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민들이 이주하고 있는 경기 성남시 분당구 중1구역의 낡은 주택가. 김형규 기자
원주민들이 이주하고 있는 경기 성남시 분당구 중1구역의 낡은 주택가. 김형규 기자
경기 성남시 구시가지가 신도시급 아파트촌(村)으로 변신하고 있다. 성남시가 ‘2020 도시·주거환경 정비기본계획’을 통해 지정한 21개 재개발·재건축 구역 중 절반 이상에서 정비사업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작년부터 원주민 이주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정비사업구역뿐만 아니라 이주 수요가 몰린 주변 지역 집값도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성남시는 외부전문기관에 ‘2030 정비 기본계획 수립’ 용역을 맡겨 나머지 정비예정구역의 해제·존치 여부를 내년 6월께 발표할 예정이다.

신도시급 정비사업 진행 중

성남 옛시가지 새 아파트촌 변신 '급물살'
성남시 도시정비사업은 단계별로 진행되는 게 특징이다. 구역별로 세입자 비율이 60~86%로 높아서다. 한꺼번에 이주하면 전셋값 폭등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주택재개발구역 14개 중 1단계 2개 구역은 입주를 마쳤다. 2단계 사업지 3개 구역 중 신흥2구역(기존 6488가구)은 상반기 중 관리처분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중1(3113가구), 금광1구역(7499가구)은 올 9월까지 이주를 완료한 뒤 철거에 들어간다. 3단계 구역 중 산성(4499가구), 상대원2(6075가구) 구역은 각각 올 상·하반기 안으로 사업시행인가를 받을 계획이다.

주택재건축사업은 6개 구역 중 5곳에서 진행 중이다. 건우아파트(503가구)와 신흥주공(4089가구)은 각각 착공·철거에 들어갔다. 금광3구역(711가구)은 이주를 준비 중이다. 나머지 성지·궁전(818가구), 은행주공아파트(2010가구)는 상반기 내로 조합설립인가와 정비구역 지정을 받을 예정이다. 신흥3구역보다 왼쪽에 있는 사업지는 성남공항 하늘길을 감안해 최고 15층 높이로 신축하고, 그 이외 지역은 최고 30층 내외로 짓는다.

곽창석 도시와공간 대표는 “성남시 구시가지 절반이 신축 공사를 진행 중이거나 공사를 할 예정”이라며 “위례신도시, 판교·분당신도시 등과 가까워 중산층이 살고 싶어하는 곳으로 변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노후 주택값 급등

정비사업이 활발하게 진행되면서 성남 구시가지 일대 집값은 작년부터 급등 흐름을 보이고 있다. 신흥3구역 다세대주택(33㎡ 기준)은 작년 3월 3.3㎡당 700만~800만원 수준이었지만 이달 1200만~1300만원을 호가한다.

착공을 준비 중인 신흥주공아파트도 지난해 8월 관리처분계획 인가 이후 꾸준히 오르는 중이다. 인근 일신공인의 정여랑 실장은 “작년 3~4월께 3억6000만원 수준이던 전용 59㎡가 현재 4억1000만~4억200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고 전했다. 주민 이주를 진행 중인 중1구역은 입주권 웃돈(프리미엄)이 1년 전 1000만원 수준에서 현재 7000만원으로 뛰었다.

중앙동 명성공인 신민욱 대표는 “성남 구시가지 자체가 재평가될 예정이어서 투자가치가 있다”며 “다만 이주를 진행 중인 곳은 취득세를 주택 기준(1.1%)이 아니라 토지 기준(4.6%)으로 납부해야 한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재개발구역 주변지역 집값도 덩달아 오르고 있다. 수정구 태평2·4동에선 2015년 재개발구역에서 해제된 후 다세대주택 가격이 3.3㎡당 450만~500만원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하지면 인근 구역 재개발 이주가 진행되면서 작년 봄 3.3㎡당 700만~750만원 선으로 올랐다. 현재는 입지에 따라 1200만~1500만원 선을 호가한다. 신흥2구역, 금광1구역의 이주가 9월까지로 예정돼 있어 이주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재개발구역으로 다시 지정될 수 있다는 기대감에 타 지역에서 온 투자자들의 문의도 끊이지 않고 있다. 태평동 박성용 파크공인 이사는 “외지 투자자 문의가 많아 2006년 최고가인 3.3㎡당 2000만원 선을 회복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