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후보 결정은 치밀하게, 협력은 강력하게
인생의 길목마다 결정할 일이 많다. 지위가 높을수록 결정사항은 중요하고 책임도 무겁다. 대우조선 부실감사로 인해 안진회계법인 소속 공인회계사들이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 회계감사는 감사대상회사가 제시한 재무제표의 적정성에 대한 전문가적 의견을 표명하는 절차다. 적정하면 적정의견을, 적정하지 못하면 비적정의견(한정, 부적정 또는 의견거절)을 표명한다. 회사가 제시한 재무제표가 적정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적발하지 못한 책임으로 안진회계법인 자체도 비금융업 상장회사와 금융업 전체의 ‘신규감사계약 12개월 금지’라는 징계조치를 받았다.

‘비적정을 적정으로(1유형)’ 또는 ‘적정을 비적정으로(2유형)’ 오판하면 감사실패다. 1유형 오류는 부도 등 위기 발생 후 금융당국의 집중감리에 의해 적발되는 경우가 많다. 1유형 오류가 드러나면 감사계약은 해지되고 금융당국이 새로운 감사인을 지정한다. 가혹한 징계에 위축된 회계법인은 감사절차 강화와 깐깐한 감사의견으로 대응한다. 적정의견을 받기 위해 감사인의 수정요구를 억지로 수용하거나 끝까지 버티다 비적정 의견을 받는 회사도 생긴다.

실제보다 나쁜 감사의견을 표명하는 2유형 오류는 적발이 거의 불가능하다. 회계법인에 대한 무더기 징계로 지정감사가 늘어나면 2유형 오류 발생가능성도 함께 증가한다. 대우건설과 대우조선의 경우 징계받은 전임감사인과 배정된 지정감사인이 서로 바뀌었다. 두 회사 모두 전임감사인의 감사결과를 뒤엎는 지정감사인의 수정요구로 곤욕을 치렀다. 2유형 오류를 방치하면 우리 기업의 재무상태는 저평가되고 신용등급과 주식가격은 하락하고 금융비용은 증가한다. 1유형 오류보다 심각한 악영향을 내포하는 2유형 오류의 방지책 마련이 시급하다. 미국·일본·중국이 거리를 두고 관망하는 유럽 중심의 국제회계기준을 우리나라만 조기에 전면적으로 도입했는데, 그 부작용도 심각하다. 명확한 규정보다 모호한 원칙이 기본인 국제회계기준으로 인한 오류를 줄이기 위해 학계와 실무계가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

사법부의 경우 적정 형량보다 과다한 1유형 오판과 과소한 2유형 오판이 문제다. 1유형 오판은 진범이 잡히거나 DNA검사 등으로 사후에 밝혀지는데 사형집행으로 치유가 불가능한 경우도 생긴다. 2유형 오류는 적발이 어렵고 국민여론이나 증거 불충분 등 핑곗거리도 많다. 국회의 힘이 막강한 상황에서 현역 국회의원 선거범죄에 대해 80만~90만원 벌금이 유행이다. 100만원 이상의 벌금이 확정되면 당선무효가 되는 공직선거법을 의식한 판결이다. 2유형 오판의 가능성이 높지만 재선거 비용과 혼란을 막기 위한 고육책으로 이해되고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혼자 뇌물공여 혐의로 구속재판을 받고 있다. 삼성그룹의 재단출연금과 승마지원금은 회계장부에 모두 기록됐고 법인세 계산과 결산서에도 반영됐다. 회계법인의 적정의견 감사보고서가 국내는 물론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도 제출됐다. 법원이 유죄로 판결하면 주주에 대한 배임과 탈세 및 국제적 분식회계와 감사실패를 공인하는 셈이다. 세계인이 선호하는 삼성 브랜드도 치명상을 입는다. 장부에 기록했고 법적 증빙도 정상적으로 교부한 지출이 뇌물죄로 처벌된 전례가 없다.

국가미래가 걸린 19대 대통령 선거가 열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선거판에서는 부적합한 후보를 찍을 1유형 오판과 적합한 후보를 찍지 않을 2유형 오판이 문제다. 지난 18대 대선은 1유형 오판의 반면교사(反面敎師)다. 전직 대통령의 딸이라는 프레임에 갇혀 대통령직 수행능력에 대한 검증이 부족했다. 선두주자에 대항하기 위한 무조건 연대 단일후보의 경우 후보자 개인에 대한 평가가 희석됨으로써 1유형 오판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 지역구도 등 후보의 자질 이외의 요소에 의한 2유형 오판도 경계해야 한다. 후보의 인간됨과 능력 및 공약을 면밀히 검토해 투표하고 당선자가 결정되면 진심으로 협력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가꿔야 한다.

이만우 < 고려대 교수·경영학 leemm@korea.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