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허라미 기자 ram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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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비큐 파티를 할 수 있는 옥상 정원이 따로 있습니다. 거실에선 삼면이 다 내려다보여요. 아무 간섭 없이 편리한 단독주택에 사는 것과 똑같습니다. 겨울에는 마당에서 눈사람도 만들고….” (경기 성남시 정자동 ‘파크뷰’ 펜트하우스 거주자)

넓은 평면과 고급스러운 내부 장식, 사방이 탁 트인 탁월한 조망권…. 펜트하우스를 말할 때 흔히 쓰는 표현이다. 펜트하우스는 같은 단지 일반 평형보다 넓게 설계하고 내부 인테리어도 고급 자재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분양가도 적게는 20%에서 최대 2배 높게 책정된다. 펜트하우스에 산다는 것이 해당 지역 최상류층에 속함을 의미하는 이유다.

청약 경쟁 치열…웃돈도 붙어

지난 4월 서울 고덕동에서 분양한 ‘고덕 래미안 힐스테이트’ 펜트하우스(전용 141~192㎡)는 네 가구 모집에 29명의 청약자가 몰려 7.25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이 아파트의 평균 청약경쟁률 1.54 대 1을 훨씬 웃도는 수준이다.
서울 서교동 메세나폴리스 펜트하우스 내부 /김병언 기자 misaeon@hankyung.com
서울 서교동 메세나폴리스 펜트하우스 내부 /김병언 기자 misaeon@hankyung.com
인기가 많은 중형 평형보다 펜트하우스가 먼저 마감되기도 한다. 지난 5월 경기 하남시에서 공급된 ‘미사강변 2차 푸르지오’는 주력 평형인 전용 101㎡와 93㎡형은 1~3순위 청약에서 미달됐다. 하지만 펜트하우스인 전용 114㎡A형(2가구)과 B형(2가구)은 각각 53 대 1과 59.5 대 1의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다. 하남시 망월동의 A공인 관계자는 “전매가 아직 금지돼 있지만 푸르지오 2차 펜트하우스엔 웃돈이 1억2000만원 정도 붙어 있다”고 전했다.

분양가격이 수십억원에 달하는 고급 주상복합 펜트하우스도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다. 서울 성수동의 고급 주상복합인 ‘갤러리아 포레’ 펜트하우스(전용 271㎡)의 경우 2008년 분양가격은 52억원이었지만 현재 호가는 70억원을 넘는다.

비싼 가격 때문에 펜트하우스가 처음 국내에 도입된 1990년대 말에는 임의 분양이 많았다. 미분양이 발생하면 지인들에게 알음알음 팔거나 시공사 사장이 직접 쓰는 식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일반분양으로 공급해도 대부분 팔린다는 게 주택업계의 설명이다.

10억원 이하 보급형 등장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펜트하우스의 인기가 높아지자 주택건설업체들은 앞다퉈 보급형 펜트하우스 공급에 나서고 있다. 고급 주상복합이나 강남권 고가아파트 단지가 아닌 일반 아파트단지에서도 최고층을 펜트하우스로 꾸며 분양하고 있는 것이다. 주로 면적을 넓히고 층고를 높여 다른 층과 차별화한다.

지난해 위례신도시에서 분양한 ‘위례 송파 힐스테이트’(전용 149㎡)와 ‘위례 그린파크 푸르지오’ 펜트하우스(전용 113㎡)는 모두 전용면적이 150㎡ 이하다. 163 대 1의 청약 경쟁률을 기록한 ‘위례 그린파크 푸르지오’ 펜트하우스 가격은 10억원을 밑돌았다. 인천 구월보금자리지구 S-2블록에서 분양한 ‘구월 보금자리지구 한내들 퍼스티지’ 펜트하우스(전용 124㎡) 분양가는 5억9700만원이었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리서치팀장은 “보급형 펜트하우스는 전망이 확보된 데다 공간 활용도도 상대적으로 높다”며 “펜트하우스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춰주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급 펜트하우스는 ‘디마케팅’ 활용

펜트하우스의 인기는 한 단지에 한 자릿수 가구밖에 공급되지 않는 희소성이 주된 요인이다. 분양대행사인 신영M&D 관계자는 “도심의 고급형 펜트하우스는 공급이 부족해 분양할 때 ‘디마케팅(기업이 수요자의 제품 구매를 의도적으로 줄여 적절한 수요를 만드는 것)’을 하는 일이 많다”고 설명했다.

조망도 뛰어나다. 펜트하우스는 보통 강변이나 호수공원, 골프장 주변 등이 가장 잘 보이는 동과 향에 배치한다. 마감재와 내부 소품 등에도 각별히 신경 써 설계한다. 최창욱 건물과사람들 대표는 “입주자 중 건설사의 최고급 마감재가 마음에 들지 않아 개인 취향에 맞게 새로 인테리어를 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서울 서교동 메세나폴리스, 성수동 갤러리아포레 같은 고급 펜트하우스는 입주자가 인테리어에만 4억~6억원의 추가 비용을 들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