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수도권의 집 값 하락 폭이 더 크게 나타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수도권의 집 값 하락 폭이 더 크게 나타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수도권 아파트 값 하락세가 거세지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몇년간 집 값 상승을 이끌었던 수도권 주요 지역의 시세 하락 폭이 크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시세가 3년 전으로 까지 떨어진 아파트 단지들이 나오고 있어 청약 당첨자들의 속앓이도 심해지고 있습니다. 시세 차익은 커녕 제 값을 다 주고 산 셈이 돼서 입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금리 인상 국면이 끝나지 않는 한 이같은 집 값 하락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시절 이른바 '수용성'(수원·용인·성남)으로 불리며 수도권 집 값 상승을 주도했던 수원의 집 값 하락세가 가팔라지고 있습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수원 아파트 값(전월 대비 기준)은 올 1월부터 단 한번도 빠짐없이 떨어졌습니다. 매월 하락 폭도 커지고 있습니다. 지난 8월엔 마이너스(-)0.88%였는데 지난달엔 -1.70%로 하락 폭이 2배 가까이 커졌습니다.

올 들어 누적 하락 폭을 봐도 경기 전체를 크게 웃돌고 있습니다. 수원 안에서도 영통구의 집 값 하락 폭이 상대적으로 큰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지난달 영통구의 아파트 값은 전월 대비 2.97% 급락했습니다. 그 뒤로 팔달구 -1.20%, 장안구 -0.94%, 권선구 -0.79%를 기록했습니다. 수원은 문재인 정부 시절 수도권 집 값을 빠르게 끌어올린 지역 중 한 곳입니다.
한국은행의 연이은 금리 인상으로 금융권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단이 연 8%에 근접하고 있다. / 뉴스1
한국은행의 연이은 금리 인상으로 금융권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단이 연 8%에 근접하고 있다. / 뉴스1
2020년부터 2021년까지 30%에 육박하는 상승 폭을 보였습니다. 같은 기간 전셋값 역시 큰 폭으로 뛰며 집 값 상승을 뒷받침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한국은행이 금리 인상을 본격화한 뒤 올 들어 금리 인상 보폭을 확대하자 수원의 집 값 하락 폭은 더 크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한국은행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잡기 위해 지난 24일 사상 처음으로 여섯 차례 연속(4·5·7·8·10·11월) 금리 인상을 단행했습니다. 아직 물가 오름세가 뚜렷하게 꺾이지 않고 있기 때문에 당분간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 행진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금융권 대출금리 역시 '줄 인상'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실제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단은 연 8%대에 근접했습니다. 이번 금리 인상분까지 반영되면 연내 주택담보대출 뿐 아니라 전세 대출과 신용 대출 등이 모두 치솟을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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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연 8%를 넘어서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4년 만에 처음 보는 금리 수준이 되는 셈입니다. 부동산 가격 급락과 거래 실종에 가뜩이나 몸살을 앓고 있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빚투’(빚내서 투자) 소비자들의 원리금 상환 압박도 커지게 되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상승 폭이 컸던 수원 집 값의 하락 폭이 더 크게 나타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수원 영통구에 있는 광교중흥S클래스(전용면적 84㎡ 기준)는 지난 19일 12억1000만원(9층)에 거래됐습니다. 이전 최고가였던 지난해 11월 18억원(17층)에 비해 5억9000만원 하락했습니다. 불과 3일 전인 지난 16일 13억1500만원(36층)보다도 1억500만원이 떨어졌습니다.

주변에 있는 광교더샵(전용면적 84㎡ 기준)도 지난달 10일 10억원(28층)에 실거래 됐습니다. 지난해 10월 최고가였던 13억9500만원(16층)에 비해 3억9500만원 떨어졌습니다. 지난 8월만 해도 11억원(19층)이었는데 단기간에 억 단위로 가격이 하락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수원 집 값 하락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부동산 시장이 하향 조정 국면에 진입했지만 수원 지역의 공급 물량은 쏟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수원 아파트 입주 물량은 올해 1만883가구로 집계됐습니다. 내년엔 9357가구입니다. 아실에서 측정한 수원 지역의 적정 공급 물량은 연간 기준 5948가구입니다. 연간 적정한 시장 수요에 비해 2배 수준의 공급 물량이 나오는 것입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몇년간 경험해보지 못한 대출금리 인상 '쇼크'에 매수세가 쪼그라들면서 역대급 거래 실종, 거래 절벽이 이어지고 있다"며 "이 와중에 공급 물량까지 늘어나면 집 값 하락세를 잡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