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인간문화재 고령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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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묘제례악'이 중요무형문화재 제1호로 지정된 것이 1964년 말이었으니, 우리가 무형문화재의 중요성을 깨달아 챙기기 시작한지도 37년이 돼 간다.
일제 식민통치와 6·25를 거치는 동안 황폐화돼 맥이 끊기다시피한 예능 놀이 공예 등 전통문화를 이만큼이라도 보존 전승해 온 것이 자랑스럽다는 생각도 든다.
그동안 발굴 조사해 지정한 중요무형문화재는 1백7종목이고 예능·기능보유자(인간문화재)로 1백92명이 지정돼 전수교육에 힘쓰고 있다.
그들의 제자로서 전통 예능과 기능을 전승하고 있는 보유자후보 이수자 장학생은 2천1백여명에 이른다.
한국의 무형문화재 제도는 유네스코가 세계적 성공사례로 평가한 전통문화 전승제도다.
그렇다고 우리의 무형문화재 전승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최근에는 인간문화재의 고령화가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 1백92명의 보유자가운데 60대 64명,70대 41명,80대 36명,90대 6명 등 60대 이상이 1백46명이나 된다.
노령의 보유자가 갑자기 사망하면 전승자 지정에 어려움을 겪거나 아예 맥이 끊길 우려도 있다.
2천여명의 각급 제자들이 있다지만 음악 무용 등 예능종목에 편중돼 있고 공예나 기술 등 44개 기능종목에는 제자가 모두 80명에 불과하다.
지난달 별세한 '면천두견주' 기능보유자 박승규씨 밑에는 곧 전승자가 될 수 없는 이수자만 2명이 있을 뿐이다.
무형문화재 보존의 균형이 무너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문화재청이 50세 이상이어야 한다는 보유자 연령제한을 없애고 보유자 복수지정을 인정한 것도 고령화에 대비한 조치였다.
요즘 세상에 갓이나 망건 제작이 수익으로 이어질리는 없다.
예능종목과는 달리 인기나 소득면에서 격차가 점점 심화되고 있는 기능종목에 대한 대폭 지원이 아쉽다.
'경국대전'에는 조선왕조가 지정한 3백77종의 각 분야에 특수기능인 6천2백42명이 종사하고 있었다는 기록이 나온다.
오늘날 기능종목은 기껏해야 60여종에 지나지 않는다.
전통기능은 그만큼 맥이 끊겼다.
문화콘텐츠의 원천이 될 무형문화재의 전승만큼 중요한 일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