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입주를 시작한 ‘신금호 파크자이’  아파트 모습.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지난 4월 입주를 시작한 ‘신금호 파크자이’ 아파트 모습.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저희도 의아합니다. 이렇게까지 전세가격이 떨어지는 건 처음 봅니다.”(서울 금호동 A공인)

서울 중심부에 자리 잡고 있어 전세 수요가 풍부하던 성동구 금호동과 옥수동 전셋값이 눈에 띄게 떨어지고 있다. 맞벌이 부부와 직장인 수요가 탄탄해 강북의 인기 주거지역으로 꼽히지만 최근 전세가격이 많게는 1억원 이상 떨어진 계약건이 나오고 있다.

대단지 아파트 입주와 전세기간 만료가 맞물리면서 공급이 한꺼번에 몰린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준강남' 금호·옥수동에 무슨 일이…전셋값 6개월 새 1억 '뚝'
14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금호2가동 ‘래미안하이리버’ 전용면적 84㎡ 전세 실거래가는 지난해 말 6억5000만원에 달했으나 지난 5월 5억7000만원에 거래된 데 이어 이달 초에는 5억3000만원으로 떨어졌다. 다섯 달 만에 8000만원, 일곱 달 만에 1억2000만원 하락한 것이다.

인근 ‘금호자이1차’ 전용 59㎡ 전세 실거래가는 지난 1월 5억원이었으나 석 달 뒤인 4월에는 4억4000만원으로 6000만원 하락했다. 강남과 가까운 옥수동은 가격 변동이 상대적으로 덜하고 전세 물량이 많이 풀린 금호동은 조정폭이 좀 더 크다는 게 지역 관계자들 분석이다.

옥수동과 금호동은 서울 중앙에 자리 잡고 있어 강북지역 최고 전셋값 수준을 유지했다.

준(準)강남권으로 통하는 서울 금호·옥수동 일대 아파트 전셋값이 대단지 입주 영향 등으로 올 들어 1억원 이상 떨어졌다. 사진은 금호산길 일대 부동산 공인중개업소 밀집지역.
준(準)강남권으로 통하는 서울 금호·옥수동 일대 아파트 전셋값이 대단지 입주 영향 등으로 올 들어 1억원 이상 떨어졌다. 사진은 금호산길 일대 부동산 공인중개업소 밀집지역.
지하철 3호선과 경의중앙선을 이용할 수 있는 옥수역을 비롯해 금호역(3호선), 신금호역(5호선)이 인근에 있어 강남 광화문 등 업무시설 밀집지역으로 곧바로 연결된다. 한강과 강남 접근성이 좋은데다 서울 어디든 택시비 1만원대로 갈 수 있는 지역이어서 맞벌이 신혼부부가 선호했다.

하지만 지난 4월 1156가구 대단지인 ‘신금호 파크자이’가 입주를 시작하면서 주변 아파트 전셋값이 하락하기 시작했다. 인근 재테크공인의 남화균 대표는 “새 아파트를 선호하는 세입자들이 ‘신금호파크자이’로 몰리면서 5년차 아파트가 직격탄을 맞았다”고 전했다.

또 ‘금호자이 1차’(401가구·2012년 1월 입주), ‘래미안 하이리버’(847가구·2012년 4월 입주), ‘금호자이 2차’(403가구·2012년 7월 입주) 등 입주 4년차인 3개 단지가 전세계약 종료 주기를 맞았다는 점도 악재로 작용했다.

젊은 연령대 세입자들이 위례·미사 등 서울 외곽 신도시로 빠져나가면서 수급 불균형을 키웠다는 분석도 나온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서울 전셋값이 폭등하자 젊은 세입자들이 위례·미사 등에 집을 사거나 전셋집을 구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전·월세 수요자들이 다른 지역으로 빠져나가면서 매물이 쌓이고 있다”고 말했다.

전망은 엇갈린다. 옥수동 B공인 대표는 “1976가구 대단지인 ‘e편한세상 옥수파크힐스’가 11월께 입주를 앞두고 있지만 아직 임대 예약이 한산할 정도로 열기가 예전 같지 않다”며 “조정 국면이 길게 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반면 C공인 대표는 “여름 비수기가 겹쳐 수요가 확 줄어든 것처럼 보일 뿐”이라며 “방학과 휴가가 끝나는 8월께부터 가격을 회복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