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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금연 사각지대' 어린이놀이터

강경민 지식사회부 기자 kkm1026@hankyung.com
3일 오후 서울 여의도동 A아파트 어린이놀이터. 20대 초반의 청년 3명이 키득거리며 연신 담배연기를 뿜어냈다. 놀이터 한켠에선 초등학생들이 뛰어놀고 있었지만, 이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줄담배를 피워댔다. 지나가는 어른들은 눈살을 찌푸렸지만 제지하는 사람이 없었다.

서울시와 25개 자치구는 지난 상반기부터 광장, 공원, 버스 정류장 등 2364곳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해 위반자에게 5만~10만원의 과태료를 물리고 있다. 사람들이 붐비는 공공장소만큼은 간접흡연의 피해로부터 지켜내겠다는 취지다. 시민들의 호응도 대체적으로 높다.

하지만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 있는 어린이놀이터는 금연구역에서 제외돼 있다. 서울 25개 자치구 중 동대문구만 유일하게 어린이놀이터 187곳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했을 뿐이다. 서울 시내 수천 곳에 달하는 나머지 어린이놀이터는 고스란히 금연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셈이다. 가장 보호받아야 할 어린이들이 간접흡연의 위험에 그대로 노출돼 있는 것이다.

서울시는 2007년부터 어린이놀이터 등에서 담배를 피울 수 없도록 하는 ‘금연아파트’ 인증제도를 도입하긴 했다. 그러나 이 곳에서 담배를 피워도 과태료 등 특별한 제재는 없다. 금연아파트 인증제도가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학교운동장과 더불어 어린이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놀이터가 금연구역에서 제외된 이유가 뭘까. 서울시 건강증진과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수천 개에 달하는 어린이놀이터를 제대로 관리하기 쉽지 않다”며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기대할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담당 공무원들이 일일이 어린이놀이터를 감시하면서 과태료를 매기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실제로 어린이놀이터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한 동대문구조차도 아직까지 놀이터에서 흡연을 단속한 실적은 한 건도 없다.

시와 자치구의 이런 해명에 일면 수긍이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금연엔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맞다. 하지만 금연이 가장 절실한 어린이놀이터가 단속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금연구역에서 빠졌다면 ‘허술한 금연정책’이란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인력 부족을 탓하기 전에 시와 자치구, 중앙정부 차원의 체계적인 금연단속 정책이 우선돼야 하지 않을까.

강경민 지식사회부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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