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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에세이] 언제나 어려운 설득

설득은 상대의 마음을 얻는 것
리더십은 끊임없는 설득의 과정

조상호 < SPC그룹 총괄사장 schcho@spc.co.kr >
살다 보면 설득이 절실한 시기를 마주한다. 그 처음이 언제였던가 떠올려보면 내게는 소대장으로 군복무를 했던 시절이다.

그야말로 첩첩산중 산골 부대에 부임했던 나는 어슴푸레한 저녁 내무반에서 처음 소대원들을 만났을 때 아득했다. 요즘도 학군단 출신 소대장에 대한 선임병들의 텃세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지금보다는 복무 기간이 길었던 탓에 선임들은 비슷한 또래였다. 더욱이 대학진학률이 낮았던 시절이라 서울에서 대학을 마치고 갓 부임한 신임 소대장에 대한 거부감도 크지 않았을까.

사실 군대라는 조직은 명령과 복종이 기본이지만 나 같은 신임 소대장이 ‘돌격 앞으로!’하고 외친다고 그 많은 소대원들이 과연 얼마나 따라올까 막막했다. 군대에서도 리더십은 끊임없는 설득을 통해서 발휘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우선 소대원 개개인의 집안환경을 파악하고 마음에 담고 있는 고민을 끄집어내려 애썼다.

많지 않은 월급을 털어 생일을 챙기고, 매서운 겨울 혹한기 훈련을 마치고 나면 따뜻한 마실거리를 준비해 얼어붙은 몸과 마음을 녹여줬다. 그런 소대장의 마음이 전해졌는지 어느새 나를 진심으로 대하기 시작했고, 이내 내 목소리에도 설득의 힘이 실리기 시작했던 것 같다.

최근 드라마 대사에서도 ‘정치가는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듣고 싶은 말을 해야 한다’고 하던데, 결국 설득이라는 것이 우선 상대의 마음을 얻는 것인가 보다.

다섯 살 손자 녀석도 동네를 산책하다 돌아오는 길에 장난감 가게에서 장난감 몇 개를 손에 쥐어주지 않으면 귀가를 설득하기 어렵다. 귀가 순해져서 모든 말을 객관적으로 듣고 이해할 수 있다는 이순(耳順)을 넘겼건만 정작 장난감을 사주지 않고 손자의 손목을 이끌기에는 아직도 모자람이 많다.

직장 생활은 어떤가? 내부 직원은 물론이거니와 노동조합, 고객, 정부기관이나 비정부기구(NGO) 등을 이해시키기는 언제나 힘겹다. 요즘 같은 불경기에 삶이 팍팍해지다 보니 매 순간 각자의 입장에서 한치도 물러서기 더 어려운 모양이다. 그러다 보니 서점가 스테디셀러 목록에는 항상 설득이나 협상 관련 책이 즐비하다. 물론 인류가 여기에 주목한 것이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나 춘추전국시대 사상가 한비자도 자신의 주장과 논리로 남을 설득시키는 방법을 말하지 않았던가.

와튼스쿨의 명강의로 유명한 스튜어트 다이아몬드 교수도 “진정한 협상이란 상대방이 어떤지 헤아리고 기분을 맞춰가면서 호의적인 분위기를 조성한 뒤 점진적으로 접근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엔 설득이란 상대방의 마음을 얻는 것이란 말이다. 말이야 쉬운데 실천하기는 결코 쉽지 않다. 내가 몸담고 있는 회사에서도 임직원과 가맹점주, 협력사와 소통하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런 노력이 설득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오해와 갈등을 줄여나갈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조상호 < SPC그룹 총괄사장 schcho@spc.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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