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감사원이 아파트 청약 규정을 어긴 부적격 당첨자를 무더기 적발한 것을 계기로 청약자격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이번에 적발된 부적격 당첨자 가운데는 투기를 목적으로 한 사람 외에도 재당첨 금지,무주택 자격 요건 등의 내용을 모르거나 전산 행정 착오로 뒤늦게 불이익을 당한 사람들도 적지 않아 예비 청약자들이 낭패를 보지 않으려면 주의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함영진 내집마련정보사 팀장은 "참여정부 들어 청약 관련 규제가 아주 복잡해진 데다 이번 감사원 조사를 계기로 부적격 당첨자 조사가 한층 엄격해질 예정이어서 예비 청약자들은 예기치 않은 불이익이 없도록 미리 청약자격을 점검하는 것이 상책"이라고 조언한다.


◆부적격 당첨 때는 최대 10년간 1순위 안돼

부적격 당첨이란 무주택 우선 공급 주택,국민주택 또는 투기과열지구 안에서 1순위 자격으로 청약을 신청해 당첨됐으나 전산 검색 과정에서 주택 소유 여부,세대주 기간 및 당첨 사실 등이 신청자격 요건과 달라 무효 처리되는 경우를 말한다.

부적격 당첨자로 판정나면 당첨이 취소되는 것은 물론 청약통장을 다시 활용할 수도 없다.

또 당첨자로 분류돼 향후 5년간 투기과열지구(분양가 상한제 적용 주택은 최대 10년)에서 1순위 자격을 상실한다.

특히 수도권은 인터넷 청약 접수가 원칙인 데다 은행이 청약자를 대신해 청약자격을 확인 내지 검증해주지 않기 때문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문제는 청약자격 요건이 너무 복잡해 자신이 부적격 요건에 해당하는지를 모르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현행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을 보면 △과거 5년 이내 주택에 당첨된 사실이 있는 세대주와 그 가족 △2주택 이상 소유하고 있는 가구에 속한 사람 △2002년 9월5일 이후 청약예금,청약부금 가입자 중 세대주가 아닌 사람들은 1순위 청약 때 부적격 당첨자로 분류된다.

또 △분양주택의 입주자(미분양 주택을 공급받은 사람은 제외) △특별공급 대상자 △분양주택으로 전환되는 임대주택을 분양받은 사람 △재개발·재건축 조합의 조합원(관리처분계획 인가일 기준) 등도 부적격자에 해당한다.


◆집이 있어도 무주택 자격 가능

이미 집을 갖고 있는 사람이 무주택자로 간주돼 청약 1순위 자격을 유지하는 경우도 있다.

행정자치부 등에서 파악하는 주택 소유 여부와 청약 시스템의 주택 소유 여부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청약 때 주택을 소유하지 않는 것으로 간주하는 경우는 △상속으로 주택의 공유 지분을 취득해 사업 주체나 입주자 모집 승인권자로부터 부적격자로 통보받은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그 지분을 처분한 경우 △60세 이상인 직계존속이 주택을 소유하고 있는 경우 △무허가 건물·아파트를 제외한 20㎡(약 6평) 이하 주택 △도시가 아닌 지역 또는 면의 행정구역(수도권은 제외)에 건축된 주택으로 사용 검사 뒤 20년 이상이 지났거나 전용면적 25.7평 이하인 단독주택 등이다.

◆소명 기회를 적극 활용하라

본인의 부주의로 청약 당첨 후 부적격 통보를 받은 경우 일단 당첨 후 14일간 주어지는 소명 기회를 통해 사실 여부를 재확인하는 게 좋다.

간혹 전산 검색 결과가 사실과 다르거나 미처 갱신이 되지 않아 발생하는 오류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소명 가능성이 높다면 일단 계약기간 내 계약을 하는 것도 방법이다.

이 경우 해약하더라도 별도의 위약금 없이 계약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

또 부적격 처리는 주로 재당첨 기간이나 무주택 세대주,유주택,다주택자 등의 여부를 가리는 과정에서 이뤄지므로 건물등기부등본이나 건축물관리대장등본,무허가건물확인서 또는 철거예정증명서 등을 미리 챙겨 두는 것이 좋다.

당첨 자격 요건을 충족해 정식 계약을 체결하고 나서도 계약이 취소되는 일도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예를 들어 분양전환 대상 임대주택에 당첨된 자는 최초 입주자 모집 공고일부터 분양전환 시점까지 무주택 세대주 자격을 유지해야 한다.

이는 청약자 본인은 물론 세대원 전원에게도 해당한다.

최근 인터넷 청약이 확산되면서 자신의 청약 순위나 자격 여부를 물어볼 곳이 마땅치 않다.

국민은행과 금융결제원 홈페이지를 이용하면 과거 당첨 전력을 확인할 수 있다.

또 건설교통부나 시중은행 청약 담당자를 통해 청약 가능 여부를 미리 알아보는 것도 좋다.

이정선 기자 sunee@hankyung.com


< 건교부, 주택공급 시스템 개편 추진 >

건설교통부는 감사원의 아파트 입주자 모집 실태 조사 결과 부적격 당첨자가 높게 나타난 것과 관련,주택 공급 시스템을 전면 개편하기로 했다.

우선 앞으로 입주자 모집시 모든 청약관리 업무는 은행에 위탁할 방침이다.

이는 전체 분양건수의 20% 정도를 주택업체가 모델하우스를 통해 직접 분양하고 있으나,일부 중소업체의 경우 분양 과정에서 전산 검색 요청을 빠뜨려 부적격자가 당첨된 사례가 적지 않았던 점을 보완하기 위한 것이다.

또 장애인 등에게만 기회가 있는 특별공급은 1가구 1회로 제한한다.

감사원 조사에서 한 장애인이 특별공급 제도의 이점을 활용,무려 19차례나 특별공급을 받은 뒤 분양권을 전매했던 사례가 적발된 데 따른 것이다.

건교부는 이와 함께 상반기 중 현행 건교부 주택전산망과 금융결제원의 당첨자관리 전산망,행정자치부의 부동산 정보관리 시스템 등을 연계한 통합 데이터 베이스(DB)를 구축해 전산 검색 과정에서 1가구 2주택 이상의 다주택자가 누락되는 착오를 없앨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