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정차역 신설 호재로 지난해 크게 올랐던 해당 지역 아파트 가격이 최근 하락세로 돌아서고 있다. 내년 말 개통 예정인 GTX-A노선 동탄역 인근의 한 아파트 단지. 한경DB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정차역 신설 호재로 지난해 크게 올랐던 해당 지역 아파트 가격이 최근 하락세로 돌아서고 있다. 내년 말 개통 예정인 GTX-A노선 동탄역 인근의 한 아파트 단지. 한경DB
광역급행철도(GTX) 신설 호재를 타고 급등한 수도권 외곽 지역 아파트 가격이 급냉각기를 맞고 있다.

‘철길 따라 오른다’는 기대감에 단기간에 수억원씩 뛰었던 가격이 올해는 다시 수억원씩 떨어지는 ‘롤러코스터’ 양상을 보이고 있다. 경기 안양 일부 지역 아파트 가격이 지난해 대비 2억~4억원씩 하락했으며 평택, 동탄, 인천 송도 등은 가격 하락 후 최근 2개월간은 아예 거래가 멈춰서 있다. 눈앞에 닥친 금리인상 여파가 개통까지 시일이 소요되는 GTX 등의 장기 교통 호재를 압도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덕원, 9개월 만에 ‘4억원 뚝’

GTX '롤러코스터 집값'…인덕원·동탄 '뚝'
23일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경기 안양시 푸른마을인덕원대우아파트의 전용면적 84㎡ 매매가격은 지난해 8월 12억4000만원으로 최고가를 찍었다가 이달 초 8억3700만원으로 급락했다. 불과 9개월여 만에 4억원이 하락했다. 2001년 4월 입주한 최고 26층, 총 17개동 1996가구 대단지로 서울 지하철 4호선 인덕원역이 도보 10~15분 거리에 있다. 인덕원역은 경기 양주 덕정과 수원을 남북으로 잇는 GTX-C노선 수혜 지역으로 꼽힌다. GTX-C노선 정차역에서 인덕원역을 포함시킨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지난해 6월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되며 집값이 크게 뛰었다. 지난해 5월까지 같은 면적이 8억~9억원 선에 거래됐지만 같은 해 6월 곧바로 첫 10억원을 돌파했다. 그러다가 올해 초 급락해 현재 8억원대까지 내려갔다.

인접 단지도 하락세를 피하지 못했다. 인덕원마을삼성은 지난해 9월 10억5000만원에 거래됐다가 올 3월 8억5600만원에 손바뀜한 뒤 거래가 끊겼다. 이 지역 중개업소들은 GTX 호재가 지나치게 반영돼 과열됐던 분위기가 돌아오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인덕원역 S공인 관계자는 “인덕원역 대표 단지인 대우, 삼성 두 곳의 경우 급매물이 나오는 상황”이라며 “인덕원대우 전용 84㎡ 1단지는 9억1000만원에, 인덕원역과 조금 더 거리가 있는 2단지는 8억5000만원에 호가가 형성돼 있다”고 설명했다.

평택 동탄 송도 등 하락 후 매수세 끊겨

다른 GTX 수혜 예상 지역들도 열기가 식고 있다. 지난해 고점을 찍고 올해 초 하락한 뒤 매수 심리가 위축되면서 최근 2~3개월간 거래가 자취를 감췄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GTX-C 노선을 연장하겠다고 하면서 기대를 모은 곳들의 역세권 아파트도 보합세다. 평택 지제역 인근 평택센트럴자이2단지 전용면적 84㎡의 경우 지난해 7월 6억5000만원에서 올 3월 6억700만원으로 하락한 뒤 최근 두 달간은 매매 거래가 없다. 연장역인 동두천역 배후 단지 동원베네스트는 전용면적 84㎡ 기준으로 지난해 7월 4억1000만원에서 12월 3억3500만원까지 내려갔고 올해는 거래가 아예 끊겼다.

다른 노선 수혜지역도 분위기는 싸늘하다. A노선 동탄역 배후단지인 동탄역센트럴예미지 84㎡는 지난해 9월 10억2000만원을 찍고 하락해 올 2월 9억500만원을 기록했다. 이후 매매가 없다. B노선 종점인 인천 송도국제도시도 고점에서 꺾인 모양새다. 송도동 송도더샵퍼스트월드는 전용면적 84㎡(6층 기준)가 지난해 9월 9억1000만원을 기록했다가 지난달 8억8600억원으로 내려갔다.

전문가들은 GTX 정차역 수혜지의 가격이 하반기에도 힘을 받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임병철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은 “새 정부에서도 올 하반기에 당장 대출 규제가 풀릴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렵고 금리 인상 부담까지 있어 매수자들이 부담스러운 상황”이라며 “일러야 2027년에나 완공되는 GTX(C노선 기준)를 기다리며 매수자들이 대출을 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