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민주 정부'만 들어서면 집값이 날아가는 이유 [여기는 논설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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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야당 미래통합당이 집권당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을 추월했다는 소식이다. 3년 전 박근혜 대통령 탄핵사태 이후 첫 역전이다.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했겠지만 ‘부동산 민심’이 핵심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처참한 부동산 정책 실패가 중도층을 돌려세워 한때 2배 넘게 앞섰던 압도적인 차이가 뒤집히고 말았다.
처참한 정책실패도 고통스럽지만 대통령에서부터 장관, 여당 정치인에 이르기까지 실패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그 비겁함에도 기가 막힌다. 연초 TV에 나와 “우리 정부가 부동산 문제에서는 좀 자신이 있다고 장담하고 싶다”는 엉뚱한 말로 우려를 증폭시켰던 문 대통령은 여전히 '뭐가 문제냐'는 식이다. "지금 부동산 시장은 안정적""집값 곧 하락" 등 일도 공감 못할 메시지를 지금 이 순간에도 연발하고 있다. 여권은 그 말을 받들어 "야당의 발목잡기로 세금인상 등의 규제조치가 늦어져 조금 올랐을 뿐"이라고 우긴다. 단독과반 의석으로 밀어붙여 규제세트가 완비된 만큼 "곧 약발이 나올 것"이라는 주장이다.
물론 감당하기 힘들만큼 올랐으니 기술적인 조정이 올 수도 있다. 하지만 잘못된 처방으로 고름을 키운 돌팔이 의사가 '터지고 나면 괜찮을 것'이라며 잘 관리되고 있다고 생색내는 격이다.피부 아래의 자리잡은 수많은 고름이 다시 불거질 것이란 점은 외면하는 무책임한 태도다. 그 고름 줄기 문제가 커지면 또 다른 핑계를 늘어놓을 것이다. 조만간 '조상 탓'하는 어이없는 장면을 보게될까 두려울 뿐이다.
고통받은 국민은 안중에도 없다. 다락처럼 치솟는 집 값에 내집 마련의 꿈이 날아가고 전월세를 전전해야할 생각에 밤잠을 설치는 서민들 억장은 무너질 수밖에 없다. ‘강남 집값’이 가장 많이 치솟은 탓에 강북.지방 거주자들도 상대적 박탈감에 찜찜하기는 마찬가지다.
부동산 정책의 참담한 실패는 정권별 집값 상승률에서도 잘 드러난다. 경실련이 최근 분석한 '서울 25평 아파트' 상승률을 보면 최악은 노무현 정부로, 집권기간중 94% 치솟았다. 다음은 73%의 김대중 정부다. 문재인 정부의 상승률은 53%로 세번째다. 하지만 3년치(2017년5월~2020년5월) 결과여서 연율로 따지면 연 18%선으로 1위 노무현 정부와 막상막하다.이른바 진보진영이 '민주정부 1~3기'로 칭하는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정부에서 일제히 집값 급등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보수정부는 어떨까. 보수 정부로 분류되는 이명박·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이 정부 인사들은 걸핏하면 '부동산 값을 못 띄워 안달이었다'고 비난한다. 하지만 가격 지표를 보면 어느 때보다 부동산 시장이 안정적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명박 정부 5년간 25평 아파트는 오르기는 커녕 13%나 하락했다. 이어 박근혜 정부에서는 오름세로 반전됐지만 4년여 집권기간의 상승률은 27%에 그쳤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9년여 상승률을 합쳐도 25%로 문재인 정부 3년 상승률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는 게 경실련 분석이다.보수성향 김영삼 정부의 상승률도 26%에 그쳤다.
자칭 '민주 정부'는 왜 부동산 정책에 실패하는 것일까. 정권마다 외부환경이 다르다는 점이 감안되야겠지만 공통적인 두 가지 정책적 오류를 지적할 수 있다. 우선 복지·위기 등을 빙자한 무책임한 통화 확대 정책이다. '서민을 위한다'며 '초유의 위기'라며 무차별 돈풀기를 선호하다보니 부동산시장을 자극할 수 밖에 없다. 다음으로는 규제 집착에 따른 주택 공급량 감소다. 재산권 침해 논란에도 '부자가 돈 버는 것을 막는 게 정의'라는 엉뚱한 신념과 정치적 계산을 앞세워 재건축·재개발을 통제한 결과 적절한 주택공급에 실패하고 말았다.'살기 좋은 집'은 국민 모두의 로망이자 필수재인만큼 작은 수급불균형도 시장의 과민반응을 부르게 된다. 기존 주거단지를 개발하지 못하다 보니 도심 곳곳에서 숨통을 열어주던 여유 부지들이 일제히 거대 아파트 촌으로 전락하는 악순환도 반복되고 있다.
잘못된 정책보다 더 큰 문제는 주택정책 책임자들에게서 예외없이 관찰되는 과도하면서 근거도 없는 자신감이다. 집값이 오르면 공권력과 세금을 동원해 누르면 된다는 단세포적인 발상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왜곡축적에 따른 패닉은 불가피하다. 정교한 시장에는 미적분급의 복합적인 대응이 필수인데도 덧셈 뺄셈 수준의 실력으로 밀어붙이기만 하니 백전백패다. 정책당국자들은 사무실 책상 앞에 붙여둔 '대선 일정표'부터 떼어내기 바란다.
백광엽 논설위원 kecorep@hankyung.com
처참한 정책실패도 고통스럽지만 대통령에서부터 장관, 여당 정치인에 이르기까지 실패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그 비겁함에도 기가 막힌다. 연초 TV에 나와 “우리 정부가 부동산 문제에서는 좀 자신이 있다고 장담하고 싶다”는 엉뚱한 말로 우려를 증폭시켰던 문 대통령은 여전히 '뭐가 문제냐'는 식이다. "지금 부동산 시장은 안정적""집값 곧 하락" 등 일도 공감 못할 메시지를 지금 이 순간에도 연발하고 있다. 여권은 그 말을 받들어 "야당의 발목잡기로 세금인상 등의 규제조치가 늦어져 조금 올랐을 뿐"이라고 우긴다. 단독과반 의석으로 밀어붙여 규제세트가 완비된 만큼 "곧 약발이 나올 것"이라는 주장이다.
물론 감당하기 힘들만큼 올랐으니 기술적인 조정이 올 수도 있다. 하지만 잘못된 처방으로 고름을 키운 돌팔이 의사가 '터지고 나면 괜찮을 것'이라며 잘 관리되고 있다고 생색내는 격이다.피부 아래의 자리잡은 수많은 고름이 다시 불거질 것이란 점은 외면하는 무책임한 태도다. 그 고름 줄기 문제가 커지면 또 다른 핑계를 늘어놓을 것이다. 조만간 '조상 탓'하는 어이없는 장면을 보게될까 두려울 뿐이다.
고통받은 국민은 안중에도 없다. 다락처럼 치솟는 집 값에 내집 마련의 꿈이 날아가고 전월세를 전전해야할 생각에 밤잠을 설치는 서민들 억장은 무너질 수밖에 없다. ‘강남 집값’이 가장 많이 치솟은 탓에 강북.지방 거주자들도 상대적 박탈감에 찜찜하기는 마찬가지다.
부동산 정책의 참담한 실패는 정권별 집값 상승률에서도 잘 드러난다. 경실련이 최근 분석한 '서울 25평 아파트' 상승률을 보면 최악은 노무현 정부로, 집권기간중 94% 치솟았다. 다음은 73%의 김대중 정부다. 문재인 정부의 상승률은 53%로 세번째다. 하지만 3년치(2017년5월~2020년5월) 결과여서 연율로 따지면 연 18%선으로 1위 노무현 정부와 막상막하다.이른바 진보진영이 '민주정부 1~3기'로 칭하는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정부에서 일제히 집값 급등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보수정부는 어떨까. 보수 정부로 분류되는 이명박·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이 정부 인사들은 걸핏하면 '부동산 값을 못 띄워 안달이었다'고 비난한다. 하지만 가격 지표를 보면 어느 때보다 부동산 시장이 안정적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명박 정부 5년간 25평 아파트는 오르기는 커녕 13%나 하락했다. 이어 박근혜 정부에서는 오름세로 반전됐지만 4년여 집권기간의 상승률은 27%에 그쳤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9년여 상승률을 합쳐도 25%로 문재인 정부 3년 상승률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는 게 경실련 분석이다.보수성향 김영삼 정부의 상승률도 26%에 그쳤다.
자칭 '민주 정부'는 왜 부동산 정책에 실패하는 것일까. 정권마다 외부환경이 다르다는 점이 감안되야겠지만 공통적인 두 가지 정책적 오류를 지적할 수 있다. 우선 복지·위기 등을 빙자한 무책임한 통화 확대 정책이다. '서민을 위한다'며 '초유의 위기'라며 무차별 돈풀기를 선호하다보니 부동산시장을 자극할 수 밖에 없다. 다음으로는 규제 집착에 따른 주택 공급량 감소다. 재산권 침해 논란에도 '부자가 돈 버는 것을 막는 게 정의'라는 엉뚱한 신념과 정치적 계산을 앞세워 재건축·재개발을 통제한 결과 적절한 주택공급에 실패하고 말았다.'살기 좋은 집'은 국민 모두의 로망이자 필수재인만큼 작은 수급불균형도 시장의 과민반응을 부르게 된다. 기존 주거단지를 개발하지 못하다 보니 도심 곳곳에서 숨통을 열어주던 여유 부지들이 일제히 거대 아파트 촌으로 전락하는 악순환도 반복되고 있다.
잘못된 정책보다 더 큰 문제는 주택정책 책임자들에게서 예외없이 관찰되는 과도하면서 근거도 없는 자신감이다. 집값이 오르면 공권력과 세금을 동원해 누르면 된다는 단세포적인 발상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왜곡축적에 따른 패닉은 불가피하다. 정교한 시장에는 미적분급의 복합적인 대응이 필수인데도 덧셈 뺄셈 수준의 실력으로 밀어붙이기만 하니 백전백패다. 정책당국자들은 사무실 책상 앞에 붙여둔 '대선 일정표'부터 떼어내기 바란다.
백광엽 논설위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