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호 조리기계조합 이사장
단체표준 인증·키친페어 개최
임성호 한국조리기계공업협동조합 이사장(61)은 “대기업으로부터 원자재 공동구매를 활성화하는 게 중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전반적인 경기 침체로 조합사들이 어려움을 겪어 공동구매를 통해 숨통을 틔워 줘야 한다는 얘기다. 산업용 및 상업용 세척기업체 백천세척기 대표인 임 이사장은 120여 개사가 소속된 조리기계조합을 이끌고 있다. 30여 년간 세척기 한 우물
삼성물산 상사 부문에서 10년가량 몸담은 임 이사장은 1991년 백천세척기를 설립했다. 세척기는 고압의 물을 활용해 각종 이물질을 청소하는 장비다. 임 이사장은 가정용보다는 군부대 학교 단체급식 등에서 사용하는 상업용 세척기를 주로 생산한다. 금형으로 찍어내거나 단조·주물 운반용 카트리지 부품에 묻은 찌꺼기를 씻어내는 산업용 세척기도 주력 제품 중 하나다. 세척기 수압은 가정용 수도와 같은 1.2㎏/㎠부터 산업용인 5㎏/㎠까지 다양하다. 최근에는 두산중공업에 굴착기 유압실린더용 세척기를 납품했다. 대당 가격은 제품 종류에 따라 300만원부터 1억7000만원까지 다양하다. 지난해 매출은 180억원을 기록했고, 이 중 13%는 해외에서 발생했다. 임 이사장은 “세척 효율을 높이고 기업체 맞춤형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 이사장이 12년째 맡고 있는 조리기계조합은 1989년 설립됐다. 회원사들은 단체급식과 관련된 상업용 대형 밥솥, 오븐, 냉장고 등을 만든다. 기업 간 거래(B2B)용 대형 냉장고 생산업체들인 대영이앤비와 대성유니크 등은 매출이 1000억원을 웃돈다. 1981년 학교급식법이 제정되고 1988년 서울올림픽을 개최하면서 단체급식 조리기기 시장도 덩달아 커졌다. 업계에서는 연 시장 규모를 8조원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공동구매 키우고 공공조달 활성화해야
조리기계조합은 매년 11월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리는 키친페어(서울국제식품산업전)를 주관하고 있다. 전체 800여 개 부스 중 조합사가 120여 개 부스를 채운다. 조합사를 대상으로 단체표준 인증 작업도 하고 있다. 현재 단체표준 5개를 운영 중이다. 마스(Mas·다수공급자계약)를 통해 지난해 703억원 규모를 계약했고, 원자재인 스테인리스를 공동구매로 31억원어치 샀다. 한때 200억원을 웃돌던 공동구매는 줄어드는 추세다. 임 이사장은 “협동조합이 포스코 현대제철 등 대기업으로부터 원자재를 직접 공동구매해야 원가 경쟁력이 생긴다”며 “상생 차원에서 대기업과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중간 유통망을 거치치 않고 대기업과 직접 거래해야 한다는 얘기다.
임 이사장은 조합사들이 매출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고 걱정했다. 전반적으로 외식이 줄어드는 데다 대형 단체급식 업체의 투자가 감소하는 게 매출 위축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대기업이 중소기업 사업 분야인 조리기계 시장에 진출하는 것을 경계했다. 임 이사장은 “일부 대기업이 구매대행을 하면서 계열사뿐 아니라 외부 영업도 나서고 있다”고 지적했다.
임 이사장은 조달청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이 참여하는 공공조달 시장 활성화 문제도 거론했다. 그는 “공공조달 시장에서 저가 입찰을 지양하고 물가 인상률만큼 가격을 높여주면 영세한 업체들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