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PF 배드뱅크 만든다] "더 늦기전에" PF 옥석가려 지원…"은행이 봉이냐" 불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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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암코' 이어 두번째…한시적 부실채권 처리
정상화 가능성 있는 사업은 만기연장 추진
정상화 가능성 있는 사업은 만기연장 추진
금융당국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책은 △부실 여신은 따로 떼어내 배드뱅크에 넘기고 △정상화 가능성이 있는 건설사업장에 대해서는 금융사들이 신규자금을 지원하는 '투 트랙(two-track)'으로 추진된다. 부실 PF 문제가 실물경제 위기로 번지는 것을 조기에 차단하기 위해 배드뱅크를 설립하고 금융지주사들을 동원하겠다는 게 금융당국의 구상이다.
18일 열린 금융당국 수장과 5대 금융지주 회장 간 회동에서는 PF 대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건설사에 대한 신규자금 지원 필요성을 주로 논의했고,배드뱅크에 대해서는 딱 한 마디 언급만 있었다.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이 "부동산 PF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배드뱅크 설립을 추진하고 있으니 협조해달라"고 한 말뿐이었다.
◆10조원 규모 제2배드뱅크 설립
금융당국과 시중은행들이 PF 부실채권을 매입하는 배드뱅크 설립에 시동을 걸면서 자금 조성 방안과 역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배드뱅크는 금융사의 부실 자산이나 채권만 사들여 별도로 관리하고 처리하는 구조조정 전문기관이다. 금융회사에서 부실 담보물을 넘겨받은 뒤 이를 담보로 유가증권(자산담보부채권)을 발행하거나 그 담보물을 매각해 채무를 회수하는 방식이다.
은행권에선 글로벌 금융위기 때 공동으로 설립한 배드뱅크 '유암코'를 이미 운용 중이다. 이번에 설립하는 두 번째 배드뱅크는 한시적으로 PF 부실채권을 전담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금융권은 배드뱅크의 기금 규모가 최대 10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부실 PF 규모에 따라 은행들이 각자 출자하되,부실채권을 할인 매입해 정상화한 뒤 수익을 나눠 가질 때도 출자 비율에 따르게 된다.
◆일부 볼멘소리…"은행이 봉이냐"
견실한 건설사들의 추가 부실을 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지만,은행 일각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내고 있다. PF 부실에 대한 책임을 전적으로 은행들이 떠안아야 해서다. 배드뱅크에 출연해야 할 금액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A은행 관계자는 "PF 대출이라 해도 은행들은 대부분 담보를 대출액의 120% 확보하고 있다"며 "저축은행이 부실의 단초를 제공한 셈인데 또 덤터기를 쓰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 같은 우려에 은행업종 지수는 이날 3.42% 내리면서 유가증권시장에서 가장 큰 하락폭을 기록했다.
배드뱅크를 설립하더라도 PF 부실화를 막기 어려울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삼부토건은 시중은행들이 PF 만기 연장을 추진했지만 저축은행들이 반대하면서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정상 PF는 만기연장 적극 추진"
은행들은 이번 회동을 계기로 일시적인 유동성 위기에 처한 건설사에 대출만기 연장과 함께 신규 자금지원을 동시에 추진키로 했다. 금융권의 경쟁적인 여신 회수로 흑자기업까지 줄도산 위기에 처하고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은 "정상화가 가능한 곳엔 자금을 지원하고 롤오버(만기연장)해 주자는 방안을 논의했다"며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앞으로 PF 전망도 좀 좋아지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한동우 신한지주 회장은 "무작정 지원하는 것은 무리지만 사업성이 있는 사업장에 대해선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 역시 "(은행권이) 비판받을 일을 했다면 받아야 한다"며 "일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건설사를 금융회사가 돕는 건 당연하다"고 말했다.
조재길/류시훈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