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 당시 초고층 재건축이 추진된 서울 광진구 자양동에서 재건축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자양2동 다세대·다가구 밀집 지역. 한경DB
오세훈 서울시장 당시 초고층 재건축이 추진된 서울 광진구 자양동에서 재건축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자양2동 다세대·다가구 밀집 지역. 한경DB
서울 한강변의 노후주택밀집지역인 자양동이 재건축을 통해 본격적인 재단장에 나서고 있다. 자양 1·4구역이 각각 사업시행인가와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가운데 마지막 남은 7구역이 정비구역지정을 위한 주민공람을 마무리했다. 한강변에 50층 전후 초고층을 배치하는 계획을 담은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의 난항으로 표류했던 도시정비사업이 10여년 만에 속도를 내고 있다.

◆후발주자 7구역, 최고 25층 추진

한강변 자양동, 10년 만에 재건축 '활기'
20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자양동에서 재건축·재개발 사업이 본격화되고 있다. 가장 속도가 빠른 자양4구역은 264가구 규모의 주상복합단지 ‘래미안 프리미어팰리스’로 재건축 중이다. 오는 10월 입주를 앞두고 있다. 그 뒤를 노룬산시장 근처 자양1구역이 잇고 있다. 롯데건설이 시공을 맡아 주상복합단지로 재정비를 추진하고 있다. 총 779가구(임대 99가구 포함)로 재단장되며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상태다. 자양 한양아파트 재건축은 조합설립인가 단계까지 진행됐다.

자양7구역도 올 들어 속도를 내고 있다. 자양동 464의 40 일대 4만4187㎡ 면적으로, 노후 다세대·다가구 주택이 밀집해 있다. 주민공람을 마친 정비구역지정안에 따르면 이 지역은 930가구로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다. 59㎡형이 468가구, 84㎡형이 431가구로 전체의 약 97%를 중소형 주택으로 구성한다.

잠실, 압구정 등 다른 한강변 지역들이 서울시와 ‘최고 35층’ 층고제한을 두고 갈등을 빚고 있지만 이 지역은 서울시 지침에 따라 최고 높이도 25층으로 설계했다. 상한용적률은 249.80%를 적용했다.

자양7구역 재건축추진위 관계자는 “지난해 7월 정비구역지정을 추진하기 시작한 뒤 서울시 등 관계부서와 협의를 거치며 서울시의 요구사항을 대부분 수용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 심의 과정에서 사업이 지체되는 행정리스크를 줄여 사업속도를 최대한 높이기 위해서다. 지난 5일 주민공람을 마무리했고 구의회 의견청취 등을 거쳐 이르면 4월께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받을 계획이다. 도계위 심의를 통과해야 정비계획안이 확정된다.

◆‘한강 르네상스’ 변수에 10년 표류

자양동은 한강을 사이에 두고 잠실을 마주하고 있으며 초고층 주거시설이 대거 들어서고 있는 뚝섬과 이웃하고 있다. 한강변에 자리 잡고 있는 데다 강남 접근성이 좋고, 학군과 생활인프라가 탄탄해 실수요자들에게 인기가 높은 지역이다.

하지만 입지에 비해 재개발·재건축은 지지부진했다. 자양7구역이 재건축예정구역으로 지정된 것은 10년 전인 2007년이다. 곧바로 건축허가행위가 제한됐고 2009년 노후도가 충족되며 정비구역 지정을 앞두고 있었다. 재건축 추진을 앞두고 있던 자양동 부동산시장에 갑작스레 메가톤급 변수가 떠올랐다.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이 발표한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에 자양7구역이 포함됐다. 이는 강변북로를 지하화해 한강 접근성을 높이고, 한강변 아파트를 50~60층 높이로 개발하겠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자양동도 전략정비구역의 뒤를 이어 후속으로 개발되는 유도정비구역 5곳 가운데 하나로 지정됐다. 한강변 개발 호재에 집값은 빠르게 올랐고 투자자들이 모여들었다. 하지만 30%가 넘는 기부채납 비율 등으로 사업은 진척을 이루지 못했고 결국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는 백지화됐다. 4개 구역을 제외한 다른 구역들은 정비사업 대상지역에서 해제됐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은 “자양1·4구역 등 유도정비구역에 포함되지 않았던 곳들에 이어 포함지역까지 도시정비사업을 시작했다”며 “한강변에 자리 잡고 있는 데다 강남북 어디로든 쉽게 이동할 수 있는 입지여서 실수요자들은 조합원 지분이나 일반분양 물량에 관심을 가질 만하다”고 말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