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지로 "한국공학원"의 설립이 추진되고 있다는 소식이다.
통산부가 지난 18일 한국공학원 설립추진위원회를 열고 설립에 관한
기본방향을 논의한데 이어 오는 8월 조직위를 구성하고 10월에 정식
발족시킨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보아 이제 설립작업이 본궤도에 오른
느낌이다.
신설되는 한국공학원은 앞으로 산업기술 발전에 기여한 학계및
산업계의 공학.기술인을 정회원으로 선임해 세미나개최,산학협동
연구활동지원,정부의 산업기술정책 자문등의 활동을 펼친다는 기본
계획을 내놓고 있다.
한마디로 공학.기술인들도 전문성과 권위에 걸맞는 사회적 대우를 받고
싶다는 욕구가 설립배경에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금 모든 나라가 겪고 있는 세계 경제대전을 뒷받침하고 있는 것이
기술이고 보면 공학.기술인들이 사회적으로 인정받기 위해 스스로
발벗고 나선다 해서 하등 눈에 거슬릴 것은 없다.
더구나 우수 공학.기술인의 발굴 육성이 시급한 국가적 과제가 되고
있는 마당에 그러한 일을 맡겠다고 자임하고 나서는 데에야 쌍수를
들어 환영할 만한 일이다.
다만 설립논의가 시작될 때부터 제기됐던 문제점및 앞으로 공학원의
운영방향과 관련해 보다 분명히 해야 할 몇가지점을 당부하지 않을수
없다.
첫째 신설되는 공학원은 기존 "원로원"성격의 유사 기관들과는 출발부터
성격이 달라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 과학.기술계에는 어지러울 정도로 많은 기관
단체들이 난립해 기술계의 응집력을 저해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혹여 기존의 과학원이나 예술원 등을 의식해 "우리라고 해서 원로원을
못만들 이유가 없지 않느냐"는 논리가 공학원 설립배경에 깔려 있다면
이는 시대착오적 발상이 아닐수 없다.
새로운 시대에 공학.기술인이 추구해야 할 가치는 "명예"보다는 "보람"
이기 때문이다.
둘째 공학원설립이 그간 과학기술 정책을 둘러싸고 통산부와 과기처간에
빚어져온 마찰의 연장이어서는 안된다.
공학.기술인들의 단체설립을 통산부가 주관하고 있는 것은 재원마련
등의 필요성을 인정한다 해도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점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공학원 설립을 계기로 통산부와 과기처의 갈등이 심화된다면 이는
득보다 실이 많은 결과가 될 것이다.
셋째 공학원의 조직.출연.운영 등은 모두 민간주도로 이루어짐이
옳다고 본다.
지금은 통산부 차관이 설립추진 위원장을 맡고 한전 포철 한국중공업등
정부 투자기관들의 출연으로 기금을 조성하는등 관주도로 흘러가고
있지만 설립후의 운영까지도 이러한 모습이 변치 않는다면 어느모로
보나 이는 바람직한 방향이 못된다.
요컨대 공학원의 설립은 원로들을 위한 또 하나의 "놀이방"을 만들어주는
것이 돼서는 무의미하다.
원로 공학.기술인들의 경험을 산업기술진흥과 산업기술정책에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세심한 배려가 있어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7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