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공룡' 아마존·알리바바… 유통 新모델로 오프라인 진격
미국에서는 지난해 백화점 마트 등 소매 점포 약 9000곳이 문을 닫았다. 한때 1600여 개 매장을 운영한 ‘장난감 왕국’ 토이저러스가 파산 보호 신청을 했고, 시어스와 JC페니 등 백화점은 수백 곳의 매장을 폐쇄했다. 베스트바이는 1000개 이상이던 매장을 700여 개로 줄였다. 부동산 컨설팅업체 쿠시먼&웨이크필드는 올해 미국에서 문을 닫는 소매 점포 수가 약 1만2000개를 넘어 전년 대비 33% 이상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오프라인 매장이 급격히 쪼그라든 주된 이유는 아마존, 알리바바 등 e커머스(전자상거래) ‘공룡’의 거침없는 확장 때문이다. 아마존은 작년 미국 유기농 슈퍼 체인 홀푸드를 인수했다. 온라인에 갇혀 있던 공룡이 오프라인으로 나온 사건이었다. 아마존은 온라인에서 구매한 상품을 홀푸드에서 찾게 하고, 아마존 프라임 회원을 홀푸드 매장에서 우대해 주는 등 온라인과 오프라인 간 유통의 경계를 허무는 작업에 곧바로 나섰다. 매장에서 상품을 가지고 나오면 알아서 계산해주는 무인 편의점 ‘아마존고’도 미국 주요 도시에 속속 문을 열고 있다.

마윈 알리바바 회장은 2016년 10월 파격적인 선언을 했다. 그는 중국 항저우에서 열린 개발자회의에서 다섯 가지 미래 트렌드를 제시하며 “e커머스는 끝났다”고 말했다. e커머스를 통해 쌓인 빅데이터와 신기술이 오프라인에 적용되면 온·오프라인을 구분하는 게 무의미하다는 얘기였다.

알리바바는 이후 빠르게 오프라인 유통산업에 진입했다. 신선식품 전문점 허마셴성, 가구 및 생활용품 전문점 홈타임스 등을 선보였다. 슈퍼마켓 체인과 백화점 등에도 투자했다. 알리바바의 오프라인 매장은 ‘유통 실험실’이 됐다. 현금 없이 얼굴만 갖다 대면 결제가 이뤄지고, 생산자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해 재고가 없는 매장을 만들어냈다.

유통 전문가들은 아마존, 알리바바가 앞으로 보여줄 게 더 많다고 얘기한다. 이들 기업이 갖고 있는 ‘데이터’ 때문이다. 그동안 쌓인 소비 데이터를 분석하면 소비자의 행동을 예측하고 미리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래학자 마틴 린드스트롬은 “소비 데이터 분석이 날이 갈수록 정교해지고 있다”며 “미래의 소비자들은 본인보다 더 자신에 대해 잘 아는 유통 기업을 마주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재광/김보라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