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현 <명지대교수/경영학>

현재 국내금융시장에서는 금융시장개편을 위한 여러가지 움직임이
진행되고 있고 이와아울러 기존에 볼수없었던 새로운 시장이 도입되고
있다.

증권거래소에 주가지수선물 모의시장이 개설되어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고 선물거래법의 제정에 관한 공청회가 개최됨으로써 주가지수이외에도
외환과 금리를 대상으로 한 선물거래의 도입이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선물거래법이 본격적으로 제정되고 시행되기까지는 좀더 시일이
필요하겠지만 어쨌건 국내시장에서도 본격적인 선진금융시대의 막이
오른 셈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투자자와 금융기관을 포함한 시장참여자들과
감독당국의 부단한 노력이 있어야만 이 시장의 도입이 큰 의미를
지니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선물시장의 도입의 의미와 이의 성공적인 운용을 위한 몇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첫째,선물시장이 가진 특성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선물시장은 조금은 험악한 시장이다.

미래의 이정시점의 금융변수에 대한 예상을 근거로 거래가 일어나는
이 시장에서는 사후적으로 이익과 손해가 정확하게 일치하게된다.

따라서 예상이 맞은 투자자는 이익을 보고 예상이 틀린 투자자는
손해를 보게된다.

모두 이익을 보는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는 것이다.

둘째,선물시장의 도입은 여태까지는 도입이 불가능하거나 어려웠던
수많은 금융신상품의 도입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는 점이다.

우선 선물이 일부 혹은 전부 편입된 수많은 신탁상품들이 등장할
것이고 또한 금융기관들은 그동안 불가능했던 각종 장외파생상품들을
대거 선보일수 있게될 것이다.

금리선도거래나 금리스왑거래가 활성화될 것이고 금리변동위험으로
인해 거래가 부진했던 변동금리부 상품들도 보다 활성화될 것이다.

또한 기존의 대출 혹은 채권상품에 파생상품의 요소를 첨가한 복합금융상품
도 등장하게 될것이다.

이러한 상품들은 금융기관이나 기업의 위험관리를 용이하게 하는 측면도
있지만 레버리지 효과를 지나치게 증폭시킴으로써 정상적인 금융관행을
어지럽힐 수도 있다.

셋째,이러한 시장의 등장은 거대한 금융자본이 빠른 속도로 축적될수
있는 수단을 제공할수 있게된다.

파생금융기법을 응용한 각종 신상품은 사후적으로 한쪽의 손해가 다른
쪽의 이익으로 고스란히 실현되도록 함으로써 작은 양의 투자로도 큰
이익의 실현이 가능해지도록 한다.

따라서 이 시장의 존재로 인해 과거에 비해 훨씬 빠른 속도로 자본이
한 쪽으로 모일수 있게 되고 이렇게 축적된 자본은 보다 고수익을 올릴
수 있는 기회를 찾아 계속 움직이면서 시장을 교란시킬수 있게 될 것이다.

이상에서 볼때 우리가 먼저 확실하게 인식해야 할 것은 선물시장의
도입에는 부정적 측면과 긍정적 측면이 동시에 존재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 시장의 도입이 가진 긍정적 측면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우선
금융산업개편과 연계한 세심한 접근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선물시장의 시장조성자 역할은 어느 기관이 할 것인가,
선물신탁업은 어느 기관이 영위할 것인가, 선물중개업은 어느 기관이
담당할 것인가 하는 등의 문제는 향후 국내 금융시장의 전체적 구도와
연관된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감독당국과 시장참가자, 그리고 이
시장을 지켜보는 많은 사람들의 전향적 자세라고 볼수있다.

즉 이 시장의 도입을 통해 국내 금융시장의 국제화와 국내금융기관의
국제경쟁력강화가 이루어질 수 있다는 점을 깊이 인식함으로써 선물시장
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지양될 수 있을 것이며 제도권안으로 흡수, 용인된
투기적 시장으로서의 선물시장이 전체 금융시장의 일부로서 그리고 필요한
존재로서 인정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때에야 비로소 새로이 도입되는 선물시장이 제도권 안에서
적절한 역할을 감당하게 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7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