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1분1초가 급하다…"빅테크에 더 뒤처지면 AI 종속국 전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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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發 초과세수 5조, 소버린 AI 개발에 투입

미국 '미토스 수출 통제' 상시화
정부, 독자 AI 모델 구축 총력전

기업 한 곳에 GPU 1만개 몰아줘
추경에 해외 인재 '유턴' 예산도
앤트로픽이 미토스 기반 인공지능(AI) 모델 페이블5를 공개한 지난달 9일. 유례없는 성능에 국내 다수 기업이 자사 프로그램을 이 모델과 연동해 AI 에이전트를 개발하려고 했다. 하지만 3일 뒤 미국 정부는 국가 안보를 이유로 들며 페이블5의 외국 접속을 차단했다. 페이블5를 기반으로 시스템을 구축하던 기업은 전체 시스템 계획을 수정해야 했다. 대기업 한 관계자는 “곧이어 오픈AI 모델인 GPT-5.6도 통제되면서 AI 모델의 국가 전략 자산화라는 개념이 생겼다”며 “앞으로는 이런 일이 상시화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 독자 소버린 AI 개발로 전환

미국 정부의 이 같은 조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초과세수 중 5조원을 활용해 그래픽처리장치(GPU) 베라루빈 모듈을 약 1만 개 확보하고 독자 프런티어 AI 모델 개발에 나서는 직접적인 트리거가 됐다.

프런티어 AI 모델은 AI 시대에 한 국가의 수준을 좌우하는 기술을 말한다. 앤트로픽의 미토스와 오픈AI의 GPT 5.6 같은 모델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런 모델을 활용하면 국방, 산업, 공학, 의학·생물학 등 전 분야에서 차원이 다른 기술적 수준을 확보할 수 있다. 미국 정부가 미토스급 모델을 승인된 기관에만 제공하고 안전장치를 얹은 페이블5 접근을 차단한 이유다.

한국 정부도 지난해부터 독자 파운데이션 모델 선정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1차 심사가 끝난 현재 LG AI연구원, SK텔레콤, 업스테이지, 모티프테크놀로지스 등 4개 팀이 선정돼 과기정통부에서 GPU를 지원받아 AI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하지만 독자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 구조로는 글로벌 수준을 따라잡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독자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 4개 팀에 주어진 GPU는 각각 700~800개에 불과하다. 2개 팀으로 좁혀져도 지원받는 GPU는 각각 2000개에 그친다. 오픈AI가 GPT4 모델에 약 1만 개(A100 기준), GPT5에 약 2만1000개를 투입한 것과 비교가 안 된다.

◇ 소버린 AI ‘선택과 집중’ 전환

한국 정부가 내년 상반기를 목표로 독자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을 추진하는 사이 앤트로픽과 오픈AI 등은 천문학적 자원을 투입해 1주일마다 진화한 모델을 쏟아내고 있다. 딥시크와 즈푸AI 등 중국 AI 회사도 미국 정부가 자국 AI 모델을 통제하는 사이 소스를 공개하며 미국을 제외한 시장을 잠식하려 하고 있다.

올초 미국 스탠퍼드대가 선정한 ‘2025년 주목할 만한 AI’에 한국 모델이 8개 선정되긴 했지만, 자원이 분산된 탓에 질적으로는 프런티어급 모델과 격차가 빠르게 벌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개 모델만 선정된 프랑스는 프런티어 모델 성능 점수에서 대표 기업인 미스트랄AI가 메타를 제치고 7위를 차지했다.



국내 한 AI 전문가는 “앤트로픽 등 선도 AI 기업의 최고 모델 수준은 가히 압도적이기 때문에 한국의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이른 시간 내 따라잡지 못하면 AI 종속국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과기정통부는 이 같은 현실을 반영해 추가경정예산이 확보되면 베라루빈 GPU 모듈 1만 개를 최고 정예 한 팀에 모두 제공할 계획이다. 소버린 AI 모델 선정 기조가 내부 경쟁에서 ‘선택과 집중’을 기반으로 한 글로벌 경쟁력 기준으로 바뀐다. 독자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 점수와 AI 기술력, 해당 기업의 공동 투자 의지 등을 종합 평가할 전망이다. 과기정통부는 하드웨어뿐 아니라 해외로 유출된 국내 최고 AI 인재를 영입하는 예산도 이번 추경에 넣을 계획이다.

반도체 호황으로 얻은 초과 세수를 AI 경쟁력을 키우는 데 쓰기로 한 정부 방침에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국내 한 반도체학과 교수는 “AI 붐에 따라 하드웨어로 번 달러를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투입하는 건 국가 미래에 투자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했다.



박한신/이영애 기자 p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