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난 보유세 부담에 일부 다주택자들은 이혼까지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늘어난 보유세 부담에 일부 다주택자들은 이혼까지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올해 종부세가 7000만원 나왔습니다. 세무사를 찾아가니 내년은 1억원이 될꺼라고 하네요. 한 채를 팔아도 양도소득세 때문에 남는 게 없고, 유일한 절세 방법은 이혼이라기에 요즘 고민에 빠졌습니다."
서울에 아파트 두 채를 보유한 A씨는 최근 이혼 절차를 알아보고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유일한 노후 대비 수단으로 아파트를 마련했는데, 거액의 세금을 내면 노후자금이 부족해지기에 세금을 최대한 줄일 방안을 찾아나선 것이다. A씨 부부가 이혼으로 1가구 1주택자가 되면 두 사람의 종합부동산세(종부세)는 합쳐도 500만원 수준에 그친다. 1년 혼인 유지 비용이 1억원에 달하는 셈이다.

25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지난 22일 부과된 종부세의 후폭풍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종부세는 6월1일 기준으로 부과되는 세금인데 1주택자는 공시가격 11억원, 다주택자는 1인당 합산 금액 6억원 이상이면 종부세를 내야 한다. 특히 조정지역 2주택자와 3주택자 이상 다주택자의 세율은 1.2~6.0%로 지난해 0.6~3.2% 대비 2배 가까이 올랐다.

올해 주택가격 급등, 공시가격 현실화율과 공정시장가액비율 상향 등의 영향으로 다주택자의 종부세 부담이 대폭 늘었다. 부동산 커뮤니티에는 종부세가 지난해 보다 10배 넘게 올랐다는 하소연이 줄을 잇는다. 다주택자의 경우 수천 만원에 달하는 종부세가 부과됐고, 집을 옮기는 과정에서 일시적 2주택자가 돼 지난해 1만원이던 종부세가 130만원 가량 나온 사례도 있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바라본 아파트 모습. 사진=뉴스1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바라본 아파트 모습. 사진=뉴스1
종부세는 내년에 더 늘어날 예정이다. 공시가와 공정 시장 가액 비율 상승이 계속돼서다. 정부는 70% 수준인 공동 주택 공시가 현실화율을 2030년 90%까지 끌어올리겠다며 '공시가 현실화 로드맵'을 추진하고 있다. 공시가는 시세를 기준으로 산정돼 집값이 오르면 함께 상승한다. 기획재정부는 내년 공시가가 5%대로 오른다는 전제를 바탕으로 내년 종부세가 6조6300억원 걷힐 것으로 예측한 바 있다. 만약 집값이 그 이상 상승한다면 종부세도 더 늘어나게 된다.

기준금리 인상이 이뤄졌다는 점도 다주택자와 갭투자자들에겐 부담스러운 일이다. 한국은행은 이날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을 결정했다. 이에 따라 기준금리는 0.75%에서 1.0%로 상향됐다. 국내 증권가에서는 한국은행이 내년 초 0.25%포인트를 추가로 인상해 기준금리가 1.25%까지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통상 기준금리가 인상되면 시중 대출금리가 상승하고 가계대출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진다. 갭투자를 한 다주택자의 부담도 커지게 된다. 가령 연 2.5% 금리에 3억원을 빌린다면 한 해 이자가 750만원에 그치지만, 금리가 연 3.5%로 오르면 한 해 이자가 1050만원으로 300만원 가량 늘어난다. 평균적인 직장인의 한 달치 월급이 이자로 사라지는 셈이다. 통계청이 올해 초 발표한 ‘2019년 임금 근로 일자리 소득(보수) 결과’에 따르면 직장인 월 평균 소득은 309만원(세전)이다.
서울의 한 부동산에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뉴스1
서울의 한 부동산에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뉴스1
경기도 안양시 B공인중개사는 "최근 주택을 3~4개 이상 보유한 다주택 고객의 매도 문의가 들어왔다"며 "서울 등 소위 '상급지'에 있는 주택은 그대로 보유하면서, 비교적 외곽에 있는 주택 매도를 고민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군포시 C공인중개사도 "소형 주택을 내놓는 다주택 고객이 몇명 있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급매물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C공인중개사는 "매물들의 가격은 높은 편이다. 아직까진 급하게 처분해야 한다는 분위기는 아니다"라고 귀띔했다.

다주택자들이 과감하게 매물을 내놓지 못하고 고민하는 이유는 시장에 변수가 남았기 때문이다. C공인중개사는 "내년 종부세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이지만, 6월1일 이전에 주택을 처분하면 피할 수 있다"며 "문제는 대선"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내년 3월 대선 결과에 따라 현 정부의 보유세 기조가 강화될 수도 있고 완화될 수도 있다. 대선 결과를 본 뒤 (주택을 처분할지) 판단을 내리겠다는 수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종부세에 긍정적인 입장이다. 주택에 더해 토지에까지 일괄 세금을 매기는 국토보유세 신설도 공약으로 내세웠다. 반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종부세의 적절성을 재검토하고 공시가격 인상 속도도 조절해 실효세율을 인하한다는 공약을 세웠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