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표 콜라보' 제품만 30여개…대한제분, 인지도 2배 껑충
‘곰표 밀가루’로 유명한 70년 전통의 밀가루 회사 대한제분은 매출 대부분이 기업 간 거래(B2B)에서 나온다. 그런 대한제분이 최근 북극곰 캐릭터 ‘표곰이’를 앞세워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 시장에서 영역을 넓히고 있어 관심을 끈다. 곰표 티셔츠에서 시작해 패딩, 맥주에 이르기까지 유통·패션기업들과의 컬래버레이션 마케팅이 연속 히트를 한 데 힘입어 최근에는 유럽산 잼, 버터 등 고급 식자재 수입·유통에도 뛰어들었다.

'곰표 콜라보' 제품만 30여개…대한제분, 인지도 2배 껑충
22일 대한제분에 따르면 이 회사는 올해를 2017년 선보인 표곰이 ‘시즌2’의 원년으로 삼아 브랜드 사업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지난 5년간 표곰이를 통해 대한제분이라는 회사를 젊은 소비자에게 알리는 데 집중했다면, 올해부터는 이를 활용해 실질적 실적 개선을 이뤄내겠다는 구상이다.

지금까지는 표곰이 사용권을 패션·유통기업에 주고, 그에 따른 로열티를 받는 협업 마케팅이 주였다. 앞으로는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을 통해 직접 기획·제조하는 비중을 높일 방침이다. 김익규 대한제분 마케팅본부장(사진)은 “곰표의 본질인 밀가루 제품과 대한제분이 개발·소싱한 원료에 브랜드를 적용한 제품을 OEM 방식으로 생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곰표 콜라보' 제품만 30여개…대한제분, 인지도 2배 껑충
대한제분이 이처럼 브랜드 마케팅 총력전에 나선 건 ‘생존의 위협’을 느꼈기 때문이다. 김 본부장은 “곰표를 알고 있는 사람이 점점 없어지다 보면 기업 자체가 사라질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런 인식 아래 2017년 말 ‘곰표 브랜드전략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그다음 해 첫 곰표 컬래버레이션 제품인 곰표 티셔츠가 탄생했다.

이후 캔맥주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는 평가를 받는 곰표밀맥주까지 30여 개 ‘곰표’ 제품이 출시됐다. 잇단 히트작 등장으로 2030세대의 곰표 브랜드 인지도(최초 상기도)는 2018년 25%에서 2년 반 만에 52%로 두 배가 넘었다.

대한제분은 높아진 브랜드 인지도를 B2C 사업 확대에 활용할 방침이다. 대한제분이 최근 공을 들이는 분야는 고급 식자재 수입·유통사업이다.

2021년 전담 조직이 구성됐고, 지난해부터 사업이 본격화됐다. 최근 입소문을 타고 있는 프랑스 프리미엄 잼 브랜드 ‘꽁피튀르 파리지엥’, 스페인 크림치즈 ‘퀘스크렘’ 등이 대한제분을 통해 국내에 들어온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대한제분은 식품소재기업 특유의 고루한 이미지에서 성공적으로 벗어난 사례로 업계에서도 주목한다”고 말했다.

글=양지윤 기자/사진=김범준 기자 y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