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5일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영상축사에서 “우리는 올바른 경제정책 기조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취업자 수와 고용률, 상용근로자 증가,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 증가 등 전체적으로 보면 고용의 양과 질이 개선됐다. 성장률도 지난 정부보다 나아졌고 전반적인 가계소득도 높아졌다. 올 상반기 수출도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에 이어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도 26일 기자간담회에서 “소득주도성장의 속도를 더 높여야 한다”며 문 대통령이 언급한 경제지표의 변화를 다시 강조했다. 하지만 이들 지표 중 상당수는 개선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악화됐고, 일부는 팩트가 잘못된 것도 있다.
[팩트 체크] 문 대통령이 언급한 경제지표 살펴보니…
① 취업자 수 증가

7월 취업자수, 8년6개월 만에 '최악'

문 대통령은 우선 취업자 수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근거로 고용의 양이 개선됐다고 했지만 개선됐다기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취업자 수는 지난해 월평균 31만7000명(전년 동월 대비) 늘었다. 그러나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이 본격화된 올 들어 빠르게 쪼그라들고 있다. 2월부터 10만 명대로 주저앉은 뒤 7월엔 5000명으로 축소됐다. 글로벌 금융위기 후폭풍이 이어지던 2010년 1월에 1만 명 감소한 뒤 8년6개월 만의 최악 수준이다.

청와대는 생산가능인구 감소를 이유로 들지만, 이를 감안해도 경제 성장 등을 고려하면 월 20만 명 이상은 늘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조차 지난 22일 국회에서 “월 10만~15만 명이면 정상적 취업자 증가”라고 했다. 정부도 올해 취업자 수 증가폭 목표를 당초 32만 명으로 잡았다가 18만 명으로 낮췄다.

② 고용률 상승

7월 15~64세 고용률, 전년보다 0.2%P 하락

고용률(만 15세 이상 인구 수를 취업자 수로 나눈 것)은 문 대통령 말대로 꾸준히 높아지는 추세다. 하지만 이걸 고용상황 개선으로 등치시키기는 무리라는 게 전문가들 판단이다.

올 들어 고용률은 작년에 비해 계속 낮아지고 있다. 2월에는 전년 동기 대비 0.1%포인트 하락으로 돌아섰다. 7월에는 하락 폭이 0.3%포인트까지 커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정한 생산가능인구(만 15~64세)로 따져봐도 고용률은 하락세로 반전했다. 올해 1월과 2월에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0.7%포인트, 0.1%포인트 높아졌지만 이후 계속 제자리걸음을 하다 6월 0.1%포인트 낮아졌다. 지난달에는 0.2%포인트로 하락 폭이 커졌다. 분모인 생산 가능인구 수가 줄고 있어 취업자 수가 제자리여도 고용률 수치는 증가로 나와야 하는데 이마저도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③상용근로자 늘었다

상용직 증가 30만명 붕괴…임시·일용직 큰폭 감소

문 대통령은 상용근로자 증가 역시 고용의 질이 좋아지고 있는 예로 들었다.

하지만 상용근로자 증가는 기업들이 실적이 좋아져 자발적으로 정규직 채용을 늘린 데 따른 것으로 보긴 어렵다.

정부가 비정규직의 정규직 일괄 전환 정책을 펴면서 특히 공공부문에서 정규직이 늘어난 영향도 상당 부분 반영돼 있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더구나 상용직 증가 폭은 연초 30만 명대에서 지난달에는 20만 명대로 확 줄었다.

임시·일용직은 4월 17만9000명 감소한 데 이어 5월 23만9000명, 6월 24만7000명, 7월 23만2000명 줄었다. 상용직과 임시·일용직을 포함한 전체 임금 근로자 수는 올해 1월 32만2000명에서 5월 8만2000명까지 증가 폭이 떨어졌고 지난달에는 4만 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④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 증가

영세업자 빠르게 감소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 증가는 청와대가 그동안 고용의 질 개선의 증거로 줄곧 주장해온 것이다.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가 줄어드는 속도보다 빠르게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가 증가한다면 ‘종업원을 두지 않았던 자영업자가 고용원을 채용하기 시작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반대다. 7월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가 7만2000명 증가할 때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는 10만2000명 감소했다. 6월에는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가 7만4000명 증가할 때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는 9만 명 줄었다. 전체 자영업자 수는 4월과 5월에 2000명, 7000명 각각 증가했지만 6월과 7월에는 1만5000명, 3만 명 각각 감소했다.

⑤ 경제성장률 前정부보다 낫다

올 2.9% 성장 쉽지 않아

새 정부가 출범한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3.1%를 기록해 2016년(2.8%)보다 0.3%포인트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새 정부가 작년 5월 출범한 만큼 작년 성장률을 모두 현 정부 공으로 돌리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많다. 작년 3.1% 성장이 오롯이 현 정부 성과라고 해도 지난 정부 성장률보다 나아졌다고 말하기는 힘든 수준이다. 이명박 정부 5년 평균 성장률은 3.2%였다. 박근혜 정부 4년 평균 성장률은 2.95%였고, 2014년에는 3.3%였다. 정부가 올해 성장률 목표치를 2.9%로 낮췄고, 목표치가 달성되더라도 2년 평균 성장률은 3.0%가 된다.

⑥ 전반적인 가계소득 높아졌다

분배지표 10년 만에 최악


문 대통령의 말대로 ‘전반적인’ 가계소득은 늘었다. 2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453만1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2% 증가했다. 그러나 소득 수준별로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소득 최하위 20%(1분위)의 소득은 7.6% 줄었다. 지난 1분기 8% 감소한 데 이어 또 줄어든 것이다. 하위 20~40%(2분위) 역시 1분기에 4% 줄어든 데 이어 2분기에도 2.1% 감소했다.

그럼에도 전반적인 가계소득이 증가한 것은 형편이 좋은 소득 4분위와 최상층인 5분위의 소득이 각각 4.9%, 10.3% 늘면서 전체 소득 증가를 이끌었기 때문이다. 가구 종류별 소득 증감도 엇갈린다. 근로자 가구는 1~5분위 소득이 모두 늘었지만 실직자, 자영업자 등이 포함된 근로자 외 가구는 1~3분위 소득이 모두 감소했다.

⑦ 상반기 수출 최고

반도체 의존도 심화…올 하반기가 더 문제

상반기 수출이 사상 최대를 기록한 것은 맞지만 문제는 수출의 ‘질’이란 지적이 나온다. 수출은 글로벌 경기가 좋아지기 시작한 2016년 이후부터 줄곧 증가하는 추세다. 상반기에도 수출액은 총 2967억9000만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6.3% 늘었다. 반기 기준으로 사상 최대였다. 하지만 증가율만 놓고 보면 작년 상반기(15.7%)는 물론 작년 전체(15.8%)와 비교해도 절반 이하다.

수출 1위 품목인 반도체 의존도가 심해진 것도 문제다.

이태훈/김일규/조재길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