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부 국가기술표준원은 "시판 중인 정량표시상품 1002개를 대상으로 내용량 적정성을 조사한 결과, 조사 대상의 25%가 표시량보다 적게 포장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12일 밝혔다. 정량표시상품이란 화장지(m), 우유(mL), 과자(g) 등 상품 포장에 길이·부피·질량 등을 표시한 제품을 말한다.
현행 계량에 관한 법률은 실제 내용량이 표시량보다 일정 범위(법적 허용오차)를 초과해 부족한 경우만 금지하고 있는데, 제조업자들이 이 허용오차를 악용해 평균치를 낮추는 방식으로 제도를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법적 허용오차 자체를 아예 벗어난 제품은 전체의 2.8%로 나타나 전반적인 법적 기준은 준수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품목별로 보면 냉동수산물(9%), 해조류(7.7%), 간장·식초류(7.1%), 위생·생활용품(5.7%) 순으로 오차 범위를 위반한 비율이 높았다. 특히 평균 내용량이 표시량에 못 미치는 품목군은 음료 및 주류(44.8%), 콩류(36.8%), 우유(32.4%), 간장 및 식초(31.0%) 등으로 집계돼 먹거리 전반에서 '정량 부족' 현상이 두드러졌다.
정부는 이 같은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개량법 개정을 추진한다. 기존에는 개별 상품이 법적 허용오차만 지키면 문제가 없었으나, 앞으로는 전체 상품의 내용량 평균값이 표시량 이상(내용량 평균 ≥ 표시량)이 되도록 하는 ‘평균량 기준’을 도입할 방침이다. 허용오차 범위 내라 하더라도 평균적으로 양을 적게 담는 관행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조사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감시 체계도 강화한다. 현재 정량표시상품 시장 규모는 약 400조 원에 달하지만, 연간 조사 물량은 1000개 수준에 불과해 규제 사각지대가 크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이에 정부는 중국(2만 8000개), 독일(6만 개), 일본(16만 개) 등 해외 사례를 참고해 시판품 조사 규모를 연간 1만 개 이상으로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이번 조사는 대형마트와 온라인몰 등에서 직접 구매한 상품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조사 대상은 쌀·라면·우유 등 '기초생활물품', 유가공품·음료·간편식·화장지 등 '소비자 밀접 상품', 조미료·주류·유기농 식품 등 '용량 대비 고가 상품', 정량 관리가 까다로운 냉동수산물 등 4개 유형이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