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은 재벌그룹에 대한 비판적 여론을 등에 업고 개별기업이 아닌 그룹사 전체를 인질화하는 퇴행적 금융관행을 지속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식의 금융이라면 개별 기업에 대한 신용평가가 아무런 의미를 가질 수 없음은 물론 땅 짚고 헤엄치기식 대출 영업을 하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1997년 외환 위기 이후 정부가 부실 계열사 전이를 차단하기 위해 공정거래법을 강화하고 상호지급 보증과 순환출자 등을 엄격히 금지하는 정책을 추진해 왔다는 점을 은행권은 잘 알 것이다. 모(母)기업이 상장사라면 이는 자회사에 부당한 지원이며 배임에 해당하는 범죄가 된다는 점도 모르지 않을 것이다.
물론 건설사들이 무리한 개발사업 등으로 부실 기업으로 전락한 것을 옹호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그러나 금융권이 개별기업에 대한 대출의 실패를 그룹사에 대한 연대책임으로 모면코자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대출은 개별기업에 대한 철저한 사업심사를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지 연좌제와도 다를 바 없는 연대책임의 논리로 보호받아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