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어제 서울광장에서 천막 의총을 열고 장외투쟁에 돌입했다. 1년 8개월 만이다. “한 손에는 민주주의 다른 한 손에는 민생 회복을 거머쥐고, 한 발은 광장에 다른 한 발은 국회에 딛고 국민과 함께 투쟁하겠다”(전병헌 원내대표)는 것이 장외로 나간 민주당의 결기다. 내일 저녁엔 청계광장에서 ‘민주주의 회복과 국정원 개혁 촉구 국민보고대회’도 갖겠다고 한다. 반면 새누리당은 발빠르게 대화 제의 모양새를 갖추면서 민생에 올인하겠다며 민주당과의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한여름 뙤약볕 아래 당 지도부와 의원님들이 땀흘리는 모습은 보기에도 안쓰럽다. 국정원 국정조사 기간 45일 중 30일을 허송했으니 오죽하면 거리로 나갔을까 하는 동정론도 없지는 않다. 대화록 실종 혹은 삭제 사건으로 수세에 몰려 달리 선택지가 없었을 것이란 분석이다. 하지만 민주당이 과거 소수야당의 전유물이던 거리투쟁을 답습하는 것을 납득할 사람은 많지 않다. 대화록 실종을 얼버무리고 관련된 검찰수사를 피하기 위해 억지춘향식으로 장외로 나갔다는 비판이 나올 정도다.

지난주만 해도 NLL정쟁 중단을 합창했던 민주당이 갑자기 투쟁모드로 돌변했으니 국민은 어리둥절하다. 계파갈등 구조 속에서 10월 재·보선에 대비한 집토끼 단속용이란 해석도 있다. 그렇더라도 이번 일련의 사태전개는 2008년 촛불집회 당시와는 다르다. 대선불복이란 인상을 줘선 득보다 실이 더 클 수도 있다. 더구나 나가긴 쉬워도 들어가긴 어렵다. 자칫 천막투쟁이 길어진다면 왜 나가 있는지조차 모호해질 것이다.

그럼에도 오직 “투쟁!”을 외치는 것을 보면 민주당이 무언가의 덫에 걸렸을 가능성도 있다. 지지율은 10%대 답보상태인데 전략도, 구심점도 없다보니 점점 더 극단적 방법에 호소하게 되는 악순환이다. “각 의원이 1인 정당 역할을 하는 프랜차이즈 정당”이라는 최장집 교수의 비판이 틀리다고 장담할 수도 없는 지경이다. 민주당을 지지하고 싶어도 못 한다는 이들이 적지 않다. 제1야당이 이래서야 무슨 견제와 균형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수권 정당이 길거리에서 무엇을 도모한다는 말인가. 그것도 의원수 무려 127석의 거대 정당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