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포근해져서인지 출 · 퇴근길 사람들 발걸음이 눈에 띄게 가벼워 보인다. 얇고 밝은 색 옷으로 멋을 낸 사람들도 적지 않다. 어느덧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깨어 팔딱 뛰어나온다는 경칩이 1주일 앞으로 다가왔으니,만물의 영장으로 불리는 사람으로서 움츠렸던 어깨를 펴고 활기차게 움직이는 것이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봄은 이렇게 소리소문 없이 찾아와 개구리뿐만 아니라 우리를 꿈틀거리게 만든다.

이맘때면 기업들도 이미 수립된 사업계획을 본격적으로 실행하고 뛰어다니기 시작한다. 아침에 배달된 신문을 펼치자마자 구입한 지 1년도 안 된 스마트폰의 새 모델이 출시됐다는 소식,어떤 회사는 해외 유명 기업과 제휴해 글로벌 시장을 개척하기 시작했다는 뉴스,또 다른 회사는 신사업에 진출했다는 기사가 두 눈을 휘둥그레지게 한다. 신문 지면을 화려하게 장식한 기사를 읽는 경쟁사 임직원은 죽을 맛이겠지만 화제의 주인공이 된 회사 직원들에게는 듣기 좋은 소리임에 틀림없다.

옛날 우리 조상들은 세상에서 가장 '듣기 좋은 소리' 세 가지로 마른 논에 물 대는 소리,아이 목에 젖 넘어가는 소리,자식이 글 읽는 소리를 꼽았다. 조선시대 풍류를 좋아하던 선비 중에는 밤에 술 거르는 소리,여인네 옷고름 푸는 소리를 제일이라고 말한 사람도 있었다는데 요즘 같으면 그 선비는 여성단체나 인권단체의 항의로 관직을 내놓고 벌써 낙향했을 것이다.

세상에서 듣기 좋은 소리가 무엇인지는 시대에 따라 다르고 누가 말하는가에 따라 많이 다를 것 같지만 사실 핵심내용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조상들이 말한 듣기 좋은 소리를 기업에 맞춰 해석해 보면 마른 논에 물 대는 것은 싹수가 보이는 신사업을 개발하는 것이며,아이 젖 먹는 소리는 수익이 크게 늘어나 직원 복지수준도 높인다는 의미가 될 수 있고,낭랑하게 글 읽는 소리는 회사에 기술력과 지식이 쌓여가는 모습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렇게 듣기 좋은 소리가 사방에서 동시에 들려오면 어떤 경영자든 무척 행복할 것이다.

필자는 '행복하세요'라는 말을 즐겨한다. '감사합니다'라는 말도 잊지 않는다. 행복해지려면 지시를 받아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먼저 찾아서 해야 한다. 회의 때 지시를 받고 있는 사람의 표정은 잔뜩 굳어 있는 반면 자신이 주도한 일을 설명하는 이들의 표정은 봄을 맞이한 사람처럼 밝고 화사하다. 한마디로 행복한 표정이다. 아무런 지시도 하지 않았는데 누군가가 새로운 일을 시작해 큰 성과를 만들어 왔다면 '감사합니다'라는 말뿐만 아니라 큰절도 할 수 있다. 듣기 좋은 소리는 거창한 것이 아니다. 모두가 행복해지고 주변 사람들로부터 칭찬을 받는 길은 가까이 있고 단순하다. 새로운 일을 만드는 사람이 늘어나 회사와 가정,나라에 잘되는 것이 많다면 그것이 듣기 좋은 소리요,모두가 행복한 길이다.

전도봉 < 한전KDN 사장 ceo@kd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