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코노미] '아파트 리모델링 특별법'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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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법' 등서 분리한 '리모델링法' 제정 추진
재건축 대안사업 가능성…1기 신도시 등 수혜
재건축 대안사업 가능성…1기 신도시 등 수혜
아파트 리모델링사업의 근거가 되는 별도 법이 만들어진다.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법이 제정될 경우 일산과 분당 등 1기 신도시와 1990년대 준공된 중·고층 단지들이 수혜를 입을 전망이다.
◆이달 중 ‘특별법’ 입법
12일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공동주택 리모델링 활성화를 위한 특별법’이 이르면 이달 중 발의될 예정이다. 지난해부터 준비 작업에 착수해 법을 이루는 조문 등의 성안을 마쳤다. 김병욱 의원실 관계자는 “다른 법과 상충하는 부분이 있는지 국회 법제실에 검토를 요청했다”며 “절차가 예정대로 진행될 경우 이달 말께 발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리모델링사업은 사안에 따라 여러 법을 적용받는다. 수직증축 리모델링의 경우 사업 절차엔 ‘주택법’이 적용되고 용적률 상한은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국계법)’, 건축 기준은 ‘건축법’을 따른다. 재개발·재건축사업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을 통해 체계적으로 관리되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번 특별법은 여러 법률에 흩어져 있는 리모델링 관련 규정을 한 데 모으고 절차를 간소화 하는 게 골자다.
법이 제정되면 그간 리모델링 활성화를 가로막던 규제가 여럿 줄어들 전망이다. 대표적 규제로 꼽히는 안전 관련 심사 규정도 손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수직증축 리모델링의 경우 1차 안전진단 이후 1·2차 안전성검토, 2차 안전진단까지 총 4차례에 걸쳐 심사를 받는다. 2차 안전성검토를 통과하지 못하면 사업계획승인 자체가 나질 않는다. 대부분 단지의 리모델링사업이 여기서 좌초한다. 승인 사례는 서울 송파동 성지아파트가 유일하다. 서울 답십리동 신답극동아파트와 문정동 시영아파트를 비롯해 1기 신도시 첫 리모델링 시범단지였던 분당 한솔5단지 등은 안전성검토가 지연되자 수평증축으로 선회했다.
기구나 기금설치 등 지원 정책을 강화하는 방안도 담긴다. 현재는 각 지자체가 조례를 통해 사업비의 일부를 제공하고 있다. 서울시와 성남시 등이 기본계획 수립 진행비용이나 안전진단 비용 등을 재정으로 지원하고 있지만 리모델링을 활성화하기엔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별법 제정 작업에 참여한 신동우 아주대 건축과 명예교수는 “리모델링은 기존 건축물의 성능을 회복시키는 것이지만 정비사업이나 신축공사에 준하는 규제를 받을 정도로 개념 자체가 정립돼있지 않다”며 “지자체 등 인·허가 기관에서 융통성 있게 규정을 적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명시적으로 정리하고 적용 범위나 주체를 정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유광흠 건축도시공간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특례가 부여되고 정부 차원의 지원 정책이 추가되는 만큼 리모델링사업이 활성화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리모델링 탄력 받을까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될 경우 주택 노후화 문제에 직면한 일산과 분당 등 수도권 1기 신도시 아파트들이 수혜를 입게 될 전망이다. 이들 신도시 주변에 3기 신도시가 들어설 예정이지만 재건축이 요원해 도시 경쟁력 저하가 우려되고 있다. 대부분 아파트가 15층 이상 중·고층으로 지어져 허용 용적률을 꽉 채웠기 때문이다. 용적률이란 부지 면적에 대비 건축물 연면적 비율을 말한다.
1990년대 준공된 아파트들이 재건축 대안으로 리모델링을 선택할 수 있는 길이 트일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내년 준공 30년차가 돼 재건축 연한을 채우는 아파트는 전국 27만 가구, 서울 3만3000여 가구다. 2022년엔 전국 38만1000가구, 서울 4만7000가구로 늘어난다. 이들 단지들이 재건축을 논의하기 전에 리모델링으로 유도해야 중장기적인 집값 불안과 수급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다는 게 주택업계의 주장이다.
리모델링은 허용 기준 연한이 준공 후 15년으로 재건축의 절반에 불과하다. 조합설립에 필요한 주민동의율은 67%로 재개발·재건축(75%)보다 낮다. 사업승인 단계에서 75%를 채우면 된다. 안전진단에서 B등급을 받을 경우 수직증축을 할 수 있고 C등급이라면 수평증축과 별도 건물 증축이 가능하다.
정비사업이 별도 법으로 분리된 사례는 적지 않다. 서울시가 추진하던 뉴타운사업은 2006년 ‘도시재정비 촉진을 위한 특별법(도촉법)’으로 확대돼 아현뉴타운 등 전국 대부분 뉴타운사업이 재정비촉진지구로 편입됐다. 기존 도정법을 적용받던 가로주택정비사업과 소규모재건축 사업 또한 2018년 ‘빈집 및 소규모 주택정비에 관한 특례법’으로 분리되면서 공공지원의 근거가 생기고 절차가 간단해졌다.
다만 넘어야 할 산은 많다. 2차 안전성검토와 함께 리모델링 활성화를 가로막는 것으로 지적받는 내력벽 철거 허용 문제는 용역 결과 발표가 수년째 미뤄지는 중이다. 특별법이 국회 문턱을 넘으리란 보장도 없다. 한 리모델링업계 관계자는 “여야 대치가 극한으로 치닫는 데다 이미 총선 정국으로 진입했다”며 “정부가 주택 관련 규제를 강화하는 상황이어서 법안 통과를 낙관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
◆이달 중 ‘특별법’ 입법
12일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공동주택 리모델링 활성화를 위한 특별법’이 이르면 이달 중 발의될 예정이다. 지난해부터 준비 작업에 착수해 법을 이루는 조문 등의 성안을 마쳤다. 김병욱 의원실 관계자는 “다른 법과 상충하는 부분이 있는지 국회 법제실에 검토를 요청했다”며 “절차가 예정대로 진행될 경우 이달 말께 발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리모델링사업은 사안에 따라 여러 법을 적용받는다. 수직증축 리모델링의 경우 사업 절차엔 ‘주택법’이 적용되고 용적률 상한은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국계법)’, 건축 기준은 ‘건축법’을 따른다. 재개발·재건축사업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을 통해 체계적으로 관리되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번 특별법은 여러 법률에 흩어져 있는 리모델링 관련 규정을 한 데 모으고 절차를 간소화 하는 게 골자다.
법이 제정되면 그간 리모델링 활성화를 가로막던 규제가 여럿 줄어들 전망이다. 대표적 규제로 꼽히는 안전 관련 심사 규정도 손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수직증축 리모델링의 경우 1차 안전진단 이후 1·2차 안전성검토, 2차 안전진단까지 총 4차례에 걸쳐 심사를 받는다. 2차 안전성검토를 통과하지 못하면 사업계획승인 자체가 나질 않는다. 대부분 단지의 리모델링사업이 여기서 좌초한다. 승인 사례는 서울 송파동 성지아파트가 유일하다. 서울 답십리동 신답극동아파트와 문정동 시영아파트를 비롯해 1기 신도시 첫 리모델링 시범단지였던 분당 한솔5단지 등은 안전성검토가 지연되자 수평증축으로 선회했다.
기구나 기금설치 등 지원 정책을 강화하는 방안도 담긴다. 현재는 각 지자체가 조례를 통해 사업비의 일부를 제공하고 있다. 서울시와 성남시 등이 기본계획 수립 진행비용이나 안전진단 비용 등을 재정으로 지원하고 있지만 리모델링을 활성화하기엔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별법 제정 작업에 참여한 신동우 아주대 건축과 명예교수는 “리모델링은 기존 건축물의 성능을 회복시키는 것이지만 정비사업이나 신축공사에 준하는 규제를 받을 정도로 개념 자체가 정립돼있지 않다”며 “지자체 등 인·허가 기관에서 융통성 있게 규정을 적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명시적으로 정리하고 적용 범위나 주체를 정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유광흠 건축도시공간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특례가 부여되고 정부 차원의 지원 정책이 추가되는 만큼 리모델링사업이 활성화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리모델링 탄력 받을까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될 경우 주택 노후화 문제에 직면한 일산과 분당 등 수도권 1기 신도시 아파트들이 수혜를 입게 될 전망이다. 이들 신도시 주변에 3기 신도시가 들어설 예정이지만 재건축이 요원해 도시 경쟁력 저하가 우려되고 있다. 대부분 아파트가 15층 이상 중·고층으로 지어져 허용 용적률을 꽉 채웠기 때문이다. 용적률이란 부지 면적에 대비 건축물 연면적 비율을 말한다.
1990년대 준공된 아파트들이 재건축 대안으로 리모델링을 선택할 수 있는 길이 트일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내년 준공 30년차가 돼 재건축 연한을 채우는 아파트는 전국 27만 가구, 서울 3만3000여 가구다. 2022년엔 전국 38만1000가구, 서울 4만7000가구로 늘어난다. 이들 단지들이 재건축을 논의하기 전에 리모델링으로 유도해야 중장기적인 집값 불안과 수급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다는 게 주택업계의 주장이다.
리모델링은 허용 기준 연한이 준공 후 15년으로 재건축의 절반에 불과하다. 조합설립에 필요한 주민동의율은 67%로 재개발·재건축(75%)보다 낮다. 사업승인 단계에서 75%를 채우면 된다. 안전진단에서 B등급을 받을 경우 수직증축을 할 수 있고 C등급이라면 수평증축과 별도 건물 증축이 가능하다.
정비사업이 별도 법으로 분리된 사례는 적지 않다. 서울시가 추진하던 뉴타운사업은 2006년 ‘도시재정비 촉진을 위한 특별법(도촉법)’으로 확대돼 아현뉴타운 등 전국 대부분 뉴타운사업이 재정비촉진지구로 편입됐다. 기존 도정법을 적용받던 가로주택정비사업과 소규모재건축 사업 또한 2018년 ‘빈집 및 소규모 주택정비에 관한 특례법’으로 분리되면서 공공지원의 근거가 생기고 절차가 간단해졌다.
다만 넘어야 할 산은 많다. 2차 안전성검토와 함께 리모델링 활성화를 가로막는 것으로 지적받는 내력벽 철거 허용 문제는 용역 결과 발표가 수년째 미뤄지는 중이다. 특별법이 국회 문턱을 넘으리란 보장도 없다. 한 리모델링업계 관계자는 “여야 대치가 극한으로 치닫는 데다 이미 총선 정국으로 진입했다”며 “정부가 주택 관련 규제를 강화하는 상황이어서 법안 통과를 낙관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