 2구역의 고도 제한을 풀어 최고 21층으로 짓겠다는 약속을 했고, ‘중대 변경에 실패하면 시공권을 포기한다’는 확약서까지 조합에 제출했다.

그러나 뒤이어 나온 서울시의 고도 제한 완화 발표에서 한남뉴타운이 언급되지 않자 조합 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내부 반발이 커지자 조합은 “도급계약서에 해당 내용을 명문화해달라”고 요구했다.

대우건설은 2025년 착공 전까지 서울시를 설득하겠다는 계획이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기존 고도 제한 완화 발표는 한남뉴타운을 대상으로 하지 않았기에 118 프로젝트는 이제 시작이고 전망도 긍정적”이라며 “조합과의 대화를 통해 프로젝트 실현에 시간이 필요하다는 데 합의하고 시점과 세부 내용을 협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조합원 사이에서는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시공사가 도급계약서에 고도 제한 완화를 명문화한 데 대해 긍정적인 반응도 있다. 하지만 내년까지 규제 완화에 실패하면 사업이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90m에 묶인 한남…구역마다 ‘아우성’

한남뉴타운은 당초 고도 제한 기준으로 110m를 적용받았다. 그러나 2016년 박원순 당시 서울시장이 새 지침을 적용하며 2·3·4·5구역 모두 90m로 낮춰졌다. 다른 구역보다 고지대에 있는 2구역은 고도 제한 탓에 최고 층수가 14층에 불과하다. 층수가 낮아지면서 건폐율은 32%로 높아졌다. 재개발 사업성이 낮다는 비판에 조합은 수년째 내홍을 겪고 있다.

사정은 다른 구역도 마찬가지다. 이주를 앞둔 한남3구역 역시 고도 제한 완화를 통해 최고 층수를 33층까지 높인다는 계획이다. 현재 건폐율이 42%로 4개 구역 중 가장 높기 때문이다. 계획대로라면 동 간 간격이 너무 좁아 주거 쾌적성이 떨어진다는 비판까지 나온다.

한강과 맞붙고 지대가 낮아 최고 층수가 23층에 달하는 4, 5구역 역시 고도 제한을 두고 불만이 적지 않다. 각각 건폐율이 30.75%, 31.63%로 최근 신축 단지들보다 10%포인트 가까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일부 동은 최고 7층으로 제한돼 용적률까지 손해보고 있다. 이에 5구역은 7층으로 규제된 일부 동의 층수를 12층까지 높이는 내용의 정비계획 변경을 추진 중이다. 4구역 역시 일부 동의 층수 규제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

정비업계에서는 한남뉴타운 4개 구역의 건폐율이 너무 높아 층수 완화에 대한 목소리가 더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4·5구역은 일부 동에 적용된 규제만 풀어도 최고 층수 완화 없이 건폐율을 20%대로 낮출 수 있다”며 “시공사가 선정된 이후에는 구역마다 규제 완화 목소리가 더 커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유오상 기자 osy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