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멘트업계 가동률 '최악'
국내 주요 시멘트 제조업체들의 지난 상반기 공장가동률이 사상 처음으로 60% 밑으로 떨어졌다. 주택경기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는 데다 ‘4대강 사업’ 등 대형 건설프로젝트가 끝나면서 시멘트 수요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원가상승 요인들까지 겹쳐 주요 시멘트 업체의 실적 악화가 계속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최저 설비 가동률…적자 누적

30일 한국시멘트협회에 따르면 쌍용양회 성신양회 동양시멘트 한일시멘트 라파즈한라 현대시멘트 아세아시멘트 등 7개 시멘트 업체의 지난 상반기 평균 공장가동률은 59.8%였다. 시멘트 공장가동률은 1997년(91.9%) 이후 하락하기 시작해 지난해 63.5%로 떨어졌고, 올해 최저치를 경신했다. 시멘트 공장가동률이 60% 밑으로 내려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올해 예상되는 국내 시멘트 출하량은 4330만t으로 지난해(4393만t)보다 감소할 전망이다.

쌍용양회 등 국내 7개 시멘트사의 총 매출은 2008년 3조8492억원에서 2009년 3조8562억원, 2010년 3조5540억원, 2011년 3조8469억원으로 별 변동이 없다가 지난해 시멘트가격을 9% 인상하면서 4조3532억원으로 늘었다. 하지만 생산량에 관계없이 들어가는 고정비 부담이 큰 데다 전기료와 운송료 등이 올라 시멘트 제조사들은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7개 시멘트사의 적자액은 2010년 3479억원, 2011년 2459억원, 2012년 1227억원이었다. 최근 5년간 누적 적자액은 9837억원에 달했다.

시멘트업계 가동률 '최악'

○전기 자체생산 등 추진

시멘트 업계는 이미 ‘신용위험 업종’으로 분류돼 은행으로부터 특별 관리를 받고 있다. 여기에다 동양시멘트를 주력 계열사로 두고 있는 동양그룹이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업계의 위기감은 더 커지고 있다.

시멘트 업계는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체적으로 원가 절감을 위한 자구책을 시행 중이다. 성신양회 동양시멘트 한일시멘트 등은 전기를 자체 생산하는 등 효율성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예컨대 성신양회는 지난해 단양공장 내 완공한 폐열발전 설비를 통해 시간당 28㎿의 전기를 자체 생산, 종전에 쓰던 전기의 25%를 절감했다. 이를 통해 연간 112억원의 전기료를 절감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공장 운영도 전력사용 피크타임을 피해 야간 생산을 최대화하는 쪽으로 개선했다. 전병각 성신양회 단양공장장은 “폐오일이나 합성수지류 폐기물, 폐지와 같은 재생연료를 사용해 원가절감과 폐기물 재활용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원가부담 더 늘어날 듯

하지만 이 같은 원가절감 노력만으로 시멘트 업계가 적자 구조에서 벗어나기에는 걸림돌이 많다. 1일부터 시멘트의 철도화물 운송요금이 8% 오른다. 시멘트 업계의 철도운송 비중은 평균 40% 수준이다. 강원 등 내륙 지역에 있는 시멘트 업체들의 철도운송 비중은 65%까지 치솟는다. 업체마다 수십억원씩 추가 부담을 지게 된다.

시멘트를 만드는 데 필요한 유연탄과 전기요금이 오른 상태에서 정부는 전력난 해소를 위해 유연탄에 개별소비세를 부과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이 같은 제조원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시멘트 업계는 가격을 인상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시멘트 수요는 크게 줄어드는 반면 생산설비는 여전히 공급과잉이기 때문이다. 박기원 시멘트협회 상무는 “운송료 인상에다 유연탄 개별소비세까지 부과되면 시멘트업계의 추가 부담은 13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며 “업계의 노력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지경”이라고 말했다.

단양=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