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북 재개발 지역에서 일반 분양되는 아파트의 분양가가 치솟고 있다. 올초만 해도 미분양을 우려한 재개발조합이나 건설사들이 가격을 낮춰 공급했던 분위기와는 딴판이다. 최근 단지마다 높은 경쟁률로 청약이 잇따라 마감되는 등 신규 분양시장이 되살아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가 최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강화하자 갈곳을 찾지 못한 시중 자금이 이 같은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 청약 시장으로 대거 몰릴 것이란 예상도 조합과 건설사들이 분양가를 높이는 요인이 되고 있다.

9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서울 마포구 아현뉴타운 내 공덕5구역 재개발조합과 삼성물산 측은 공덕동 175 일대를 재개발한 아파트 9개 동,794채 가운데 38채를 오는 14일부터 일반 분양할 예정이다. 분양가격은 공급면적 기준으로 △80㎡ 4억2850만원(3.3㎡당 1767만원)9채,△151㎡ 10억9900만원(기준층 · 3.3㎡당 2401만원) 29채다. 평균적으로 3.3㎡당 2231만원에 달한다. 공덕동에서 영업 중인 A공인 관계자는 "당초 조합이 80㎡ 기준으로 5억원대에 분양할 것이란 얘기까지 흘러나왔다"면서 "그나마 삼성물산과의 협의를 통해 조정한 게 이 정도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151㎡형은 너무 비싸고 그마나 싼 80㎡형도 전부 1층으로 위치도 좋지 않아 적정한 분양가 수준은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현대건설이 광진구 광장동 옛 화이자제약 부지에 건립 중인 '광장동 힐스테이트' 453채도 이달 일반 분양될 아파트값이 분양가 상한제 적용에도 불구하고 3.3㎡당 평균 2270만~2700만원에 달한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땅값이 비싼데다 용적률이 227%로 주변 아파트단지의 평균보다 80%포인트 이상 낮고 건폐율이 18.8%에 불과한 점을 감안할 경우 분양가가 비싼 편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이곳은 당초 삼호가 개발을 추진했으나 워크아웃에 들어가면서 지난 6월 현대건설에 시공권을 매각했다.

이달 245채가 일반분양될 동작구 본동 래미안 트윈파크(총 523채) 역시 분양가가 3.3㎡당 평균 2200만원이 넘는다. 공급면적 105㎡형 기준으로 7억2000만~7억6000만원 선이다. 노량진 인근 B공인 관계자는 "아무리 한강변에다 용산 국제업무지구,노들섬 오페라하우스 등 개발 호재가 많다고는 하지만 세대 수나 주변환경 등을 고려할 때 가격이 너무 높은 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재개발 아파트 분양가 인상 러시에 대해 일반분양가를 높여 조합원 부담을 낮추려는 조합이 분양성을 고려해 가격을 낮추려는 건설사들과의 힘겨루기에서 승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미영 스피드뱅크 분양팀장은 "정부가 기존 아파트는 DTI 등 각종 규제를 강화하고 있지만 신규분양 아파트는 이 같은 규제를 받지 않아 가격을 올리려는 조합 측의 입김이 더 크게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일수 기업은행 부동산팀장도 "건설사나 조합이 공급을 안 했으면 안했지 분양가를 낮추는 일은 극히 드물다"면서 "앞으로도 당분간 이 같은 분양가 상승 추세는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