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 만테가 브라질 재무장관이 미국과 유럽의 통화 공급 확대 정책을 강력 비판하고 나섰다. 그는 “미 중앙은행(Fed)의 양적완화(QE3)와 유럽중앙은행(ECB)의 국채매입으로 브라질 기업들이 경쟁력을 잃는 상황을 지켜보지 않을 것”이라며 “보호주의라는 지적을 받더라도 외환시장에 적극 개입하겠다”고 말했다. 투기성 자본이 유입되는 것을 막기 위해 금융거래세 인상도 검토하겠다고 강조했다. 그의 말대로 기어이 환율전쟁이 시작되는 모양이다.

그동안 양적 완화정책으로 심각한 피해를 겪었던 브라질이다. 브라질 헤알화는 이미 2002년 말 대비 75%가 급등했다. 풀린 돈들이 브라질시장으로 흘러든 결과다. 브라질 당국은 지난 1년간 기준 금리를 5%포인트나 내리면서 환율 방어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주식이나 채권 등을 매입하는 해외자본에 대해 금융거래세까지 부과했다.

물론 브라질만이 아니다. 중국이나 인도 등 다른 신흥국들도 미국과 유럽의 유동성 확대에 대해 비판적이다. 리우 밍캉 중국은행감독위원회(CBRC) 전 위원장은 “미국의 양적완화 정책은 자국뿐 아니라 중국에도 무책임한 정책”이라고 비난하고 있는 상황이다. 인도 언론들은 양적완화를 신흥국에 침투하는 일종의 바이러스라고 꼬집고 있다.

가뜩이나 지난 5년간 각국들이 경기를 살리겠다고 풀어댄 돈들로 뒤죽박죽인 국제금융시장이다. 유럽에선 국채금리가 마이너스로 내려가는 금리 왜곡까지 발생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돈을 더 풀어 경기를 살리겠다는 버냉키의 해법에 비판이 쏟아진다. 양적완화를 통한 저금리 유지로 투자와 소비를 자극해 수요를 확대시키고 경기를 살리겠다는 케인시안식 논리에 대한 집착이 문제다. FT는 버냉키의 이런 도박이 절대 공짜점심이 될 수 없다고 경고한다. 그만큼 대가를 치를 것이라는 얘기다. 벌써 인플레가 우려된다는 관측도 나온다. 폴 볼커 전 Fed 의장 역시 돈풀기로 경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없다고 비판한다. 출구전략도 갈수록 힘들어질 것이라고 진단한다. 케인시안 포퓰리즘이 한계에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