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의 적극 행정에 대해 사후책임을 면제해주자는 ‘면책제도’를 둘러싼 논란이 치열해지고 있다. 이 제도는 지난 3월 규제개혁 끝장토론에서 박근혜 대통령 제안으로 규제개혁 행정의 핵심과제로 받아들여져 왔던 터다. 정부는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행정규제기본법 개정안을 입법예고까지 마쳤다. 그런데 엊그제 국무회의에 올라온 개정안에는 정작 관련조항이 빠져버렸다. 감사원의 직무감찰권을 제한할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돼 정부 내 조율과정에서 삭제됐다는 것이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박 대통령은 유감을 표하면서 규제기본법을 다시 만들라는 뜻을 밝혔다고 한다.

규제를 완화하자는 원론에 반대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문제는 ‘어떻게’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규제의 본질에 대한 이해다. 규제는 법, 시행령, 시행규칙은 물론 지침 내규 등 온갖 이름으로 불리는 행정규칙 속에 빼곡하게 숨어 있다. 수많은 규제법령이 존재하는데 이는 그대로 두고 법규정에 따라 업무를 처리하는 공무원에게 책임을 면제해주는 것은 공무원들의 재량권만 확대하게 된다.

공무원은 어디까지나 법과 규정에 따라 일해야 한다. 그래야 각종 완장증후군도, 비리 가능성도 줄어든다. 그렇게 하려면 수많은 규제 관련 규정들을 획기적으로 고쳐야 한다. 공무원 개인이 재량적으로 “된다, 안 된다”를 판단하는 것은 일선 공무원은 물론 규제 생태계를 장악하고 있는 ‘관피아’들의 권력만 확대하는 역기능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논란이 되고 있는 금융권의 대출 면책 문제도 본질은 같다. 금융업의 본질은 심사기능에 있는 것이어서 심사의 질적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필요할 뿐, 결과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것은 금융업의 본질을 부인하는 것과 같다. 문제는 심사방법의 고도화다. 마찬가지로 공무원 재량의 범위에 대해서도 분명한 규정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아도 국회의원들의 독직사건이 꼬리를 물고 있는 것이 우리사회 투명성 수준이다. 공무원들의 선의에 기대하다가는 그들의 비리, 부정, 악행만 늘리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