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버트 박사 131년 전 "한글은 완벽한 문자"…美 언론 기고문 공개
“한글은 완벽한 문자가 갖춰야 하는 조건 이상을 갖추고 있다.”

일본에 맞서 나라 안팎에서 독립운동을 한 것으로 잘 알려진 미국인 호머 헐버트 박사(사진)가 131년 전 국제사회에 처음으로 한글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해외 언론에 보낸 기고문이 31일 공개됐다. 헐버트박사기념사업회는 이날 서울 양화진외국인선교사묘원에서 헐버트 박사 71주기 추모식을 열고, 그가 1889년 뉴욕트리뷴에 기고한 기사 원문과 번역본을 공개했다.

헐버트 박사는 기고문에서 “조선어 철자(한글)는 철저히 발음 중심”이라며 “표음문자 체계의 모든 장점이 한글에 녹아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영어엔 모음이 5개에 불과해 상황에 따라 모음이 다른 방식으로 발음될 수밖에 없지만 한글은 그렇지 않다는 점을 설명하면서 “영국과 미국에서 오랫동안 갈망하고 학자들이 심혈을 기울였으나 성공을 거두지 못한 과제가 조선에서는 수백 년 동안 현실로 존재했다”고 썼다.

김슬옹 세종국어문화원 원장은 “한글의 과학성과 효율성에 주목해 한글이 완벽한 문자임을 세계에 최초로 알린 문헌”이라고 설명했다.

헐버트 박사는 1886년 23세 때 대한제국에 들어와 왕립 영어 학교인 육영공원의 교사로 일했다. 1905년 을사늑약이 체결되자 고종의 친서를 품고 미국에 특사로 파견되기도 했다.

헤이그 특사 파견 일로 미국으로 추방된 그는 광복 이후인 1949년 7월 29일 한국으로 돌아왔지만, 1주일 뒤 86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한국 땅에 묻히고 싶다’는 소망에 따라 그는 양화진 외국인 묘지에 묻혔다. 한국 정부는 1950년 외국인으로는 최초로 건국훈장(독립장)을 추서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