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로계통설계와 핵연료설계등의 원자력사업및 관련인력을 한국원자력
연구소에서 한국전력으로 이관키로 한 정부의 결저에 대해 관련 연구원들이
이적을 거부함으로써 300여 연구원의 해고여부가 태풍의 눈이 되고있다.

연구원들의 반발과 정부및 원자력연구소측의 강행의지가 정면충돌, 반년이
넘도록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원연사태는 금년말로 정해진
이적시한이 다가오면서 벼랑끝으로 치닫고 있는 양상이다.

연구소측은 이적동의서제출을 거부한 연구원들을 이달말일자로 해고할 수
밖에 없다고 밝히고 있어 연구원 집단해고라는 과학기술계 초유의 불상사가
우려되는 상황에까지 몰려있다.

이와 관련 원자력연구소 노조는 최근 노동부에 쟁의발생신고서를 냈으며
과기노조까지 합세해 정부의 강압적인 원전사업이관 중지와 해고방침철회를
요구하고 있어 정부의 강행의지가 관찰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원자력사업을 둘러싼 갈등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최근 이같은
갈등이 악화된 것은 원자력체제를 일원화하라는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지난6월 원자력위원회가 원연에서 수행중인 원자로 계통설계와 핵연료설계
업무 및 해당인력전원을 금년말까지 한전의 자회사인 한국전력기술(주)와
한국원전연료(주)로 각각 분리 이관토록 하는 결정을 내린데 따른 것이다.

우리는 정부가 추진하는 원자력체제의 일원화가 잘만 되면 국력의
불필요한 낭비를 말고 원자력행정의 효율성을 높이는데 크게 기여하리라
믿는다.

그러나 원자력사업의 일원화를 위해서는 원자력 행정체제의 일원화가
선행돼야 한다고 본다.

지금처럼 행정체제가 통산부와 과기처로 이원화돼있고 관련부처가
자신들의 행정영역은 그대로 지키면서 하급기관의 업무만 조정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될 수는 없다.

이번 사태만해도 그렇다.

정부는 이적거부자들을 해고하는 대신 미국 기술인력의 투입까지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지만 이는 참으로 신중하게 생각해야
할 문제이다.

그동안 힘들여 쌓아올린 원자력 자립기술을 와해시켜 또다시 외국기술
종속국으로 떨어지게할 위험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전으로의 이적을 거부하고 있는 연구원들은 대부분 원자로계통설계와
경수로 핵연료설계및 중수로 핵연료제조분야의 핵심요원들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을 집단해고해 버린다면 원전설계기술의 고도화는 큰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경제논리를 앞세워 힘으로만 밀어붙일 것이 아니라 공청회등
충분한 의견수렴과정을 거쳐 과학자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이적거부자들도 국책연구소에서 주식회사로 옮기는데 따르는 새로운
경쟁체제를 너무 두려워해서는 안된다.

과거의 무사안일에 대한 집착을 벗어던지지 않고는 원자력기술의
경쟁력은 길러질 수 없다.

지금은 대북경수로 지원과 내년으로 다가온 원전시장개발이 발등의
불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와 과학기술인력이 합심해 대처해도 힘겨울 판에 "집단해고"다,
"집단투쟁"이다하여 힘을 낭비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